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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 '타초경사'와 풍선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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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풀을 두드려 뱀을 놀라게 한다는 뜻의 '타초경사(打草驚蛇)'라는 말은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된다. 먼저 의심이 가는 적의 상황은 살피고 행동을 취하기 전까지도 상황을 면밀히 살펴본다는 의미로 손자병법의 36계 중 제13계에 해당한다. 위험을 사전에 예방하고 차단하는 것은 '타초경사'의 핵심이다.


반대로 공연히 문제를 일으켜 화를 자초한다는 뜻도 있다. 이럴 경우 타초경사의 우(愚)를 범한다는 말로 흔히 사용된다.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꼴이 된다는 의미다.

'영끌(집을 사기 위해 영혼까지 끌어모음)', '빚투(빚내서 투자)', '패닉바잉(공황구매)' 등은 문재인 정부 들어 생긴 신조어다. 벌써 24번째까지 나오며 현 정부 들어 멈추질 않는 부동산 대책과도 관련이 깊다. 또 최근에는 '벼락거지'란 신조어도 회자되고 있다. 집값이 내릴 것이라는 정부 약속을 믿고 아파트 구입을 미뤘다가 매매가와 전셋값이 모두 올라 이도 저도 할 수 없게 된 사람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갑자기 큰돈을 번 '벼락부자'와 달리 본인 소득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음에도 주변 주택가격이 뛰는 바람에 자산이 하락한 무주택자를 칭한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3분기 시ㆍ도 서비스업 생산 및 소매판매 동향'에 따르면 서비스업 생산은 운수ㆍ창고, 숙박 및 음식점업을 중심으로 특히 부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화하면서 대면 서비스업이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서비스업의 전반적인 부진에도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한 업종이 있다. 부동산과 금융ㆍ보험이다. 16개 광역시ㆍ도 모두에서 크게 상승했다. 특히 서울은 1년 전과 비교해 금융ㆍ보험(27.6%), 부동산(16.2%)이 모두 두 자릿수 상승을 기록했다. 그 덕에 전체 서비스 생산(2.2%)도 오히려 늘었다.

부동산 생산이 많아진 것은 부동산 '패닉바잉' 때문이다. 지난 3분기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다시 급등하면서 무주택자들이 아파트 매수에 대거 나섰다. 실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7월 전국의 주택 거래량(14만1419건)은 2006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7월 역대 최대 거래를 기록했다. 여기에 '동학개미' 등을 중심으로 한 주식 '빚투' 열풍이 더해지면서 금융ㆍ보험 생산도 많이 늘었다.


금융권 대출은 부동산 대책과 뗄래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부동산 대책에 이어 정부가 줄기차게 내놓고 있는 대출 규제 강화방안도 그렇다. 부동산 규제를 위해 금융 규제 카드를 쓰는 모습이지만 실상은 여의치 않다. 금융당국이 고소득자를 대상으로 신용대출 규제를 예고하자 규제 시행 전 최대한 대출을 받아 놓으려는 '대출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이 고소득자의 신용대출 규제 방안을 발표하자 이후 1주일 만에 5대 주요 은행의 신용대출은 1조5000억원 넘게 늘었고 마이너스 통장 개설 규모 또한 2배 가량 급증했다. 신용대출 규제 시행에 앞서 '막차'를 타기 위해 미리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해두려는 사람들도 크게 늘어났다.


문재인 정부가 치솟는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고 여러 대책을 내놨지만 이제는 과연 정부가 '시장(市場)'을 잡을 수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오히려 금융시장마저 각종 규제로 옭아매면서 오히려 타초경사로 풍선효과만을 일으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끊임 없는 관피아ㆍ정피아 논란에도 왜 금융권에서는 '역량 있는' 관이나 정계 출신을 협회장으로 원하고 있을까. 시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당국에 대신 의사를 피력해줄 수 있기를 바래서 일수도 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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