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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in전쟁사]美 최첨단 F-22랩터에 1980년대 '구형 반도체'가…적보다 무서운 '방사선 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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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첨단 무기에 1980년대 반도체 사용
칩 성능보다 극한 환경 견딜 내구성 중요

편집자주[뉴스in전쟁사]는 시시각각 전해지는 전 세계의 전쟁·분쟁 소식을 다각적인 시각으로 알려드리기 위해 만들어진 콘텐츠입니다. '뉴스(News)'를 통해 현재 상황을 먼저 알아보고, '역사(History)'를 통해 뉴스에 숨겨진 의미를 분석하며, 다가올 가까운 미래의 '시사점(Implication)'을 함께 제공해드리겠습니다. 일요일마다 여러분 곁으로 찾아가며, 40회 이후 책으로도 출간될 예정입니다.
[뉴스in전쟁사]美 최첨단 F-22랩터에 1980년대 '구형 반도체'가…적보다 무서운 '방사선 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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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 반도체업계를 뒤흔들고 있는 미국의 '반도체지원법(CSA)'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향후 산업 전반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해당 법안의 핵심은 사실 산업용 반도체보다는 미국의 국가안보와 직결된 '군용 반도체(Military Semiconductor)' 공급망을 중국이나 러시아 등 적성 국가로부터 지켜내기 위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현재 미국은 물론 서방 국가들이 사용하는 주요 군용 반도체 대부분이 대만에서 주문 제작되고 있어 이 공급망을 중국의 위협으로부터 지켜내는 것이 지상과제로 떠오르게 됐습니다. 대만의 TSMC를 비롯해 세계 주요 반도체 기업들에 미국 내 공장을 짓도록 유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죠.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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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군용 반도체 수요가 민간수요와는 상대도 되지 않을 만큼 적지만, 반도체의 초창기 역사에서 군용 반도체는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그 과정에서 오늘날 우리 생활의 필수품이 된 컴퓨터도 탄생하게 됐다고 하네요. 이번 시간에는 무기뿐만 아니라 우리 생활과도 밀접하게 연관돼있는 이 군용 반도체의 세계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뉴스(News) : 美 CSA, 200여개 기업 의향서 제출…러 우회 수출 차단이 고민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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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뉴스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 산하 반도체법 프로그램사무국은 약 200개 이상의 반도체 관련 기업들이 CSA 보조금 신청을 위한 의향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는데요.

유럽연합(EU)도 곧바로 18일 430억유로(약 62조원) 규모의 반도체 지원 보조금 및 투자 관련 법안을 밝히면서 반도체 공장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 등 서구국가들이 앞다퉈 지원책을 제시하며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려는 이유는 미래 산업적인 측면과 함께 당장 눈앞의 문제로 떠오른 군용 반도체 수급 문제 때문으로 분석되는데요.


특히 국제 사회의 대러 제재로 반도체 및 생산 원료 확보가 어려워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냉장고와 세탁기 등 가전제품까지 뜯어내 반도체 확보에 열을 올리면서 반도체 비축과 공급망 확보는 국가안보상 지상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현재 대러 제재로 군용 반도체 부족이 심각해진 러시아는 중앙아시아 국가들이나 여러 우회 경로를 통해 미국과 서방의 반도체를 계속해서 몰래 수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CNBC에 따르면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가 러시아와 이란산 무인기(드론)를 비롯해 각종 무기를 분해해 조사한 결과 전체 약 70% 이상의 부품과 반도체가 미국과 서방 국가들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현대전에서 반도체가 더욱 중요해진 이유는 전투기, 탱크와 같은 무기들부터 주요 탄도미사일과 극초음속 미사일 등 발사체 무기에도 반도체가 빠짐없이 모두 들어가게 됐기 때문인데요. 반도체는 언제부터 이렇게 전쟁용 무기의 필수품이 됐던 것일까요?

◆역사(History)1 : 2차대전 당시 탄도 계산 위해 탄생한 반도체와 컴퓨터
세계 최초의 컴퓨터라 알려진 애니악(Eniac)의 모습.[이미지출처=미 육군 홈페이지]

세계 최초의 컴퓨터라 알려진 애니악(Eniac)의 모습.[이미지출처=미 육군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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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초창기 반도체의 역사가 시작된 1940년대에는 반도체 수요 대부분이 민간 부문이 아닌 군사 부문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반도체를 이용해 만든 컴퓨터(Computer) 자체가 2차 세계대전 와중에 포탄과 미사일 탄도를 계산하기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이죠.


흔히 세계 최초의 컴퓨터로 알려진 미국의 '에니악(ENIAC)'은 '전자식 수치 적분 및 계산기(Electronic Numerical Integrator And Computer)'의 줄임말로 1946년 미 육군에서 사용한 탄도 계산기였습니다. 도쿄일렉트릭(TEL)의 나노텍 박물관에 따르면 에니악은 원래 2차대전 와중인 1943년 제작이 시작됐지만, 1945년 9월에야 완성돼 실전에 투입되진 못했죠. 이후 핵무기, 탄도미사일, 로켓 등의 탄도 궤적 계산에 많이 활용됐다고 전해집니다.


여기에는 현대 반도체의 선조 격인 '진공관(vacuum tube)이 1만8000여개나 들어갔다고 하는데요. 진공관은 1904년 영국의 유명한 전기공학자이자 발명가인 존 앰브로즈 플레밍(John Ambrose Fleming) 박사가 개발했습니다. 이때부터 '전자공학'이라는 새로운 분야가 생겨나기 시작했죠.


트랜지스터(transistor)와 집적회로(IC) 등의 개발도 주로 군용 컴퓨터의 발전과 맥을 같이 했다고 하는데요. 2차대전 와중에 탄도 계산이나 적군의 암호를 해독하기 위한 각종 컴퓨터가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반도체 수요 자체가 군수 납품에 주로 쓰였기 때문이죠. 이후 1970년대부터 반도체 기술이 민간 산업으로 이양되면서 반도체 기술발전은 민간 기업들이 주도하게 됩니다.

◆역사(History)2 : 美 최신예 전투기 F-22에도 1980년대 개발된 i960 탑재
[이미지출처=록히드마틴 홈페이지]

[이미지출처=록히드마틴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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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막상 최신예 무기들로 알려진 전투기나 탱크 등에 포함된 반도체들은 대부분 1980년대 만들어진 구형 반도체들이라고 합니다. 미국이 자랑하는 스텔스 전투기인 F-22 랩터에도 인텔사가 1985년에 출시한 i960MX 반도체가 들어가 있다고 하는데요.


이보다 구형인 많은 전투기, 무기들은 미군에서 1980년에 표준화된 CPU인 'MIL-STD-1750A' 규격에 맞춰져 있다고 합니다. 이 규격은 16비트가 기준이라고 하니 지금 모든 사람이 들고 있는 스마트폰에 들어간 칩보다도 한참 뒤처진 반도체를 사용한 셈이죠. 탄도미사일이나 요격미사일에 들어가는 반도체들도 현재 기준으로 봤을 때 성능적으로는 매우 구형인 반도체들이 많다고 합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에 들어가는 반도체 성능에도 미치지 못하는 옛날 반도체들을 군용 반도체로 쓰는 이유는 군용 반도체가 프로세스적인 능력보다는 안정성이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특히 군용 반도체가 많이 사용되는 전투기, 미사일 등은 대기권 경계선이나 아예 대기권 밖에서 운용되는 경우들이 많기 때문에 방사선 입자들의 충돌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아 '소프트에러(Soft Error)'라 불리는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안정성이 중시된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운용 기간도 길고, 고장이 적어야 하며 특수환경에서도 내구성이 강한 제품을 선호하게 된다는데요. 이렇게 강화 처리하는 과정을 '방사선 경화(Radiation hardening)'라고 부릅니다. 이러한 내구성을 크게 높이기 위해 일부 군용 반도체는 실리콘보다 내구성이 강한 사파이어 등 다른 물질로 반도체를 만드는 경우도 있다고 하네요.

◆시사점(Implication) : 군용 반도체의 집산지, 대만을 둘러싼 갈등 심화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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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군용 반도체는 대부분 대만의 TSMC가 생산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 등 서구국가들의 경우 대만에 대한 군용 반도체 의존도는 90%를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대만해협을 둘러싸고 중국의 군사적 도발이 거세지고 잇따라 대만해협 봉쇄 훈련이 강행되면서 군용 반도체 수입로가 차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반도체 문제는 이제 단순한 미·중 간 무역분쟁에서 세계적인 안보 문제로 떠오르게 됐습니다. 자칫 중국이 대만 해협을 봉쇄하면, 지금 러시아가 처한 군용 반도체 부족 문제가 남의 일이 아닌 자국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죠.


대만 안팎에서는 이러한 대만의 군용 반도체 생산 능력이 대만 유사시 미국과 동맹국들이 자국을 반드시 사수해야 할 강력한 동기로 작용할 것이라며 이른바 '반도체 방패(Silicon-shield)'설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TSMC가 최근 미국과 일본 등에 공장을 만들면서 대만의 반도체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감은 더욱 올라갈 것으로 우려되고 있습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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