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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혁명]자발적 디지털 노마드…'돈 되는 재능' 판다

최종수정 2020.06.22 11:25 기사입력 2020.06.22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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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고 싶을 때 일하는 플랫폼 노동 급증…중개 플랫폼도 성장
코로나19 이후 콘텐츠·서비스 판매 늘어…전 과정이 비대면
최저임금·실업보험·퇴직연금 등 제도 보호 못받는 해결 과제

[일의 혁명]자발적 디지털 노마드…'돈 되는 재능'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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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웹디자인 회사에 근무하던 이건태(33)씨는 직장을 다니며 부업으로 크몽(kmong)을 시작했다. 늘 부족한 월급을 메워보려고 시작한 부업 일감이 본업만큼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그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70만원을 들여 컴퓨터를 장만했다. 그는 서울ㆍ부산ㆍ제주를 오가며 원하는 곳에서 디자인 작업을 한다. 24시간 고객들의 문의나 수정 요청을 받아야 하고 일이 몰릴 땐 밤을 새우기도 한다. 전 직장에서는 200만원을 받고 '칼퇴근'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3배 이상을 번다. 그는 "언제든 여행을 갈 수 있고 일하는 만큼 수익이 생겨서 좋다"며 "일이 언제 끊길지 몰라 늘 불안하지만 직장생활을 하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진 않다"고 했다.


#유튜버 'N잡하는 허대리'는 2017년 말 다니던 스타트업에서 퇴사해 카드뉴스 콘텐츠 제작과 노하우 강의 콘텐츠로 돈을 번다. 카드뉴스 제작 업무를 했던 그의 수입은 월 230만원.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카드뉴스 공모전에 도전해 이직용 경력도 만들었지만 퇴사 후엔 이직 대신 프리랜서의 길을 택했다. 재능을 살려 그는 카드뉴스 탬플릿을 PPT로 만들었다. 사용 방법 설명서를 쓰다 그 내용으로 강의를 만들어 재능 공유 플랫폼에 올렸다. 첫 수익은 8만원. 이후 리뷰가 쌓이고 기업에서 제작 의뢰가 들어오면서 그는 6개월 만에 452만원을 벌었다. 이 경험을 토대로 투잡과 퇴사를 고민하는 이들을 위한 유튜브 영상도 꾸준히 만든다. 그는 "블로그든, 유튜브든 회사 없이 만원만 벌어보라. 스스로 생각지 못했던 잠재력이 나온다"며 "나 또한 다음 달 뭐 먹고 살지 걱정하지만 중요한 건 늘 고용되기만을 기다리진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의 단위가 쪼개진다. '일자리'를 주지 않아도 빠르고 저렴한 값에 '노동'을 제공해줄 사람을 손쉽게 구할 수 있게 되면서다. 노동을 판매하는 사람과 고객 사이에서 일감을 중개하는 플랫폼도 급성장했다. 저성장과 취업난의 그늘이 짙어지고 돈 되는 재능으로 디지털 노마드의 삶을 택하는 이도 늘었다. 극대화된 노동의 유연성만큼 사회보험이나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점은 해결 과제다.


N잡러ㆍ디지털 노마드 위한 플랫폼의 성장
크몽 본사

크몽 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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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몽 직원들이 개방된 공간에서 업무를 보거나 자유롭게 대화를 하고 있다.

크몽 직원들이 개방된 공간에서 업무를 보거나 자유롭게 대화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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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도 크몽은 마케팅ㆍ디자인ㆍ개발 등 비즈니스 작업ㆍ노동을 거래하는 대표적 플랫폼이다. 개발자 출신인 박현호 크몽 대표도 여러 번 창업을 거쳤고 디지털 노마드의 삶을 꿈꾸며 '크몽'을 만들었다. 박 대표는 "대학생 시절 PC방 관리 프로그램 등을 만들어서 팔았고 이후에는 게임 소프트웨어 쇼핑몰도 운영해봤다. 게임 사업을 하다 망한 뒤에 월 100만원만 벌 수 있으면 좋겠다 싶어 여러 가지를 시도하다 나온 것이 크몽"이라며 "혼자 일하고 여행 다니는 삶을 꿈꿨는데 크몽이 그런 사람들을 위한 플랫폼이 됐다"고 말했다.


크몽에서는 모든 과정이 비대면(언택트)으로 이뤄진다. 일감을 맡기고 결과물을 전달하고, 수정을 요청하는 과정이 모두 온라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대면이 권장되면서 크몽에서 콘텐츠나 서비스를 판매하려는 사람도 급증했다. 박 대표는 "서비스를 등록하는 사람들이 코로나19 이전보다 2배가량 늘어 승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며 "재택근무가 늘면서 N잡을 원하는 사람이 늘었고 코로나19를 계기로 프리랜서로 전향하거나 유연하게 일하려는 트렌드는 더 빠르게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크몽에 등록된 전문가 수는 8만여명, 등록된 상품 수는 약 24만개다.

박현호 크몽 대표

박현호 크몽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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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노동시장의 성장은 공급과 수요가 동시에 늘어난 덕분이다. 크몽의 연간 거래 건수는 50% 이상 늘었다. 박 대표는 "과거에는 프리랜서가 되려면 영업도 직접 해야 했고 소개나 추천으로 일감을 받았지만 크몽 같은 플랫폼이 생기면서 투잡으로 테스트해 볼 기회가 생겼다"며 "크리에이터가 하나의 직업이 되면서 취업 외에 고려할 수 있는 옵션이 늘었다"고 말했다. 이어 "2만원으로 해결 가능한 동아리 로고 작업물은 아마추어가 맡고, 500만원짜리 기업의 브랜드 작업 결과물은 전문가에게 맡기기 때문에 실력이 있다면 그에 맞는 합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기업들도 직원 채용에 드는 비용보다 전문가를 찾아 일을 맡기는 것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기업 조직도 프로젝트 단위로 움직이고 변화하는 트렌드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중시되면서다. 박 대표는 "초기에는 소상공인이나 스타트업들이 비용을 절감하려고 크몽을 많이 찾았지만 최근에는 대기업, 관공서들도 크몽에서 사람을 구하거나 일을 맡긴다"며 "기업들이 빠르고 유연하게 시장 환경에 대처해야 하고 원격으로 근무하는 솔루션이 늘어나면서 일감별로 관리하는 환경도 갖춰진 덕분"이라고 말했다.


자유보다 무서운 일감 불안

플랫폼 노동은 디지털 플랫폼의 중개를 통해 개인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보수를 받는 일거리를 말한다. 플랫폼으로 돈을 버는 사람이 늘면서 영역도 확장하고 있다. 배송, 운전, 청소 업무 등 대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긱 워커(Gig worker)'부터 IT나 디자인, 개발, 회계, 컨설팅 등 기술과 콘텐츠로 수익을 내는 웹 기반 노동을 제공하는 프리랜서들까지 다양하다.


플랫폼 노동의 성장은 저성장과 취업난, 가계소득 저하 등이 맞물려 있다. 소득이 줄고 고용이 불안해지면서 N잡을 택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퇴사 트렌드와 맞물려 업무의 시ㆍ공간 제약 없이 전문성을 키워 플랫폼 노동을 전업으로 삼는 이도 늘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우리나라 플랫폼 경제 종사자 규모 추정' 조사에 따르면 국내 플랫폼 노동 종사자는 약 54만명이다. 전체 노동자의 2.0% 수준이다. 게다가 아직 국내에서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명확한 법률적 개념이 없고 종사자 규모나 노동 실태 등을 파악한 자료도 찾기 어렵다.


플랫폼 노동자들은 늘 불안에 시달린다. 고객들의 부정적 평가는 감정 노동을 요구하고 일감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조성하기도 한다. 플랫폼 노동은 고용주(고객)와 판매자(노동자) 사이에 '플랫폼'이 포함되는 3자 관계다. 고객의 평가가 서비스 품질을 관리하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근태나 성과를 감독하는 역할까지 담당한다. 이건태씨는 "주문을 받으면 24시간 연락에 회신해야 하고 고객 평가에도 신경을 써야 해서 무리한 요구를 하는 손님을 만나도 감내해야 한다"며 "부업으로 시작하는 것은 괜찮지만 겉으로 보이는 자유로운 모습만 보고 뛰어들면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플랫폼 노동은 계약 없이 단기적으로 서비스가 제공돼 기존의 노동법이나 제도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최저임금제나 실업보험, 산재보험, 근로기준법, 퇴직연금 등 기존 사회보장 체계에서도 포괄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금은 초기단계지만 점차 플랫폼 노동시장이 커지고 서비스 가격이 하락할 경우 플랫폼 노동자들의 불안정성 문제는 더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김준영 한국고용정보원 고용동향분석팀장은 "플랫폼 기업 간 경쟁 격화와 요금 하락은 플랫폼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을 증가시키고 노동을 늘릴 수 없는 한계에 도달하면 수입 감소가 불가피해진다"고 설명했다.


한인상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플랫폼 노동은 직종이 다양하고 동일한 유형에서도 근로를 제공하는 양태가 다양한 만큼 실태조사를 거쳐 고용 형태를 분류하고 근로 조건이나 환경 등을 개선할 수 있는 입법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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