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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사람]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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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칵테일파티 효과'와 '마이동풍'의 차이점

요즘 국회의 모습. '마이동풍'과 '구상악취'라는 단어가 대변해줍니다. [사진=연합뉴스]

요즘 국회의 모습. '마이동풍'과 '구상악취'라는 단어가 대변해줍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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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 사람이 듣고 싶은 말만 들으면서 살 수 있을까요? 듣고 싶은 말만 들을 수는 없지만, 사람에게는 들리는 말 중에 듣고 싶은 말을 잘 골라서 들을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의 목소리가 섞여 있어도 자신이 관심을 가진 주제의 이야기는 귀에 쏙 들어옵니다. 인간의 정보처리 능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생긴 이 능력을 '칵테일파티 효과(Cocktail party effect)'라고 합니다.

칵테일파티 효과란, 파티 참석자들이 시끄러운 주변 소음 속에서도 대화 상대와의 이야기는 집중해 잘 알아듣는 현상을 말합니다. 인간의 청각은 자신에게 필요없는 소리를 자동으로 걸러내는데, 주변 환경에 개의치 않고 자신에게 의미있는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선택적 지각(selective perception)', '자기관련 효과', '연회장 효과', '잔치집 효과'라고도 합니다.


칵테일파티 효과는 1950년대 영국 왕립 런던대학의 인지과학자 콜린 체리 교수가 사용한 용어입니다. 이 당시 항공관제사들은 1대의 확성기를 통해 많은 조종사들의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이착륙을 앞둔 많은 비행기들이 있고 그 비행기의 조종사들의 목소리가 1대의 확성기로 전달돼 각 조종사들의 메시지를 파악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항공관제사들은 그 많은 조종사들의 목소리 가운데 자신이 맡은 비행기 조종사의 목소리만 집중해서 받아들여 정확하게 업무를 처리하는 것을 보고 이를 칵테일파티 효과라고 명명하게 됩니다.

출퇴근 때 버스나 전철에서 졸다가도 내려야 할 정류장이나 역의 안내방송이 나오면 잠이 확 달아난 경험 있으시죠? 주위가 아무리 소란스러워도 자신과 관련된 정보는 유독 잘 들립니다. 이런 경우가 '내가 잘나서'가 아닌, '모든 사람이 그런' 경우입니다. 그 외 수업시간에도 자신이 미리 알고 있는 내용은 더 잘 들리거나 잘 이해되는 것도 칵테일파티 효과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요즘 정치권에서 사용되는 '마이동풍(馬耳東風)'이라는 사자성어는 칵테일파티 효과와 같은 의미일까요? 다른 의미일까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라고 비난한 것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윤리위원회에 자신을 제소하자 다음날인 지난 13일 기자들과 만나 "야당의 말에 귀를 닫는 이 모습 한마디로 '마이동풍 정권'"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에 대해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13일 논평에서 "입만 열면 악취가 나는데, 어떻게 귀를 열겠는가. ‘마이동풍 정권’이라 남탓 말고, 5.18 역사왜곡, 탄핵불복, 색깔론, 대통령모독, 국민모욕의 구상악취(口尙惡臭) 야당이라는 국민들의 진단이나 엄중히 인식하길 바란다"고 맞받았지요.


여기서 등장하는 '마이동풍'은 "남이 해주는 충고를 전혀 받아들이지 않고, 자기 멋대로 한다"는 뜻이겠지요? 다시 말해, 남의 말은 전혀 듣지 않고 자신의 뜻만 옳다고 주장하는 경우입니다. 비슷하게 '쇠귀에 경 읽기'란 말을 사용할 수 있겠지요.


"듣고 싶은 말만 골라서 듣는다"는 측면에서는 '칵테일파티 효과'와 맥락이 엇비슷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는 전혀 상관이 없는 다른 말입니다. 정치권의 '마이동풍'은 뒤 따르는 '구상악취'와 관련이 있겠지요. 국민들은 마이동풍(당)과 구상악취(당)가 아무리 시끄러워도 칵테일파티 효과로 '진실만 골라 들을 수' 있습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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