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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④폭발하는 수요, 국가위상 확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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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시멘트산업사

석유파동으로 어려움을 겪던 시멘트산업은 1988년 서울올림픽 등 국제 행사가 열리면서 인프라 조성을 위한 대규모 공사가 시작됐고, 이로 인해 시멘트산업은 다시 활기를 띄게 된다. [사진=한국시멘트협회]

석유파동으로 어려움을 겪던 시멘트산업은 1988년 서울올림픽 등 국제 행사가 열리면서 인프라 조성을 위한 대규모 공사가 시작됐고, 이로 인해 시멘트산업은 다시 활기를 띄게 된다. [사진=한국시멘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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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한국은 연간 6000여만톤의 생산규모를 갖춘 세계 12위의 시멘트 대국이다. 시멘트 기술면에서도 1980년대부터 해외에 생산기술을 수출할 만큼 시멘트 선진국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은 한국 시멘트산업의 위상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지난 60~70년대 경제발전기 국가기간산업의 역할을 다했지만, 2000년대 들어 환경을 망치는 공해산업으로 낙인찍히면서 국민 관심사에서 멀어졌기 때문이다. 최근 시멘트산업은 친환경산업으로의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본지는 미운오리에서 백조로 거듭나고 있는 한국 시멘트산업의 역사를 10회에 걸쳐 재조명해 본다.[편집자주]


새마을 운동으로 탄력받은 시멘트산업의 발전은 1, 2차 석유파동을 겪으면서 위기를 맞게 된다. 1973년 1차 석유파동과 1978년부터 1981년에 걸쳐 지속적인 유가상승을 가져온 2차 석유파동으로 시멘트산업은 늘어나는 비용으로 업계는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1980년대 들어 석유파동으로 인한 위기가 심각해지자 업계는 연료를 유연탄으로 대체하기까지 심각한 위기 상황으로 내몰렸다. 당시 항공, 선박 등과 마찬가지로 시멘트산업도 유류다소비형 산업으로 유가상승으로 인한 타격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아랍산유국들이 석유가를 배럴당 20달러이상으로 인상하고 나서부터 시멘트산업은 엄청난 동력비와 여건악화를 감당하지 못해 좌초할 위기까지 내몰리게 된다.


당시 시멘트산업이 필요로 하는 벙커C유는 우리나라 총 소요량의 12%에 달했다. 그 마저도 발전용을 제외하면 24%수준이어서 석유에 대한 의존도가 심한 상황이었다. 유류대가 연간 800억원이었는데 추가부담만 480억원이 늘어나고, 전력비도 552억원의 요금이 발생하는 등 위기는 계속됐지만, 시멘트 출하는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태였다.

결국 석유파동은 연료를 벙커C유에서 유연탄으로 대체하는 공정이 마무리 되면서 위기에서 벗어나게 된다. 유연탄으로 연료가 대체되자 1984년까지 5년간 무려 4920억원의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게 됐고, 시멘트산업은 다시 활기를 띠게 된다.


유연탄 연료 대체는 공정의 자동화 등을 통한 원가절감과 경영합리화의 성공을 가져왔다. 이 과정에서 의외의 성과도 거두게 되는데 바로 서한실업의 성공적 운영이다. 1976년 불황극복을 목적으로 설립했던 공동판매업체인 서한실업은 위기 때 적절한 운영으로 난국을 극복하는데 큰 몫을 한 것으로 평가 받았다.


이 기간 중 수요측면에서 특기할 만한 사항은 고속도로의 시멘트콘크리트 포장이다. 1981년 10월, 대구-광주간의 88올림픽고속도로 17.51cm를 전단면, 전 구간 시멘트콘크리트 포장으로 시공, 2년 8개월만에 성공적으로 준공하면서 정부는 향후 고속도로나 신설도로에는 가능한 한 시멘트콘크리트로 포장한다는 결정을 내리게 된다.


80년대 중반 들어 시멘트업계는 다시 반전의 계기를 맞이하게 된다. 바로 국제적인 스포츠 행사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 중추적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1980년대 초반부터 불붙기 시작한 아파트 중심의 주택건설과 1986년 아시안게임, 1988년 서울올림픽에 대비한 도시재개발 사업, 각종 경기장 건설, 지하철 건설 확충 등 다양한 사회간접자본(SOC) 확충 사업이 활발히 추진된다.


이 공사에 필요한 시멘트를 충당하기 위해 80년대 중반 국내 시멘트 업계는 구형 킬른을 새로운 소성방식인 NSP형 킬른으로 개조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열효율 극대화를 통해 불황과 시련을 이겨내고자 한 것이다.

석유파동으로 주연료가 벙커C유에서 유연탄으로 대체됐다. [사진=한국시멘트협회]

석유파동으로 주연료가 벙커C유에서 유연탄으로 대체됐다. [사진=한국시멘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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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생산설비의 혁신적인 변화는 고장난 설비를 고치는 단순한 공사의 차원이 아니라 채광에서 출하까지 전 공정을 뜯어 고치는 초대형 공사였기에 많은 자금과 고도의 기술이 필요해 업계로서는 일대 모험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모험은 보기 좋게 성공한다. 이 시기는 시멘트산업 전성기의 개막이기도 했다. 1980년대 중후반은 국내에서 시멘트가 생산된 이래 최대의 호황기를 구가했다. 시멘트 업체들은 88올림픽을 대비해 지방의 도로공사 등 각종 공사 현장이 조기 착공하면서 시멘트 수요가 급증하자 생산시설을 24시간 풀가동 하기에 이르렀다.


쌍용양회와 동양시멘트 등 주요 수출 업체들은 선박 스케줄이 확정된 물량만 선적하고, 내수시장에 물량을 우선 공급하는 등 돈이 있어도 구하지 못하는 것이 시멘트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한국시멘트협회 관계자는 "올림픽 특수로 인해 1988년 15.1%의 엄청난 증가율을 보였는데 수출보다 내수 공급을 채우기 위해 진땀을 흘려야 하는 당시 상황은 시멘트 업계가 어느 정도 호황이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면서 "시멘트 파동은 당시 세계 2위의 시멘트 수출국이었던 국내 시멘트 업계가 오히려 부족분을 수입하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까지 도달할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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