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_progress
[AD]

아시아경제 최신 기획이슈

[요즘사람]돈이 나를 속인다...내 마음 속 '회계부정'

최종수정 2019.07.13 10:26 기사입력 2019.07.13 09:00

댓글쓰기

여행 후 남은 경비는 어떻게 처리하시나요? 공항에서 모두 소진하시죠?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여행 후 남은 경비는 어떻게 처리하시나요? 공항에서 모두 소진하시죠?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당신은 가계부를 쓰면서 이성적이고 계획적으로 소비하고 계시나요? 그런데 월말이면 언제나 계획적이지 않았던 지출을 발견합니다. 그럴 경우 당신은 어떻게 반응하시나요?


대부분은 "어쩔 수 없는 지출이었네, 잘썼군"이라고 자신에게 면죄부를 줍니다. 비계획적이었던 소비에 대한 자기합리화의 전형적인 모습이지요. 자신의 소비를 합리화하기 위해 마음 속에서 '회계부정'을 저지른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즘 알뜰한 사람들은 '가계부앱'으로 가계부를 꾸준히 작성하시더군요. 가계부앱은 사용하는 카드와 연결돼 소비와 현금을 관리해줍니다. 또 지출항목들을 세분화해 항목별로 지출한도를 설정해두고 마지노선에 가까워지면 알람이 울립니다. 매월 어떤 항목의 지출이 컸는지 등 자신의 소비 패턴도 파악할 수 있어 나름 합리적이고 계획적인 소비를 할 수 있지요.


그런데 지출항목 가운데 '식비' 항목의 알람이 울린 뒤에는 오후 서너시쯤 배가 고파도 참습니다. 평소라면 샌드위치라도 하나 사먹었을텐데 말이지요. 반면 '의류·미용' 항목의 예산이 남아 있으면 굳이 필요하지도 않은데 옷들을 구경하면서 쇼핑사이트를 떠나지 않습니다. 꼭 옷을 사겠다는 의지로, 배고픔을 참으면서 남은 예산을 쓸 궁리를 합니다.


사람들은 열심히 일해서 어렵게 번 1만원과 길에서 주운 1만원의 가치를 동일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부분 주운 1만원은 쉽게 써버립니다. 같은 금액이지만 지출 범주에 따라 다른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지요. 이를 마음 먹기에 따라 달라지는, 마음 속의 회계, 즉 '심리적회계(Mental Accounting)'라고 합니다.

심리적회계는 베스트셀러 <넛지(Nudge)>의 저자 행동경제학자 리차드 탈러 시카고대 석좌교수가 주창한 이론입니다. 탈러 교수는 사람들이 자기 돈을 마치 회사나 기관에서 예산을 운용하는 것처럼 사용한다고 주장합니다. 기업의 경우 특정항목의 예산을 다쓰면 그 항목의 예산을 보충하기가 어렵습니다.


반면 회계기간이 끝날 때까지 남아 있는 항목의 예산은 안쓰면 불안합니다. 예산을 잘못 짠 것이라는 질책을 받을 수도 있고, 다음 회계연도 예산에서는 이 항목의 예산이 줄어드는 것은 아닌지 걱정됩니다. 그럴 바에야 마음 편하게 다 써버리자는 마음으로 이런저런 이유를 만들어 집행하는 것과 같은 이유라는 것이지요.


개인의 심리적회계를 살펴볼까요? 당신은 해외여행의 마지막 단계인 귀국행 공항에서 예상했던 경비가 10유로가 남았다면 그 돈은 어떻게 사용하나요? 저축하거나 환전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0'유로로 만들기 위해 불필요한 것을 사기 위해 공항 내 점포를 찾아 가격에 맞춰 무엇인가를 삽니다. 그러면서 여행 후에는 여행하느라 돈을 많이 썼으니 아끼면서 삽니다. 바로 이런 소비 착각이 심리적회계입니다.

가계부앱도 넘쳐납니다. 하나 정도 선택해서 가계부를 작성하는 것도 계획적 소비를 위한 좋은 방법입니다. [사진=네이버 검색화면캡처]

가계부앱도 넘쳐납니다. 하나 정도 선택해서 가계부를 작성하는 것도 계획적 소비를 위한 좋은 방법입니다. [사진=네이버 검색화면캡처]


특히 카지노에서 스스로를 속이는 심리적회계가 많이 벌어집니다. 보통 사람들은 10만원 정도 쓰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코인을 10개로 바꿉니다. 1시간쯤 게임을 하다보니 코인 5개를 날리고 5개가 남았습니다. 게임은 더 하고 싶지 않은데 남은 코인 5개를 다시 현금으로 바꾸지 않고 굳이 게임을 계속해서 날려버립니다.


내 마음 속에 10만원은 유흥비로 책정돼 있는 만큼 다 써도 되는 돈입니다. 그래서 남은 코인은 그냥 덧없이 써버리는 것이지요. 그러면서 카지노를 벗어나 싼 국밥집에서 끼니를 떼웁니다. 왜냐고요? 오늘은 벌써 10만원을 썼거든요. 자신이 덧없이 소비한 5만원에 대한 합리화적 이유를 만들기 위해 스스로 '회계부정'을 용인하는 것이지요.


공감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문제는 이런 식의 심리적회계가 계속되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기분에 따른 불필요한 소비는 낭비이기 때문이지요. 심리적회계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가계부앱의 세분화된 지출항목을 단순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의류', '미용', '간식' 등을 묶어 '품위유지비' 항목으로 단순화하고 예산을 대폭 줄여 알람을 설정해두면 어떨까요?


또 월 단위로 관리하는 예산을 주 단위로 관리하는 것도 불필요한 지출을 줄일 수 있는 방법입니다. 요즘은 기업들의 심리적회계 마케팅에도 넘어가지 않아야 합니다.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지출을 삼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리고 분명히 기억해야 할 것은 어떤 항목이든, 기분이 좋아서 혹은 나빠서 사용한 그 모든 돈은 바로 '내 돈'이라는 사실입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지금 쓰는 번호 좋은 번호일까?

※아시아경제 숫자 운세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