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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년생 순자씨]종교·봉사로 교류 확대 '김권사님', 남편과 정치 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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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여성 베이비부머 리포트 #2
누구의 엄마 불리던 여성들
종교활동 통해 사회적 호칭
권사·보살님 구체적 직분 얻어
단순 신앙 넘어 사회생활 공유
정치도 관심, 집회 현장도 나가

위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윤동주 기자 doso7@

위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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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자씨: 1955년~1963년생 여성이라는 출생 코호트를 떠올리며 생각할 수 있는 막연한 이미지의 집합체이자, 동 시대 가장 흔했던 여성 이름 중 하나. 이들을 보다 입체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설정한 가상의 인물(persona)이다. 그 이전 세대지만 영화 ‘미나리’에서 어머니의 희생을 연기한 배우 윤여정의 극중 이름도 김순자였다.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세종), 이현주 기자, 손선희 기자(세종)] # 가족이 모였을 때 정치 얘기가 나오면 말 없이 과일을 깎던 ‘순자씨’가 달라졌다. 어느 정당에 누구는 찍으면 안 된다거나 누구는 이런 정책을 냈기에 꼭 돼야 한다는 구체적 의견을 내놓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엔 순자씨가 남편과 자녀들에게 누구를 뽑을 거냐고 먼저 물었고, 처음으로 정치 기사에 스마트폰으로 댓글을 달아봤다. 정치 얘기는 교회 권사님들과의 모임에서도 이어진다. 자신이 좋아하는 기자의 포털 사이트 페이지를 공유하면서 구독하라고 권한다. 내년 대통령 선거는 올림픽 보다 더 흥미진진한 이슈다. 코로나19 여파로 대면 예배는 줄었지만 평일 오후나 여유 있는 주말엔 삼삼오오 커피 전문점에서 만나기도 한다. 권사님들과 하루 빨리 대면 봉사활동을 할 날을 순자씨는 기다린다. ‘지난 번 대선 땐 유명 정치인도 함께 했었는데…’ 기억을 떠올려 본다.


베이비붐 세대는 전후시기에 태어나 끼니를 걱정해야 할 정도의 극빈한 상태를 경험했지만 경제개발계획의 근대화 과정도 온 몸으로 겪으며 교육과 경제성장의 혜택도 동시에 맛 봤다. 이들이 14~24세에 해당하던 1977년 국민 1명당 총소득(GNP)이 1000달러를 돌파하고, 100억달러 수출을 달성했다. 교육 수준은 과거보다 높아졌지만 성역할의 고정관념까지 바꾸진 못했다. 남성은 외부에서, 여성은 주로 집안에서 노동을 하는 시간을 거쳐 베이비부머 여성들의 사회적 자본은 빈약해졌다. 그러나 ‘누구의 엄마’로 불리던 순자씨에게도 사회적 호명이 이뤄질 기회가 생겼다. 대표적인 사례가 종교 활동을 통한 사회적 지위 획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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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활동 통해 얻은 ‘사회적 호칭’= 순자씨들은 종교단체(교회, 성당, 절 등) 내에서 ‘권사님’, ‘보살님’ 등으로 불리며 구체적인 직분을 얻는 경험을 하게 된다. 종교단체는 한 동네, 가까운 구역에 사는 커뮤니티인 경우가 많아 그 일원은 운동이나 취미 활동, 쇼핑과 같은 일상을 나누는 관계로 발전할 수 있었다. 일부 50~60대 여성들에게 종교 활동은 단순 신앙을 뛰어 넘어 생활로 자리잡아가는 추세다. 예배나 미사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종교적 가치와 경험을 공유하는 사람들과 깊은 인간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홍성희 계명대 소비자정보학과 교수는 ‘여성 베이비부머의 사회참여활동에 관한 질적 연구(2017)’에서 "이 세대 여성들은 종교가 제공하는 많은 활동을 ‘직장생활 하듯이 바쁘게’, ‘재미있게’ 하면서 생활의 일부로 참여하고 있었다"면서 "한 연구 참여자는 ‘태어나서 제일 잘 한 것이 천주교를 택한 것’이라고 할 만큼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기도 했다"고 했다.


6070 女 자원봉사 참여율 42.3%
종교단체 추천 75.2% 최고
경제적 여력 있고 자녀 독립 후
취미·봉사 통해 사회참여 높아

아시아경제가 만난 다수의 베이비부머 세대 여성들도 실제 종교활동을 계기로 다양한 사회적 경험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었다. 60대 초반의 A씨는 자녀들이 모두 독립하자 뒤늦게 신학대학에 응시했고, 이 경험은 크리스찬 최고경영자(CEO) 과정까지 이어졌다. 현재는 주변 학우들과 개별 포럼 형태의 사조직을 꾸려 운영하고 있다. 50대 중반 B씨는 평소 다니던 교회 봉사활동을 계기로 정치적 영역까지 관심을 갖게 됐다. 같은 교회를 다니는 또래들과 나들이 가듯 집회 현장에도 종종 다녔다. 이 때문에 자식, 며느리와 설전이 붙기도 하지만 B씨는 그마저 즐기고 있다.

◆관계는 사회적 자본…삶의 질 높여= 종교 및 지역 사회를 기반으로 한 유대 관계는 봉사 활동 같은 사회 참여로 확대된다. 이 같은 추세는 고령여성에게서 두드러진다. 행정안전부가 한국자원봉사문화에 의뢰해 받은 ‘2020 자원봉사활동 실태조사 및 자원봉사활동 기본법 개정 연구’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자원봉사 참여자 중 60~70대 여성(베이비부머 세대 별도 산정 안됨)의 참여율이 42.3%로 전 세대에서 가장 높았다. 같은 연구보고서에서 자원봉사 참여를 추천한 단체를 묻는 질문(복수응답 가능)에 전체 여성의 61.7%(남성 51.6%)가, 전체 연령 가운데 50~59세 65.5%, 60~79세 75.2%가 종교단체라고 답했다. 다른 단체(직장·시민단체·비공식 소모임·학교·사회적 경제조직·직능단체 등)도 조사대상이었는데, 50% 이상 응답을 얻은 건 종교단체가 유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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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노년기에는 일과 사회적 역할이 감소할 수 있는데 봉사활동과 같은 경험이 경제적 자본의 감소를 대체하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본다. 황남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고령사회연구센터장은 "베이비부머 세대는 과거 노인세대에 비해 교육 수준, 경제 수준이 높다. 또 자녀 수가 적다는 특징도 있다"면서 "경제적 여력이 뒷받침되는 상황에서 자녀를 독립시키고 난 뒤 시간이 생기다 보니 사회 참여에 대한 욕구가 높아졌고 취미생활을 하거나 봉사활동, 일자리 방식으로 사회에 적극 참여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전통적인 가족 관념도 과거 여성 노인 세대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대표적인 예가 이혼이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25~29세 연령의 이혼율은 전년대비 10.3%, 30~34세는 9.2% 감소한 반면, 같은 기간 55~59세는 3.7%, 60세 이상은 6.8% 증가했다. 졸혼과 같은 신 풍속도도 그간 볼 수 없었던 삶에 대한 새로운 지향점으로 볼 수 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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