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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리포트]빚 없인 시작조차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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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끝나지 않는 빚, 대출과 맞바꾼 청춘

25세 취준생 손에 쥐어진 건 대학 졸업장과 3000만원 대출 통장 뿐
학자금 대출→취업난→자금난→제2금융 대출→채무불이행 악순환
‘현재 가장 큰 고민은?’ 질문에 청년 50.4%가 ‘돈’ 답변
대학생들 생활비 명목 은행권 대출도 작년 7월 기준 1조1004억원으로 3년새 77.7% 늘어…연체건수는 339.5% 증가
일부는 제2금융 대출까지…청년맞춤 장기상환·저금리 상품 필요 지적도

[청년리포트]빚 없인 시작조차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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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서울 소재 유명대학을 졸업한 취업준비생 A씨(25세). 지금 그의 손에 쥐어진 건 대학졸업장과 3000만원이 조금 넘는 대출통장뿐이다. 취업난에 1년째 백수 신세다. 생활비를 마련하고 대출이자라고 갚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뛰고 있다. 그러다보니 취업 준비에만 올인하는 친구들보다 뒤쳐지는 것 같았다. 최근엔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2금융권에서 소액대출을 받는 방법은 없는지 알아보고 있다.
25~34세 대한민국 청년들이 대학 입학과 동시에 빚의 수렁에 빠져 허우적 거리고 있다. ‘학자금 대출→취업난→자금난→2금융권 대출 및 대출 돌려막기→채무 불이행’이란 악순환 속에서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거나 급기야는 불법사금융까지 손을 대는 경우가 흔해진 것이다. A씨는 “학자금 대출이 끝인 줄 알았는데 막상 취업이 안 되니 취업을 준비하려고 또 대출을 받아야 한다”라며 “지금처럼 알바만 전전하다가는 취업마저 점점 멀어질 것 같아 다시 대출을 받아 취업 준비에 매진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아시아경제가 여론조사 전문업체 ‘마크로밀 엠브레인’을 통해 지난달 21~24일 전국 만 25~34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현재 고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50.4%가 ‘돈’이라고 답했다. 다음으로 ‘취업(일자리)’이라는 답변이 23.2%를 차지해 뒤를 이었다. 25~34세 10명 중 7명 이상은 돈과 취업 문제(혹은 두 가지 모두)로 괴로워하고 있는 것이다.

취업준비를 위해 휴학에 이어 졸업까지 늦추고 있는 대학생 B씨(27세)의 가계부는 이런 고민의 전형적 사례다. B씨는 매달 지하 1층 20㎡(약 6평) 원룸 월세로 25만원, 관리비·인터넷·휴대폰 요금 등 10만원, 교통비 5만원, 식비로 15만원을 쓴다. 학자금 이자는 5만원이다. 주거비를 포함한 최소한의 ‘생존비용’이 월 60만원인 것이다. B씨는 “월세를 줄여보려고 지방에 있는 부모님 댁에 들어갈까 생각도 했지만, 취업준비를 위한 스터디 모임에 나갈 수 없어 포기했다”며 “옷·신발 같은 ‘품위유지비’ 지출은 꿈도 꾸지 못하고 식비 쪽에서 최대한 절약하고 있다”라고 했다.
지난해말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취준생 102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의 월 평균 순수 생활비는 36만4691원, 취업준비 비용은 21만646원으로 한달 평균 57만5337원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의 21.2%는 “취업 준비를 하면서 생활고 수준의 극심한 경제적 부담을 느낀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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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층의 주머니 사정이 열악하다 보니 대학생들이 생활비 명목으로 은행에서 빌린 돈만 1조원이 넘는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학자금 목적 제외 은행권 대학생 대출 현황'에 따르면 국내 17개 은행의 대학생 대출 규모는 2018년 7월말 기준 1조1004억원(10만2755건)으로 집계됐다. 2014년말 6193억원과 비교하면 77.7% 증가한 것이다. 연체금액 증가폭은 더 컸다. 학자금을 제외한 대출금 연체액은 2014년말 21억원에서 2018년 7월말 55억원으로 161.9% 늘었다. 같은 기간 연체 건수는 339.5% 증가했다.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지고 비용이 늘어나면서 ‘생활고’에 시달리는 청년층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뜻이다.

더 큰 문제는 저소득·저신용자로 경제난에 시달리다 못한 청년들 중 일부가 2금융권에서 고금리 대출을 받거나 대부업 대출에까지 발을 들이게 된다는 점이다. 채무 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청년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일각에서는 학자금 대출뿐 아니라 대학 졸업 후 안정적인 직장을 구할 때까지 생활비 등을 지원하는 '맞춤형 금융상품'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지금은 연체가 발생해야만 신용회복 등 지원에 나서는 ‘사후적’ 구제가 중심인데, 앞으로는 사전적 금융지원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은 “청년들을 대상으로 10~20년 장기간에 걸쳐 갚을 수 있는 저리의 맞춤형 상품을 공급할 필요가 있다”며 “청년 실업과 대출로 인한 사회적 비용 발생을 선제적 지원으로 차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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