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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진의 법조스토리] '대장동'·'고발사주' 의혹 수사로 시험대 오른 수사권 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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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왼쪽부터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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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진의 법조스토리에서는 법원, 검찰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법조계의 다양한 이슈들을 다뤄보려 합니다. 주요 사건의 법적 쟁점이나 전망, 사건의 이면, 기사로 쓰지 못한 뒷얘기 등을 주제나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조금은 자유롭게 써볼 생각입니다. 오늘은 그 열한 번째 스토리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검찰, 경찰의 '대장동'·'고발 사주' 의혹 수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연루된 '고발 사주' 의혹,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연루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두 사건의 수사에 정치권과 법조계는 물론 온 국민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검찰이 야당에 범여권 정치인에 대한 고발을 사주했다는 '고발 사주' 의혹이나 민관 합동으로 이뤄진 개발사업에서 민간업자가 천문학적인 수익을 거뒀는데 그 배후에 관의 특혜가 있었다는 '대장동' 의혹 모두 그 자체로 충격적이지만, 무엇보다 대선을 불과 5개월 앞둔 시점에서 여야의 1위 대선 후보들이 수사 선상에 올라있다는 점 때문일 것이라 생각됩니다.


한편 이번 수사는 문재인 정부가 검찰개혁 방안으로 마련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의 실효성을 평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먼저 '고발 사주' 의혹의 경우 공수처와 검찰 양 기관에 각각 고발장이 접수됐지만 검찰이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하며 공수처가 수사를 맡는 것으로 정리가 됐습니다. 검찰총장이나 검사의 재직 중 저지른 고위공직자범죄에 대해서는 공수처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갖고 있는 만큼 어느 정도 예상됐던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대장동' 의혹은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4월 초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화천대유의 수상한 자금 흐름에 대한 첩보를 입수하고 5개월이나 사건을 뭉갰다는 비난을 받은 경찰이 뒤늦게 수사로 전환하면서 검경이 각각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앞서 'LH 투기' 의혹 사건에서는 개정된 검찰청법상 직접 수사권이 없었던 검찰 대신 경찰이 수사를 주도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이 이렇다 할 수사 성과를 올리지 못하며 국민적 비난이 커지자 애초 경찰 수사에 대한 지원 업무를 맡았던 검찰이 직접 나서야 된다는 목소리가 여당 내부에서부터 흘러 나왔습니다.


결국 검찰이 부동산 투기사범 대응을 위해 전국 43개 검찰청에 '부동산 투기사범 전담수사팀'을 확대 편성하고 범죄수익 환수 등에 힘을 보탰지만 결과적으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중심의 정부합동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2800여명을 수사하고도 고작 34명을 구속(14명은 검찰이 구속)하는데 그친 초라한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대장동' 수사… 양보할 수 없는 경찰 vs 기소권 가진 검찰

솔직히 이번 '대장동' 의혹 사건은 검찰이나 경찰 모두 수사하기에 껄끄러운 사건일 수밖에 없습니다.


10일 여당의 최종 대선 후보로 선출될 가능성이 큰 이재명 지사가 연루돼 있기 때문이죠. 당내 경선 도중도 아니고 이미 후보자로 선출돼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를 뛰고 있는 여당 대통령 후보를 수사한다는 건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수사 결과 이 지사의 연루 정황이 드러나든 드러나지 않든, 수사가 진행되는 것 자체가 이 지사에게는 불리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이 지사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검찰총장이나 경찰청장의 임명권자가 되는 건데, 그를 수사했다는 이력 그 자체로 승진은 물 건너 갔다고 봐야될 수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소극적으로 수사하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일단 경찰은 5개월 간 사건을 뭉갰다는 비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전력을 다해 수사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처지입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통해 광범위하고도 독립적인 수사권을 부여받은 경찰로선 'LH 투기' 의혹 사건 수사에서 드러난 수사 능력의 한계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검찰 역시 수사권 조정으로 수사 권한이 대폭 축소된 상황에서 검찰의 존재감을 드러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 사건은 '내부 고발자'가 있기 때문에 적당한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하기가 어려울 전망입니다.


사실 수사 초반인 지금까지는 언론보도가 수사를 앞서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수익 배분에 대한 불만이든 다른 이유든 이번 의혹의 실체를 잘 알고 있는 내부자가 수사기관과 언론에 동시에 제보를 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검찰이나 경찰이 제기된 의혹 전반을 살펴볼 수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이번 '대장동' 의혹 사건에서는 화천대유 관계자들의 횡령·배임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나 정관계 인사들 관련 뇌물죄, 성남도시개발공사나 성남시 관계자들의 배임죄 등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해 개정된 검찰청법은 범죄의 종류에 따라 그리고 특정 범죄의 경우 이득액을 기준으로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을 나눴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직접 수사 대상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인지한 범죄나 경찰이 송치한 범죄와 관련해 인지한 관련범죄에 대한 수사권이 있습니다. 경찰은 수사 대상 범죄에 제한이 없습니다.


결국 개정된 검찰청법 등에 따르더라도 경찰이나 검찰 모두 이번 사건에 대한 수사권이 있다고 할 수 있어 한동안 양 기관에서 동시에 수사가 진행되는 건 불가피해 보입니다.


최근 검찰이 압수수색 과정에서 놓친 유 전 본부장의 휴대전화를 경찰이 확보해 분석 중인 건 검경이 동시에 수사함으로써 생긴 소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유 전 본부장이 휴대전화를 창문 밖으로 던졌다는 언론보도를 오보 취급했던 검찰이 뒤늦게 사과하게 만들었으니까요.


하지만 중복 수사에 대한 우려는 피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경찰도 이를 의식한 듯 검찰과 중복되지 않는 범위에서 수사하겠다고 입장을 밝혔고 검찰도 경찰과의 협력 수사를 강조하고 있지만 동일한 사안에 대해 명확한 경계 없이 두 기관이 수사에 나선 이상 오히려 경쟁적으로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 검찰과 경찰 사이에 아직까지 협력 수사를 위한 구체적인 논의가 시작되진 않은 것 같습니다.


당장 이번 의혹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의 경우 지난달 27일 서울 용산경찰서에 출석해 참고인 조사를 받은데 이어 11일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을 예정입니다. 검찰과 경찰이 핵심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 내용을 어떤 식으로 서로 공유할지, 또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증거물이나 휴대전화 포렌식 분석 결과 등을 어떻게 공유하며 수사에 활용할지 지켜봐야 되는 상황입니다.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이후 똑같은 사안을 검찰과 경찰이 동시에 수사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경찰이 수사권을 갖고 있다고 해도 주요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위해서는 어차피 검찰이 나서야 하고, 결국 기소권을 가진 건 검찰이기 때문에 수사 중반으로 갈수록 주도권은 검찰이 쥐게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수사 대상 광범위한 대장동 수사… 이재명 지사까지 올라갈지 주목

검사 출신인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한 TV 시사프로그램에 나와서 밝힌 것처럼 이번 사건은 검사 입장에선 정말 구미가 당기는 사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수천억원의 수상한 자금 흐름이 있는 데다가, 전직 대법관·검찰총장·특별검사·검사장, 현역 국회의원 등 유력 인사들이 대거 연루돼 있고 내부 고발자가 확실한 수사 단서까지 제공해주고 있으니 말입니다.


검찰이나 경찰의 수사는 일단 화천대유 대주주 김씨와 개발 수익을 분배받은 화천대유의 자회사 천화동인 소유주들의 자금 흐름을 분석하는데 집중될 것으로 보입니다.


성남도시개발공사나 성남시 관계자, 정관계 인사들에 대한 로비 의혹 규명을 위해서는 전달된 자금이 어떤 루트를 통해 마련됐는지가 우선 밝혀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한편에서는 이른바 '50억 클럽'에 속한 인물들에게 실제 돈이 전달됐는지, 혹은 전달을 약속받았는지가 규명돼야 합니다. 그리고 실제 경제적 이익이 전달됐거나 약속됐다면 그 같은 금전적 보상이 과연 무엇에 대한 대가인지, 구체적인 역할 수행에 대한 비용 내지 사례비인지 아니면 장래를 대비한 보험용인지 밝혀야 합니다.


특히 이미 퇴직 후 월 1500만원의 자문료를 받은 사실이 드러난 권순일 전 대법관의 경우 대법관 시절 이 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기존 대법원 판례에 배치되고 자신의 과거 판결과도 완전히 상반되는 논리를 펼치며 강력하게 무죄 의견을 주장한 것과 그 같은 과도한 자문료 지급 간에 상관관계가 있는지에 대한 국민들의 의구심을 풀어줘야 할 것입니다.


화천대유가 천문학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도록 특혜를 부여한 성남도시개발공사나 성남시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도 중요한 수사의 한 축입니다.


이미 유 전 본부장이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내지 사장 직무대리를 맡았을 당시 대장동 개발 사업자 선정이나 수익 배분 구조 설계 과정에서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을 통해 화천대유가 막대한 초과수익을 거둘 수 있게 하고, 성남시에 손해를 끼친 사실은 드러났습니다.


결국 문제는 이 같은 결정을 유 전 본부장 혼자만의 결정으로 봐야할지, 아니면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 지사와 사전에 상의하거나 보고한 뒤 이뤄진 결정으로 봐야할지가 될 것입니다.


이 지사는 유 전 본부장의 능력을 믿고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 앉힌 것 뿐인데 유 전 본부장이 개인적 욕심으로 성남시의 이익에 반하는 사업자 선정과 수익 배분 설계를 통해 화천대유로부터 거액을 약속받은 것이라면 이 지사가 법적 책임을 질 일은 없을 것입니다. 이 지사 스스로 밝혔듯이 자신이 지휘하는 직원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도덕적·정치적 책임은 져야겠지만 말이죠.


반면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의사결정에 이 지사가 영향을 미쳤거나, 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사전에 구체적인 보고를 받고도 묵인한 정황이 드러난다면 이 지사의 법적 책임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이 지사는 이번 의혹이 불거진 후 유 전 본부장과 철저한 거리두기에 나섰습니다. 그저 성남시 산하 기관의 직원이었을 뿐 절대 자신의 측근이 아니라고 거듭 밝혔죠. 하지만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하고 부동산 관련 실무 경력이 거의 없던 유 전 본부장은 2010년 성남 분당구 매화마을 2단지 리모델링 추진위원장 시절 당시 성남시장 후보였던 이 지사에 대한 지지선언을 한 뒤 이 지사가 시장에 당선되자 시장직 인수위원회 간사를 맡았고,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사장 직무대리를 맡았습니다. 또 이후 이 지사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된 뒤에는 차관급인 성남관광공사 사장에 임명됐습니다. 이 지사가 최근 비유를 든 대통령과 한전 직원의 관계처럼 완전히 무관한 사이로 보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하지만 유 전 본부장과 이 지사의 관계가 측근이라고 할 만큼 밀접한 관계이든, 단순한 상관과 부하직원 관계인지가 중요한 건 아닙니다. 이번 '대장동' 의혹에 대한 이 지사의 법적 책임이 문제되기 위해서는 이 지사가 개발 사업자 선정이나 수익 배분 설계 내지 개발 사업 인허가 등 과정 중 일부에라도 관여했다는 점이 드러나거나 화천대유에서 나온 자금이 이 지사 선거 캠프나 이 지사 측근에 흘러들어간 정황이 확인돼야 합니다.


설사 수사를 통해 권 전 대법관이 화천대유 측의 로비를 받고 이 지사에 대한 무죄 판결을 주도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해도, 각종 특혜를 입었던 화천대유 입장에서 이 지사의 지사직 상실만은 피하고 싶었던 분명한 이유가 존재하는 만큼 그 자체로 이 지사가 법적 책임을 지게 될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현행 형사소송법상 재판에 관여한 법관이 직무 범죄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더라도 피고인에 대해 무죄판결이 난 사건의 경우 재심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이 지사의 무죄 확정 판결의 효력에는 영향이 없습니다.


중요한 건 검찰이나 경찰의 수사 의지일 것입니다. 언론 보도를 통해서나 수사 과정에서 핵심 관련자의 진술이나 증거를 통해 이 지사의 구체적인 연루 정황이 드러나지 않는 이상,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만으로는 검찰이나 경찰의 수사가 이 지사를 직접 향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됩니다. 아직까지 성남시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합니다.


마지막으로 대장동 개발사업을 통해 민간업자들이 거둬들인 막대한 수익금 중 얼마를 범죄수익으로 봐 환수할 수 있을지도 관심입니다. 유 전 본부장 등의 배임 행위가 인정될 경우 초과이익을 모두 민간업자에게 뺏긴 성남시 입장에서는 통상적인 민관합작 개발사업에서의 수익 배분 비율에 따를 경우 기대되는 나머지 수익금은 배임에 따른 피해액으로 유 전 본부장 내지 화천대유 측을 상대로 배상청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헐값에 토지를 수용당한 대장동 주민들 역시 부당이득금 반환소송 등을 통해 정당한 보상가액에서 부족했던 차액에 대한 반환을 청구하고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고발 사주' 의혹 본령은 직권남용… 윤석열 전 총장 혐의 입증 쉽지 않을 듯

앞서 살펴본 '대장동' 의혹에 비해 '고발 사주' 의혹은 상대적으로 단순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건에 연루된 관련자들의 수가 훨씬 적은 데다가 문제되는 범죄 혐의 수 역시 몇 가지가 안 되기 때문입니다.


'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은 김진욱 공수처장이 밝힌 것처럼 직권남용죄입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직접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에게 지시하거나 그의 상관에게 지시해 최강욱·황희석 등 범여권 정치인들에 대한 고발을 사주했다는 게 '고발 사주' 의혹입니다.


형법 제123조의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텔레그램을 통해 고발장을 김웅 의원에게 전달한 것으로 지목된 손 전 정책관의 경우 본인이 직접 고발장을 작성해 전달했다면 직권남용죄가 성립하긴 어렵습니다. 손 전 정책관이 또 다른 부하 검사에게 고발장 작성을 지시했다면 직권남용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고발장 초안을 작성한 검사가 실재하는지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나아가 이번 사건의 제보자 조성은씨에게 고발장을 전달한 혐의를 받는 김웅 국민의힘 의원의 경우 고발장이 전달된 당시 검사의 신분에서 벗어나 출마를 준비 중인 상황이었기 때문에 직권남용죄의 주체인 공무원 신분을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윤 전 총장이나 손 전 정책관에게 직권남용죄가 성립하고, 김 의원이 이들과 긴밀하게 범행을 공모하고 역할을 나눠 수행했다는 점이 인정돼 공동정범이 성립하지 않는 이상, 김 의원에게 직권남용죄는 성립하기 어렵다는 게 법률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윤 전 총장의 경우 직접 고발장을 작성했을 가능성은 적은 만큼 부하 검사 누군가에게 고발장 작성이나 야당에의 전달을 지시했다면 직권남용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다만 문제는 입증인데 지금까지 드러난 손 전 정책관과 김 의원, 조씨로의 고발장 전달 과정만으로는 윤 전 총장의 법적 책임을 묻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손 전 정책관의 주장 대로 손 전 정책관으로부터 김 의원에게 전달된 텔레그램 대화가 조작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고, 손 전 정책관이 고발장을 보낸 게 사실로 드러나더라도 윤 전 총장이 형사책임을 지기 위해서는 윤 전 총장으로부터 손 전 정책관에게 고발장 작성 내지 전달에 대한 지시가 전달됐다는 점이 물적인 증거나 구체적인 진술을 통해 뒷받침돼야 합니다.


윤 전 총장이 실제 그 같은 지시를 내린 사실이 있다고 가정해도, 구두 지시를 했을 가능성이 크고 증거가 될 만한 관련 보고서 등이 남아있을 가능성은 적어 보입니다. 손 전 정책관의 휴대전화 포렌식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공수처가 윤 전 총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입증하기는 만만치 않은 게 사실입니다.


손 전 정책관의 경우 고발장 작성 내지 전달 사실이 확인될 경우 공무원의 선거 관여를 금지한 공직선거법 위반죄가 성립할 가능성은 있습니다. 조씨에게 전달된 실명 판결문을 열람한 검사가 특정될 경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 적용이 가능합니다.


여당 입장에선 공수처보다는 오히려 검찰이 이번 사건을 맡아 수사하기를 기대했을 수도 있습니다. 검사의 직무상 범죄에 대한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를 막기 위해 공수처를 설치했지만 친정부 성향의 김오수 검찰총장이나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이 지휘하는 검찰이 오히려 윤 전 총장에 대해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건에 대한 우선적 관할권을 가진 공수처가 검찰에 사건 이첩을 요청한 건지, 아니면 검찰이 자체적인 판단으로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한 건지는 불명확하지만, 아무튼 검찰로서는 조직 전체의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을 수 있는, 조직의 치부를 수사해야 하는 부담을 덜게 됐습니다.


한편 공수처에서는 윤 전 총장 측이 고발한 '제보 사주' 의혹에 대한 수사도 함께 진행되고 있습니다.


공수처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을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에 나섰지만, 보안상 이유 등으로 수사에 여러 가지 제한이 따르는 상황에서 박 원장과 제보자 조씨 사이의 공모 관계를 파헤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입니다.


만에 하나 박 원장이 야당의 유력 대선 후보인 윤 전 총장을 곤경에 빠트릴 수 있는 '고발 사주' 의혹 제보를 조씨와 공모한 사실이 수사로 확인될 경우 박 원장 개인은 물론 문재인 대통령까지 치명상을 입게 되고, 나아가 이번 대선에서 여당에 결정적인 악재로 작용할 것이 분명한 만큼 공수처 입장에서도 섣불리 수사하기는 쉽지 않은 사건입니다.

문제는 시간… 공수처·검·경 수사 역량 비교될 듯

이처럼 '대장동' 의혹과 '고발 사주' 의혹에는 여야 유력 대선 후보가 연루돼 있지만 실제 이 지사나 윤 전 총장이 기소돼 재판에 넘겨질 가능성은 현재로선 아주 낮은 상태로 보입니다.


문제는 공수처나 검찰, 경찰이 두 사람에 대해 '범죄 혐의가 없다'거나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수사 결과를 언제 낼 수 있을지입니다.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건을 얼마나 신속하게 수사해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수사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지 이들 수사기관의 역량을 비교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내년 3월 9일 대선까지는 불과 5개월이 남았습니다.


이 지사는 이날 여당 대선 후보로 선출될 것으로 보이고, 2차 컷오프를 통과한 윤 전 총장은 당내 후보 중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이 지사와 윤 전 총장 두 사람이 각각 여야의 대선 후보로 맞붙을 가능성이 큰 상황입니다.


아직 남은 국민의힘 경선 과정이나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에서 두 의혹에 대한 수사는 지속적으로 두 사람의 지지율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어떤 식으로 수사가 흘러갈지, 또 언제 수사 결과가 발표될지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먼저 시작된 공수처의 '고발 사주' 의혹 수사는 이르면 이달 중 마무리가 될 가능성도 있어 보이지만, 뒤늦게 불거진 '대장동' 의혹 사건은 수사 대상이 너무 광범위해 이번 대선 정국 내내 이슈가 될 전망입니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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