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동일규제 내세운 금융당국 "규제 역차별 개선"

'포스트 코로나' 정책방향 발표
규제 차익, 형평성 문제 개선 방침
각론선 신중한 입장도
"동일기능 규정 쉽지 않아"
"소비자 이익 부합 여부 등 따져야"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금융당국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빅테크(Big Techㆍ대형 정보통신 기업)와 기존 금융권의 역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본격적인 개선작업에 나섰다.

네이버 등의 금융 각 분야 진출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시장 내 논란을 방치하면 자칫 '디지털ㆍ데이터 중심 금융혁신' 전반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위원회는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손병두 부위원장 주재로 금융발전심의회를 개최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 금융정책 추진방향'을 발표했다.

금융당국은 이를 통해 빅테크와 금융회사 간의 공정한 경쟁 기반 구축을 원칙으로 규제 차익이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는 사례를 조사해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융당국은 특히 소비자 관점에서의 '동일기능 동일규제'가 실현될 수 있도록 규제 체계를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전날에는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을 만나 "(빅테크와) 기존 금융업권의 공정경쟁 이슈, 시스템 리스크 야기 가능성 등 우려의 목소리가 공존한다"며 금융당국과 금융권, 빅테크가 모두 참여하는 '빅테크 협의체'에 참여해줄 것을 제안했다.

금융당국은 다음 달 협의체를 구성해 과제를 발굴하고 이를 내년 업무계획에 반영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큰 틀에서 공정경쟁 환경 구축이라는 기조를 천명했으나 각론에선 다소 신중한 입장이 엿보인다. 예를 들어 '금융사와 빅테크 상호 교환 가능한 마이데이터 범위의 불균형' 등 금융지주 회장들이 제기한 '문제 사례'들을 규제정책에 고스란히 반영하는 건 그리 간단하지 않다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각 기업들이 영위하는 사업이 정말로 동일한 기능인지를 규정하기란 쉽지 않다"면서 "사안에 따라 똑같은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 금융소비자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금융시장 내 혁신적 경쟁을 촉진한다는 목적에 부합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빅테크 대응 소비자 보호체계도 수립하기로

한편 금융당국은 ▲지급ㆍ결제 불이행 및 이에 따른 시장 시스템 리스크 방지 ▲소비자 정보보호 강화 및 금융사고 발생시 보상 방안 ▲플랫폼 판매채널 및 제휴상품 출시 등에 따른 소비자 오인 피해 방지 등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에 대응하는 금융안정ㆍ소비자보호 관리체계를 마련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특히 금융사와 플랫폼 기업이 제휴나 협업을 하는 경우 준수해야하는 원칙을 별도로 수립한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이를 반영해 업권별 모범규준을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