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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없는 선풍기…'가전제품계 애플' 다이슨, 혁신 비결은 [히든業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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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시골 청소기 제조업체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
연구개발·기능중심·실패장려 기업 문화
지난해 전기차 개발 중단 선언했으나
전고체 배터리·전기 모터 등 신제품 개발 발판으로

다이슨 창업주 제임스 다이슨 / 사진=연합뉴스

다이슨 창업주 제임스 다이슨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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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먼지봉투 없는 청소기, 날개 없는 선풍기, 손 씻기와 건조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세면대.


모두 영국 '다이슨'사 제품이다. 다이슨사는 영국 발명가 제임스 다이슨 경이 이끄는 가전기기 제조업체로, 파격적 혁신과 정제된 디자인 덕분에 '가전제품 업계의 애플'이라는 별명도 있다. 기업 성장세도 가파르다. 재무제표가 공개된 지난 2018년 기준 44억 파운드(약 6조8000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11억 파운드(약 1조7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최근 2년 동안 30~40%의 성장률을 보였다.

영국 한 시골 마을의 청소기 제조업체로 시작한 다이슨사는 어떻게 연 매출 6조 원을 훌쩍 넘긴 거대 기업이자 혁신의 아이콘으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다사다난한 청소기 개발…연구개발 역점


영국 왕립예술대학을 졸업한 뒤 산업 디자이너 겸 발명가로 일하던 다이슨은 1974년까지는 자신이 직접 발명한 정원용 수레 '볼배로우'를 제조하며 살았다.

그는 어느 날 청소기를 직접 분해했다가, 청소기 먼지봉투에 먼지가 끼면서 입구가 좁아져 흡입력이 부족해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후 그는 우연히 방문한 제재소에서 공기 회전을 이용해 공기와 톱밥을 분리하는 '사이클론' 방식을 발견한 후, 이 방식을 청소기와 접목해 먼지봉투 없는 청소기를 만들겠다고 마음먹는다.


다이슨은 무려 5127개의 시제품을 제작한 끝에 1993년 사이클론 방식을 적용한 세계 최초의 먼지봉투 없는 진공청소기 모델인 '지포스'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출시 18개월 만에 영국 진공청소기 판매 1위를 차지했다. 같은 해 다이슨은 자신의 성을 딴 기업 다이슨사를 설립하게 된다.


다이슨사의 역사는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첫 진공청소기를 출시했을 때는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얻을 수 없어 파산 일보 직전까지 몰렸다가, 일본 '에이펙스'라는 제조업체와 극적인 로열티 협상을 타결하면서 제품 개발을 마칠 수 있었다.


이 같은 경험을 간직한 다이슨사는 R&D(연구개발)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전 세계 다이슨 직원 1만2000여 명 중 절반인 6000명이 신제품 개발에 투입되는 엔지니어들이다. 이들은 영국 말메스버리와 훌라빙턴 지역, 싱가포르에 있는 연구소에 배치돼 로봇공학, 전기모터, 배터리 기술, 인공지능 등 다양한 기술 개발에 종사한다.


심지어 다이슨 자신도 여전히 최고 기술자(Chief Engineer)로서 다이슨사의 연구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다이슨 퓨어 쿨 공기청정기 디자인 / 사진=아시아경제DB

다이슨 퓨어 쿨 공기청정기 디자인 / 사진=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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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기능 따라가야"


제임스 다이슨의 디자인 철학은 "디자인은 기능을 따른다(Form follows function)"이다. 즉 디자인은 기능에 집중하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뜻이다. 다이슨사는 우선 자신들이 만들고자 하는 제품의 기능을 완전히 이해하고, 그 기능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디자인을 만든다.


이 같은 철학을 실현하기 위해 다이슨사는 독특한 방법으로 자사 직원들을 훈련시킨다. 다이슨의 자서전 '역경을 딛고(Against the odd)'에 따르면 다이슨사는 첫 출근한 직원들에게 진공 청소기를 나눠준 뒤, 그것을 분해하고 다시 조립하는 과정을 거치게 한다.


이로써 모든 직원들은 기계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스스로 깨우치게 된다. 이후 회사는 직원들에게 해당 청소기를 집으로 가져가게 해 직접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게 한다. 이로 인해 직원들은 기기의 장점과 단점이 무엇인지 스스로 관찰하고 깨달을 수 있다.


다이슨은 자서전에서 "이렇게 함으로써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는 같은 팀처럼 행동할 수 있다"며 "이 방식이 일반적인 기업 훈련이나 직원 간 경쟁보다 훨씬 낫다"고 강조했다.


다이슨사가 지난해 10월 개발 중단 소식을 전한 전기자동차 프로토타입. / 사진=다이슨

다이슨사가 지난해 10월 개발 중단 소식을 전한 전기자동차 프로토타입. / 사진=다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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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으로부터는 아무것도 배울 수 없어…실패에서 배워라"


다이슨사의 또 다른 특징은 제품 개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이슨은 지난 2012년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실패는 진행의 한 과정"이라며 "당신은 성공으로부터 아무 것도 배울 수 없지만, 실패로부터는 배울 수 있다. 내가 사이클론 진공 청소기를 개발할 때도 그랬다"라고 말했다.


다이슨은 실패를 감수하기 위해 기업 공개도 하지 않는다. 연 매출 6조원을 넘는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동안 지금껏 상장 논의가 한 번도 이뤄지지 않은 것 또한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다이슨은 지난 2016년 한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는 급격한 기업 팽창을 강요 받길 원치 않는다"며 "우리 기업이 정말로 관심 있는 것은 새 기술을 개발하고, 그 기술로 하여금 어떤 상품을 만들 수 있는지 보는 것 뿐이다"라고 강조했다.


다이슨은 지난해 10월11일 다이슨사 직원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전기 자동차 개발 계획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지난 2016년부터 영국 훌라빙턴 연구소에서 20억파운드(3조1000억원)를 투자하면서 추진해 오던 프로젝트였다. 당시 BBC 보도에 따르면 다이슨의 자동차 개발 자체는 성공적이었지만, 생산 단가 문제로 인해 양산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다이슨은 편지에서 "자동차 팀은 환상적인 차를 개발했다"며 "매우 노력했지만, 우리는 이번 프로젝트가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했다"고 개발 중단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다이슨은 "수백 명 엔지니어와 과학자, 디자이너들이 함께 훌륭한 공학적 성과를 이뤄냈다"며 "이를 다이슨의 다양한 연구개발 분야에 빠르게 적용할 수 있었기에 이번 도전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다이슨사는 전기차를 개발하면서 전기 모터, 전고체 배터리, 레이저 감지 기술, 인공지능 등도 함께 개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다이슨사는 전기차 개발 경험을 발판 삼아 전고체 배터리 연구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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