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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Stage] 20개월 된 딸이 따라하는 작품…나는 행복합니다

최종수정 2020.10.29 14:18 기사입력 2020.10.29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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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킹키부츠 '롤라' 役 강홍석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20개월 된 딸이 내 흉내를 내는데 너무 행복하다."


딸이 흉내 내는 강홍석은 뮤지컬 '킹키부츠' 속의 여장남자 '롤라'다. 짙은 화장에 치렁치렁한 금발, 15㎝ 굽에 무릎 위까지 올라오는 새빨간 부츠를 신고 있다.

"무대 리허설 때 영상을 찍었다. 내 연기를 모니터하려고 집에서 TV에 연결해서 봤는데 딸이 계속 보여달라고 한다. 가끔 보여주면 그렇게 흉내를 낸다. 그 순간 너무 기분 좋고 행복하다. 공연을 시작하기 전 항상 영상통화를 하면서 '아빠 오늘도 놀러가'라고 인사하기 때문에 롤라가 아빠인 줄 안다."


'킹키부츠'는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신발공장을 물려받은 찰리가 롤라의 도움으로 공장 되살리기에 나서는 이야기다. 롤라가 제안한 드래그퀸(Drag queenㆍ옷차림, 행동 등으로 내면의 인격체를 연기하는 사람)을 위한 섹시한 빨간 부츠, 다시 말해 '킹키부츠'가 공장에 큰 수익이 된다.

강홍석  [사진=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강홍석 [사진=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실화를 바탕으로 한 '킹키부츠'는 2012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초연됐다. 국내에서 초연된 것은 2014년이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네 번 공연했다. 강홍석은 초연을 포함해 공연에 세 번 참여했다.


"'킹키부츠'는 내 뮤지컬 배우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된 작품이다. '킹키부츠' 덕에 상(2015년 제9회 더 뮤지컬 어워즈 남우주연상)을 받고 좋은 회사도 만났다. 하고 싶은 작품을 할 수 있는 밑거름도 됐다.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게 해준 감사한 작품이다."

열정을 쏟은 덕에 '킹키부츠'는 강홍석의 인생작이 됐다. 그는 '킹키부츠'가 너무 좋은 작품이라는 선배의 말에 오디션 전 미국 공연 영상을 찾아봤다. "눈을 뗄 수 없었다. 1시간 동안 계속 리플레이하며 영상을 봤다. 게다가 롤라 역을 맡은 배우가 한때 푹 빠졌던 빌리 포터였다. 살을 엄청 빼고 여장했는데 전혀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당시 29세이던 그의 몸무게는 100㎏. 대학 재학 당시 한때 134㎏까지 나간 몸무게를 많이 줄였지만 10㎏ 더 감량했다. 롤라 역을 맡기 위해서였다.


3차 오디션 당일 강홍석은 성균관대 앞에서 롤라로 분장했다. 분장을 마친 뒤 가발에 치마, 검은 스타킹, 하이힐 차림으로 마로니에 공원까지 걸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이전까지 여장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감이 안 와서 직접 느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느낌이구나 생각한 뒤 바로 택시를 타고 오디션장으로 가서 그 느낌 그대로 연기했다."


오디션장에서 뮤지컬 넘버의 영어 가사를 외워 부르기도 했다. "오디션을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당시 모든 것을 걸었던 것 같다."

강홍석  [사진=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강홍석 [사진=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강홍석은 롤라가 외형적으로 예쁜 사람이라기보다 태도와 생각이 건강하고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외형적으로 여성적인 것과 거리가 먼 자신이 롤라 역에 도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외형적인 예쁨보다 다른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예쁘면 너무 좋겠지만 안 예쁘더라도 다른 것으로 채울 수 있겠구나라는 확신이 들었다. 롤라에게는 다채로운 매력이 있다. 섹시하면서 굉장히 유머러스하고 친화력도 좋아 누구든 자기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 롤라는 또 누군가를 위해 져줄 줄도 아는 큰 사람이다. 겉으로 예뻐 보이기 위해서도 많이 노력하지만 롤라 내면의 아름다움을 찾아 관객에게 전달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


롤라의 낙천적 성격은 강홍석과 닮았다. 어렸을 적 음악을 즐겼던 강홍석. 학창 시절에는 판소리와 봉산탈춤을 배우며 흥도 몸으로 익혔다. 당시 배운 흥이 무대를 즐기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


"성격도 낙천적이고 행복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나이가 들면서 행복하게 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든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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