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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법썰] 불륜 발각에 '성폭행' 무고…"'피해자다움' 배제하고 봐도 유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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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법썰] 불륜 발각에 '성폭행' 무고…"'피해자다움' 배제하고 봐도 유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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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대현 기자] "존경하는 재판장님. 사회 초년생인 저는 직장 상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을 뿐, 결코 누명을 씌우려고 허위신고한 사실이 없습니다."(피고인)


지난달 18일 서울중앙지법 서관 3층의 한 법정.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 직원인 20대 여성 A씨가 성폭행 피해를 주장하며 흐느꼈다. 하지만 그의 신분은 피해자가 아닌 무고 혐의의 피고인이었다.

검사 "불륜사실 숨기려 허위신고"

A씨는 '직장 선배 B씨가 2017년 7월 집에 들어와 술에 취한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2018년 3월 신고했다. 하지만 B씨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검찰은 A씨를 무고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신고 두달 전 B씨의 아내가 두 사람의 불륜사실을 알고 손해배상을 청구하자, A씨가 이 같은 허위신고를 했다고 본 것이다.

검사는 재판 과정에서 두 사람의 카카오톡 대화록, 커플링 주문서, 호텔 숙박 영수증 등을 증거로 제시했다. 대화록엔 이 사건 성관계 이후에도 두 사람이 여행지를 정하거나 커플링을 맞추기로 한 내용 등이 담겨있었다.


검사는 "피고인은 불륜사실을 은폐하려고 B씨를 허위고소하고도 전혀 반성하지 않고 범행을 부인하고 있어 매우 죄질이 불량하다"며 "피고인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변호인 "정규직 심사 앞둔 시기… 피해자다움 강요하지 말라"

A씨 측은 반면 "연인 관계가 아니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 출범 초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이 추진되던 중 B씨가 회사에 영향력을 행세할 듯 행동했고, 당시 비정규직이던 A씨는 제대로 된 대응이나 신고를 할 수 없었다고 항변했다.


변호인은 "진정한 성폭력 피해자라면 마땅히 이렇게 했을 것으로 보이는 행동, 즉 '피해자다움'을 보이지 않았다고 피고인을 공격해선 안된다"며 "당시 정규직 심사를 앞둔 비정규직 사원으로서 전전긍긍한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씨는 최후진술에서 "가족에게 정규직이 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고통의 시간을 참았는데 결국 화살이 돼 돌아왔다. 공사에선 (집행유예를 포함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일자리를 잃게 된다"고 오열했다. A씨 측은 "불기소 처분 내지 무죄 판결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판사 "피해자다움 적용하지 않아도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들 보여"

지난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7단독 남신향 판사는 A씨의 혐의를 유죄로 보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피해자다움을 잣대로 판단하려 하지 않았다고 강조하면서도, A씨에겐 무고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두 사람의 만남 횟수 및 장소, 문자 등을 보면 이 사건 성관계는 합의에 따라 이뤄졌고, 그 무렵 피고인도 상당한 호감을 갖고 만났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며 "성폭력 피해자로서 마땅히 이렇게 했을 것이란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 해도 피고인은 성폭행당한 후 피해 여성의 행동이라 보기엔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들을 보였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B씨가 정규직 전환에 영향력을 행사할 듯 행세하며 직장 내 계약직 미혼 여성들의 호감을 사기 위해 행동하고 다녔다고 해도 (심사 대상자) 약 90%가 전환되기 때문에 '전환을 앞둬 B씨의 일방적 구애에 끌려다녔다'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더욱이 신고도 B씨의 아내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후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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