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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호 교수의 외교 오딧세이] 윤영관 前 장관 "세계 10위권 국가 韓, 국제질서 바라보는 시각은 아직 19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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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첫 외교수장 출신…"'동맹이냐 민족이냐'는 잘못된 이분법"
해양-대륙세력 각축장 되어온 한반도의 역사적 특수성 미국에 알려야
미중 신냉전 이념대결 심화될 경우 대타협 힘들어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황재호 교수의 외교 오딧세이] 윤영관 前 장관 "세계 10위권 국가 韓, 국제질서 바라보는 시각은 아직 19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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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이라는 ‘빅2’가 세계 패권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미·중은 군사 뿐만 아니라 경제, 인권 등의 이슈에서 한치 양보 없는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빅2 사이에서 한국의 외교는 더욱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북한은 핵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일본은 과거사, 독도 이슈를 놓고 우리와 대립하고 있습니다. 정교한 대북 정책과 대일 정책이 필요한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이에 아시아경제는 국내외 외교 전문가와 석학들을 통해 한반도 정책의 혜안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한반도 정책 전문가이자 아시아경제 필진인 황재호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가 매주 외교 전문가와 석학들과 대담을 갖는 ‘황재호 교수의 외교 오딧세이’라는 타이틀로 기획을 시작합니다.


2. 참여정부의 첫 외교수장, 윤영관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명예교수(전 외교통상부 장관)


대담/황재호 한국외대 교수

황재호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는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글로벌전략협력연구원장을 맡고 있다. 런던정경대(LSE)에서 국제관계 박사학위를 받았다.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과 황재호 한국외대 교수가 10일 아시아경제 회의실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과 황재호 한국외대 교수가 10일 아시아경제 회의실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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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2일 미국과 일본, 인도, 호주 등 4개국 협의체인 '쿼드(Quad)'가 첫 정상회담을 개최했습니다. 이번 주 도쿄와 서울에서 미일, 한미 외교·국방장관 2+2회담을 열었습니다. 이어 18일 미중 최고위 외교사령탑이 미국 앵커리지에서 직접 회담을 하였고 미 국방장관은 인도를 별도로 방문하였습니다. 미국의 전면적 전방위적 외교안보 행보 속에 미국이 여전히 글로벌 무대의 중심임을 보여주었습니다. 아무래도 미국의 대외전략부터 여쭈면서 시작해야겠습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월 3일 백악관을 통해 국가 외교·군사 전략의 청사진을 담은 '국가안보전략 중간지침'(Interim National Security Strategic Guidance)을 발표했습니다. 바이든 4년 신전략을 어떻게 평가, 예상하시는지요?


▲말씀하신 일련의 외교 행보는 트럼프 시대와는 완전히 달리 미국이 국제적 리더십의 회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최근 발표된 ‘국가안보전략중간지침’은 바이든 행정부 대외전략의 4가지 키워드를 제시합니다. 그것은 민주주의, 동맹, 다자주의, 중산층입니다. 동맹과 연대하고 다자네트워크를 활용해서 민주주의를 국내외적으로 회복, 확산시키고 미국의 리더십을 강화하겠다는 것이지요. 대외경제정책도 대기업이 아닌 중산층에 득이 되게 하겠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전략목표가 성공할 것이냐인데, 성공하려면 크게 분열되어있는 미국을 통합해나갈 바이든 대통령의 리더십이 중요합니다. 만일 통합에 실패하여 2022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패배하면, 미국의 대외전략 실행과 국제적 리더십 회복은 힘들어지고 미국뿐 아니라 국제질서 전반이 다시 흔들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바이든 외교는 바이든과 트럼프의 이름을 합성하여 ‘바럼프’라고 부를 수도 있습니다. 즉, 겉모습은 바이든 정부이지만 트럼프 시기의 정책방향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입니다.


▲교수님 말씀으로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질적으로는 트럼프 정부의 외교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인데 저는 질적으로도 상당한 차이가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트럼프의 경우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리더십 역할을 버리는 외교노선을 추진한 반면, 바이든은 국제사회에 적극 참여하여 리더십을 행사하겠다는 것입니다. 다만 바이든 정부 역시도 미국의 상대적 국력 약화라는 상황변화를 의식하는데, 그들은 이제 미국 혼자 힘으로는 안 되니 동맹과 다자네트워크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해보겠다는 생각이지요.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과 황재호 한국외대 교수가 10일 아시아경제 회의실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과 황재호 한국외대 교수가 10일 아시아경제 회의실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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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타계한 조지 슐츠 전 국무장관은 국제정치를 정원에 비교했습니다. 국제질서의 근본적인 것을 바꾸는 조경사와 국제질서를 관리하는 정원사 중 바이든은 어느 쪽에 해당할까요?


▲시대적인 상황에 따라 조경사가 되느냐 정원사가 되느냐가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국가안보전략 중간지침은 현재 상황을 역사의 변곡점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바이든은 트럼프와 다른 새 방향을 제시하고 국제질서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조경사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트럼프의 경우도 2차대전 이후의 미국 외교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꾸려 했기에, 조경사의 모습을 보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트럼프와 바이든 모두 조경사의 측면이 강하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역사의 변곡점이란 표현처럼 마중 모두 큰 변화의 시점에 서있습니다. 미중 경쟁 구도에서 우리의 선택과 대응은 어떠해야 하는지요?


▲한반도의 역사를 살펴보면 한반도에서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군사적으로 부딪칠 때 엄청난 고난을 겪어왔습니다. 임진왜란, 청일전쟁, 로일전쟁, 식민지화, 분단, 한국전쟁 등이 다 그런 사례들입니다. 지금도 분단 상태에서 중국을 바로 이웃에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지정학적 특수성에 대한 미국 사람들의 이해는 별로 깊지 못합니다. 그들은 최강국의 입장에서 전 세계 국가들을 상대하고 있기에 한국 문제를 바라보는 시간적 범위(time span)가 우리보다 훨씬 짧아 대체로 625전쟁이 터졌던 1950년대부터 시작합니다. 그래서 한국 및 한반도 문제의 특수성을 미국인들에게 인식시키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와 가치외교, 글로벌 협력 차원에서는 미국과 동맹으로서 함께 가되, 군사적 차원에서는 한반도에서 동맹의 타겟을 중국으로까지 확대하지는 말자고 설득해야 될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호주나 일본과는 차별화된 동맹 관리를 요구할 필요가 있겠지요. 중국에 대해서는 우리가 민주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그에 따라 우리가 정한 외교의 방향을 이해해줄 것, 그러나 중국의 군사적 우려는 해소하도록 우리가 노력할 것임을 밝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장관님께서는 여러 글에서 강대국이 아닌 이상 원칙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하셨습니다. 한국외교에게 부족한 것은 원칙일까요, 유연성일까요?


▲한국의 역대 정부들이 외교에서 원칙이 갖는 효용성에 대해 깊게 고민하지 못한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민주주의를 국가이념으로 규정하고 있는 국가이자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 입장에서 미국이 내세우는 민주주의와 가치의 강조 및 확산에 대해 동의하고 우리 외교의 일반적 원칙으로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미국이 강조하는 민주주의 또는 가치, 그리고 글로벌 이슈들과 관련해 협력해주면서, 한반도 평화 정착에 미국이 더욱더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나오도록 유도하는 용미(用美)전략을 시행하는 것이 바로 유연성이 높은 외교라고 생각합니다.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과 황재호 한국외대 교수가 10일 아시아경제 회의실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과 황재호 한국외대 교수가 10일 아시아경제 회의실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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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한미일 협력을 강조하고 있고, 한국도 미국의 대북정책 지지 유도를 위해 최근 한일관계 개선에 나선 듯합니다. 이는 유연성에 해당될까요?


▲한일관계 문제는 한국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1965년 한일관계가 수립된 후 지금까지 참 굴곡이 많았습니다. 그런 중에도 한가지 원칙으로 양국이 지켜왔던 것은 역사문제와 경제, 안보 등 기타문제는 분리해서 투트랙으로 접근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원칙을 아베 총리가 한국에 경제제재를 하면서 먼저 깼습니다. 어찌되었든 그러한 원칙을 회복하고 관계개선을 위해 우리 정부가 노력하는 것은 유연한 자세이고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한일관계를 회복하면 단순히 거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중국이나 미국을 향한 우리의 전략적 입지도 강화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쿼드 플러스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가요?


▲앞에서 제가 언급한 한국의 지정학적 특수성과 연관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민감하다는 것이지요. 그런 맥락에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관련해서는 비군사적 측면에서 협력할 분야들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 쿼드의 경우에는 향후 어떻게 진행이 될지, 즉 군사협력 측면이 어느 정도나 강조될지 두고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플러스 쓰리(+3) 국면으로 진입하기까지는 앞으로도 제법 시간이 있을 것입니다. 서두를 필요는 없습니다.


-한미동맹을 강화하기 위한 실질적인 협력은 무엇일까요?


▲글로벌 협력 차원에 집중해서 보자면, 한국은 상당한 역량을 키워왔습니다. 기후변화, 방역, 개발협력 분야 등이 그렇습니다. 녹색성장과 2050탄소중립선언, 코로나 방역, 경제발전 경험 공유 등이 그 사례지요. 추가적으로 IT 및 첨단산업 분야에서도 한국은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국가입니다. 이러한 역량을 바탕으로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글로벌 협력의 목표들을 달성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과 황재호 한국외대 교수가 10일 아시아경제 회의실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과 황재호 한국외대 교수가 10일 아시아경제 회의실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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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미중 신냉전이 시작되었다는 시각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미중 대타협은 가능할까요?


▲저는 지금의 미중 대립 관계가 신냉전으로까지 심화될 경우 가장 중요한 변수는 이념 변수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미중 간 이념 대결이 심화된다면 대타협은 갈수록 힘들 것입니다. 대타협이 이루어지기 위한 필수조건 중 하나는 중국이 지금의 권위주의 강화 추세에서 반대 방향으로 선회하고, 미국이 국내 통합에 성공해서 민주주의 리더십을 국내외적으로 확립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2015년에 '외교의 시대 ? 한반도의 길을 묻다'라는 책을 쓰셨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외교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인가요? 우리 외교의 방향에 제언을 해주신다면?


▲우리 외교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맨 먼저 국내 정파적 관점이나 이념적 선호를 떨쳐버리고 냉철하게 한반도 주변과 세계 정치의 흐름을 꿰뚫어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한 흐름 속에 우리의 국가이익을 철저히 계산하고 국익 실천을 위해 전략, 전술, 지혜를 초당적으로 모아야 한다고 봅니다.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과 황재호 한국외대 교수가 10일 아시아경제 회의실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과 황재호 한국외대 교수가 10일 아시아경제 회의실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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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현장 사령탑과 대학 상아탑에서 국제정치학을 가르치셨습니다. 장관으로 계셨을 때 현실과 이론 사이 가장 큰 갭 또는 일치하는 것은 무엇이셨습니까?


▲제가 장관으로 재직할 당시에 붙들고 씨름했던 한 가지 문제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동맹이냐 민족이냐”라는 잘못된 이분법적 논리였습니다. 동맹과 민족은 상충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민족의 미래를 위해 동맹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계속 주장해왔습니다. 우리 민족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선 동맹의 협조가 긴요합니다. 현재 한국의 국력은 세계 10위권까지 매우 높아졌는데도, 우리가 국제질서를 바라보는 시각은 아직도 19세기 저항적 민족주의의 시각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앞으로는 더 적극적이고 열린 시각을 가지고, 국제사회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응해야 할 것입니다.


-장관님을 한 단어로 표현하신다면 어떤 단어가 있을까요?


▲저는 중고등학교 때부터 “왜 한국은 분단이 되었고, 그로 인해 힘든 삶을 살아가는가?”에 대해 많이 생각해 왔고 그래서 국제정치를 전공으로 택했습니다. 그런데 한반도 분단과 평화의 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제 삶을 관통하는 주제와 관련하여, 저를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한반도의 평화를 꿈꾸는 사람’이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정리/이지은 기자 leezn@

녹취/신의찬 글로벌전략협력연구원 연구원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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