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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남방 K금융]홍콩 금융의 ★들이 소곤댄다…"빅리그로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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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 중심 공략 노리는 국내 은행들
글로벌 경쟁 한창이지만 수익성은 충분
아직은 '마이너'지만 '메이저' 공략 노려
빅리그 진출 위해서는 '대형화·현지화'가 살 길

[홍콩=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솔직히 우리가 프리미어리그 레벨은 아니라고 봅니다. 하지만 빅리그에 끼어들 발판은 마련했다고 생각합니다."


유럽리그에 진출한 프로축구 선수나 미국 메이저리그에 도전한 프로야구 선수의 말이 아니다. 국제 금융중심지 홍콩 금융시장에서 글로벌 은행들과 경쟁을 벌이고 있는 한국계 은행들의 목소리다. 자산 규모 등에서 글로벌 대형 은행에 한참 뒤처져 있지만, 국제화를 표방한 국내 은행들의 미래 전략에 맞춰 글로벌시장에서 활로(活路)를 열겠다는 의지가 충만했다.

한국계 은행과 글로벌 은행들이 몰려 있는 홍콩 센트럴 금융가. (출처 = 로이터연합뉴스)

한국계 은행과 글로벌 은행들이 몰려 있는 홍콩 센트럴 금융가. (출처 =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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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중심지 홍콩에 선 한국계 은행= 홍콩은 미국 뉴욕, 영국 런던과 함께 세계 최대 규모의 금융중심지다. 고속성장을 거듭해왔던 아시아 지역의 국제금융센터 역할을 해왔던 데다, 중국 진출의 관문 역할까지 맡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경제가 부상하면서 홍콩은 중국의 자금 조달 창구 기능을 하고 있어 금융권의 주목을 받았다. 가령 역외 위안화 자금 결제의 72.3%가 홍콩에서 이뤄졌다. 중국은 선강퉁(선전ㆍ홍콩 증시교차거래)과 후강퉁(상하이ㆍ홍콩 증시교차거래) 등 홍콩을 경유한 자본시장 개방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딤섬본드(홍콩 내 위안화 채권)를 통해 해외자금의 중국 유입을 담당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금융중심지로서 역할이 크다 보니 국내 은행 해외지점 중 홍콩에 있는 금융기관들이 가장 돈을 잘 번다. 지난해 기준 중국에 있는 국내 은행 점포들의 자산 규모는 264억3000만달러로 해외점포 가운데 1위를 차지했지만, 당기순이익은 1억5000만달러에 그쳤다. 반면 홍콩 내 국내 은행 점포들의 자산 규모는 154억2000만달러로 중국에 한참 못 미쳤지만 당기순이익으로 1억700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한국계 은행들이 수익을 낼 수 있었던 것은 홍콩의 특수성이 크게 작용했다. 금융중심지임에도 유럽이나 미국 등 선진국과 달리 한국계 은행들의 신용등급이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딜'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글로벌 은행 등이 즐비한 홍콩 금융시장에서 한국계 은행들의 위상은 그렇게 높지 않다. 메이저리그보다는 마이너리그에 속해 있다는 것이 냉정한 분석이다.

KEB하나은행 홍콩 지점 영업 창구. 하나은행은 국내 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홍콩에서 예ㆍ적금, 환전 등 소매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KEB하나은행 홍콩 지점 영업 창구. 하나은행은 국내 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홍콩에서 예ㆍ적금, 환전 등 소매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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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식 신한은행 홍콩 본부장은 "홍콩 글로벌 대형 은행들이 거래를 주선하면 한국계 은행들은 그 하위 파트너로 참여하는 수준"에 머문다고 소개했다. 글로벌 은행들이 기업들로부터 의뢰받아 신디케이트론(다수의 은행이 일정 금액을 차입해주는 중장기 대출)을 만들면, 한국계 은행들이 참여하는 식이다.


◆빅리그를 위한 조건= 홍콩에서 한국계 은행들은 이런 역할에 만족하지 않고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은행들이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과의 거래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점차 홍콩 등 현지기업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 가령 KDB산업은행의 홍콩법인인 KDB홍콩의 경우 대출 비중에서 비한국계가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이른다. 다른 은행 역시 비한국계 거래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홍콩 내 한국계 은행 가운데 자산 규모가 가장 큰 KEB하나은행의 경우에는 트렌젝션 뱅킹 분야를 키우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트렌젝션 뱅킹은 은행이 기업의 각종 자금거래를 대행하는 서비스다. 신한은행의 경우 무역금융 외에도 부동산 금융이나 인수금융, 펀드투자, 채권발행 등의 영역에서 활발하게 영업활동을 벌이고 있다. KDB홍콩은 현지 기업을 상대로 한 거래에 온 힘을 쏟아붓고 있다.


한국계 은행들이 홍콩에서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결국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도록 자산 규모가 늘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옥영철 수은아주금융유한공사(한국수출입은행 홍콩 법인) 법인장은 "대형화가 필요하다"면서 "자산 규모에서 보면 국내 은행은 말레이시아와 비교해서도 밀린다"고 지적했다. 규모를 갖춘다는 의미는 단순히 자산 규모 확대만을 목표로 하는 것은 아니다. 대출 심사에서부터 리스크 관리까지 홍콩에 있는 국내 은행의 내부 역량을 확대하는 것을 뜻한다.


글로벌 은행들이 밀집한 홍콩 IFC(International Finance Centre)에 위치한 KDB홍콩 사무실. 한국에서 파견 나온 직원들과 홍콩 출신 직원들이 뒤섞여 한창 일하고 있다.

글로벌 은행들이 밀집한 홍콩 IFC(International Finance Centre)에 위치한 KDB홍콩 사무실. 한국에서 파견 나온 직원들과 홍콩 출신 직원들이 뒤섞여 한창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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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역량 강화는 더 과감한 사업 진행도 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옥 법인장은 "대형화가 돼야 리스크 테이킹이 가능해진다"면서 "규모가 작은 경우 여신 하나만 잘못돼도 당기순이익이 마이너스가 될 수 있지만, 대형화가 되면 포트폴리오도 다양화할 수 있고 리스크 테이킹도 가능해 혁신적 투자를 가능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글로벌화의 필수조건, 현지화=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현지화도 필수적이다. 한국계 은행들이 홍콩에서 제대로 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변신이 절실하다. 이영재 KDB홍콩 법인장은 "인력 운용이나, 심사, 영업체계 등에서 현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법인장은 "일본계 은행의 경우 전체 직원의 10분의 1만 일본인이고, 나머지는 홍콩인"이라면서 "실제 은행을 방문하면 고객을 상대하는 은행원 대부분이 홍콩인이고, 일본인들은 (영업 창구 뒤에서) 관리 등을 맡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파견 나온 직원 대신 현지인들에게 RM(relation manager) 역할을 맡겨 홍콩 또는 중국 기업들과의 관계를 형성하게 하고, 심사 역시 지역 사정에 소상한 현지 인력에 맡길 수 있도로 전략 변화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빅리그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1대1 양자거래가 이뤄질 수 있을 정도로 고객 베이스를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결국 고객을 확보해야 글로벌 은행들의 하위 파트너를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RM 강화, 동남아시아의 여타 지점ㆍ법인과의 협력 강화, 국내 은행 해외 점포 근무에 대한 인식 변화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홍콩=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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