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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하다 순교?... '10년 간병' 남편 죽음의 미스터리 [서초동 법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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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후유증' 남편 10년 간병한 아내
남편의 새벽기도 강요에 부부싸움
2심 재판부, 1심 뒤집고 징역 2년6개월

[이미지출처=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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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대현 기자] "피고인 생각엔 남편이 왜 돌아가신 것 같아요?"(재판장)

"글쎄요. 기도하다 돌아가셨으니 '순교'가 아닌가 생각했어요."(피고인)


지난달 8일 서울고등법원 3층의 한 법정. 형사13부 재판장 최수환 부장판사가 살인 혐의를 받는 A씨(59·여)에게 "피해자가 돌아가시기 전날부터 당일까지, 3~4분 간격으로 기억나는 대로 말해보세요"라고 말했다.

2017년 12월18일 밤. A씨는 남편 B씨와 크게 다투며 얼굴 등을 할퀴었다. B씨가 연초부터 매일 3시간씩 '새벽기도'를 강권했기 때문이다. A씨는 B씨가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혼자 움직일 수 없게 된 10년 전부터 대소변을 받는 등 매일 간병했다. 다니던 일도 그만뒀지만, 매해 병원비만 700만원이었다.


부부는 이튿날 새벽기도 문제로 다시 다퉜다. 이날 오후 2시쯤 B씨가 사망했다. B씨에게선 전날 A씨가 할퀸 상처 외에 얼굴과 목 등에서 무언가의 압박에 의한 '내출혈'이 발견됐다. 검찰은 남편의 목을 조르고, 코와 입을 막아 살해한 혐의로 A씨를 재판에 넘겼다. A씨는 혐의를 부인했다.


앞선 1심이 무죄를 선고한 사건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B씨가 사망한 경위를 5개의 가능성을 두고 따져봤다. ▲질병사 ▲사고사 ▲스스로 극단적 선택 ▲A씨에 의한 타살 ▲제3자에 의한 타살 등이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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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국과수 부검 결과 B씨에게선 사망을 야기할 만한 질병이 발견되지 않았다. B씨가 어떠한 사고로 죽었다고 볼 정황도 없었다. A씨도 그런 진술은 하지 않았다. 세수나 면도도 혼자 할 수 없는 B씨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보기도 어려웠다. B씨의 사망 전 이틀간 함께 있던 사람은 A씨 뿐. 남은 가능성은 하나였다.


관건은 B씨를 부검한 국과수 C 법의관의 진술이었다. 그는 당초 "비구폐색성질식사(코나 입 막힘으로 인한 질식사) 가능성을 부검 소견만으로 배제하기 어렵다"면서도 사인을 '불명'으로 적어냈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론 A씨가 살인의 고의로 B씨를 목졸라 살해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없이 충분히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1심 결론이 나온 배경이다.


C 법의관은 하지만 항소심 법정에 나와 이렇게 강조했다. "비구폐색성질식사 여부는 부검 소견만으로 단정적으로 진단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최종적으론 수사결과와 종합해 판단해야 합니다."


지난 19일. 재판부는 "A씨 행위와 B씨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 및 A씨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며 1심 판결을 뒤집고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다만 "피고인은 10년 이상 피해자를 꾸준히 간병했고, 다니던 직장을 그만둬 경제적·정신적 어려움을 겪었다. 피해자의 형제가 선처를 호소했다. 아들은 처벌불원 의사를 밝혔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씨는 선고 즉시 법정구속됐다. 그리고 2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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