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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섬 고시원]2평짜리 '외딴 삶'… 사각지대 몰리는 인권(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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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섬 고시원]2평짜리 '외딴 삶'… 사각지대 몰리는 인권(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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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지난해 5월 한국을 공식 방문한 유엔(UN) 주거권 특보 레일라니 파르하는 문재인 정부에 "고시원 등 비공식 주거시설에 대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전략을 수립하고 불안정한 주거 상황에 놓인 주민들에게 적절한 장기 주택을 제공해야한다"고 권고했다. 화장실, 샤워시설도 없는 6.6㎡ 이하 공간에 사는 사람들의 주거 인권이 침해받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고시원'이라는 형태로 단기 숙박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국내 주거 시스템에 대한 국제적 지적을 받은 셈이다.


하지만 불과 반년도 지나지 않은 그해 11월, 서울 종로 한복판의 한 고시원에서 초대형 화재가 발생, 사망자 7명을 포함해 총 18명의 인명피해가 일어났다. 청와대와 서울시가 전국 단위 고시원에 대한 안전점검과 실태조사에 나섰지만 단기간 내 해결책을 마련하기에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서울 고시원 6000여개·7만2500가구, 동 떨어진 삶= 12일 아시아경제가 입수한 서울시의 고시원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서울에는 현재 총 5840개의 고시원이 등록돼 있다. 전국 고시원 수가 1만1892개인 점을 감안하면 절반에 달하는 49.1%가 서울에 집중된 셈이다.


서울 내 고시원 거주민은 7만명을 넘어섰다. 서울 5840개의 고시원에 거주 중인 가구수는 총 7만2542가구로, 서울시 전체 가구수(378만4490)의 2% 수준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이들 고시원이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는 점이다. 2010년을 전후로 1인 가구의 대표적인 저렴 거처가 된 고시원은 2009년 6597개에서 2011년 1만191개로 1만개를 넘어선 후 2017년 말 1만1892개까지 증가했다. 이 추세라면 지난해 말 1만2000개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2010년 3922개였던 서울의 고시원 수도 2017년 말 5820개로, 50% 가까이 급증했다.

서울 곳곳에 고시원이 생겨나고 있는 점도 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현재 서울 자치구별 고시원 수는 관악구가 839개로 가장 많고 이후 ▲동작구(501개) ▲강남구( 426개) ▲동대문구(359개) ▲영등포구(329개) 등이 뒤를 잇고 있다. 관악구 신림동이나 동작구 노량진과 같은 학원 밀집가나 대학교 인근에서 각종 시험을 준비하던 고시생의 전용 공간인 고시원이 강남구ㆍ동대문구ㆍ영등포구 등 서울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고시원이 재건축ㆍ재개발로 인한 저렴 주거지의 멸실과 빠른 주택가격 상승을 부담하기 힘든 저소득 가구의 주거지가 됐다는 의미다.


반면 관리는 부실해졌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최근 진행한 '비주택 주거실태' 조사를 입수한 결과 서울 소재 고시원 중에는 영업 증명서 발급일자나 사업장 등록지 주소가 누락돼 통계에서 빠진 곳도 80여곳이나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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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원 거주자 평균 34.6세, 남성이 68%… 주거 인권 관리 시급= 한국도시연구소가 비주택 표본조사 가구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고시원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평균 연령은 34.6세이며 67.6%가 남성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청년(20~34세) 비율은 59.1%에 달한다. 쉽게 말해 현재 고시원에 사는 사람 10명 중 6명은 20~30대 남성이라는 얘기다. 이들의 평균 거주 기간은 2.7년이었다. 주택 외 거처로 분류되는 판잣집ㆍ비닐하우스에 사는 거주민의 평균 거주 기간이 22년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소득이 발생하는 곳(직장 등)의 위치에 따라 거주지를 이동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인 것으로 분석된다.


고시원 거주자 중 26.3%는 무직자였다. 고시원 거주민 4명 중 1명은 현재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상태였고 나머지는 상용근로직(42.9%), 임시ㆍ일용 근로자(25.4%), 자영업자(5.2%) 순으로 확인됐다.


학력은 절반에 가까운 46.3%가 대학교 졸업자로 분석됐다. '대학교 재학' 비율도 16.2%로 비교적 높았다. 학업을 목적으로 수도권에 거주하게 된 대학생들이 고시원ㆍ고시텔에 거주하는 경우가 대거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경제활동을 하고 있지 않다고 대답한 사람들 중 70%는 '학업ㆍ취업준비'를 이유로 꼽았다.


이들이 고시원에 머무는 시간은 하루 평균 10시간이 조금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6시간 미만'으로 잠만 자는 가구는 1% 수준으로 적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이 하루 평균 10.5시간으로 12시간인 비수도권에 비해 짧았고 '12시간 이상 머문다'는 비율도 수도권(27.6%)과 비수도권(43.1%)이 큰 차이를 보였다. 주거면적별로는 6.5㎡ 미만 가구에서 하루 평균 머무는 시간이 11.9시간으로 가장 길었다. 특히 가구소득이 낮을수록, 가구주 연령대가 높을수록 머무는 시간이 길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과거 판잣집과 같은 가시적인 빈곤 공간이 이제는 도심 속에서 비가시화된 공간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비주택 거주인들에 대한 사회적 문제까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이제는 이들에 대한 주거 안정과 주거권 실현을 위한 다양한 논의가 조속히 시작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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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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