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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에게 사약 전한 금부도사의 고뇌, 창극 '아비, 방연' 5년만에 재연

최종수정 2020.02.14 22:30 기사입력 2020.02.1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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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창극단 내달 6~15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단종에게 사약 전한 금부도사의 고뇌, 창극 '아비, 방연' 5년만에 재연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조선 6대 임금 단종에게 사약을 내리는 임무를 맡았던 금부도사 '왕방연'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창극 '아비, 방연'이 5년만에 재연 무대에 오른다.


국립극장 전속단체 국립창극단은 레퍼토리 작품 '아비. 방연'을 내달 6~15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고 14일 전했다.


'아비. 방연'은 조선 초기 단종의 비극을 다룬 창극으로 2015년 초연됐다. 초연 당시 역사적 사실(fact)에 허구(fiction)를 가미한 팩션(faction) 창극으로 화제를 모았다.


주인공 '왕방연'은 조선 초기 수양대군이 왕위를 찬탈한 계유정난 당시 수양대군이 단종을 강원도 영월로 귀양 보낼 때 단종을 호송하고, 유배 중이던 단종에게 사약을 내리는 임무를 맡았던 실존인물이다. 왕방연은 맡은 일의 무게감과 달리, 그 어떤 역사서에도 생몰 연도가 전해지지 않고 '숙종실록'에 한 차례 이름이 등장하는 것이 전부인 인물이다. 다른 기록인 '장릉지'에는 단종 유배시 영월까지 호송한 금부도사가 남긴 시조 한 편이 전해진다. 왕방연이 남긴 시조는 그가 행한 임무와는 상충되는 내용으로 단종을 향한 충심을 담고 있다.


"천만리 머나먼 길에 고운 님 여의옵고 / 내 마음 둘 데 없어 냇가에 앉았으니 / 저 물도 내 안 같아야 울어 밤길 예노매라"

'아비. 방연'은 단종의 충직한 신하였던 금부도사 왕방연이 왜 사약을 들고 갈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작가의 호기심에서 시작했다. 왕방연은 왜 자신의 뜻과 다른 선택을 해야 했을까? 극본을 쓴 한아름 작가는 실제 역사에 작가적 상상력을 더해 단종의 충직한 신하였던 왕방연이 딸을 살리기 위해 주군을 저버리게 되는 비극을 완성했다. 자식을 위해 신념을 꺾을 수밖에 없었던 왕방연의 비극은 지극히 평범한 한 아버지의 이야기로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 낸다.

'아비, 방연' 2015년 공연 장면  [사진= 국립극장 제공]

'아비, 방연' 2015년 공연 장면 [사진= 국립극장 제공]


'아비, 방연'은 창극 '메디아'에 이어 국립창극단이 서재형 연출, 한아름 작가, 작곡가 황호준과 함께 만든 두 번째 작품으로 새로운 음악극 양식으로서 창극이 갖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번 재공연을 위해 다시 모인 제작진은 작품의 큰 흐름을 유지하면서 작품의 수정·보완 작업을 통해 더욱 완성도 높은 이야기를 전할 예정이다.


한아름 작가는 극적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 초연에서 대사로 표현했던 부분 중 일부를 노랫말로 수정하고 언어를 정교하게 다듬었다. 작·편곡과 음악감독을 맡은 작곡가 황호준은 추가된 노래 가사를 위한 음악을 새롭게 쓰고, 변경된 캐스팅에 맞춰 전체적인 음악을 새롭게 편곡했다. 기악 편성에도 변화를 준다. 거문고, 몽골 전통 현악기 마두금, 다양한 목관악기 등으로 이색적인 조합을 이뤘던 초연의 편성에 대금과 아쟁을 더해 전통 가락의 색채를 강조할 예정이다. 조명, 영상, 의상 등 무대미술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작업도 진행 중이다. 특히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벤허' 등의 조명디자이너 민경수가 새롭게 합류한다.


주인공 '왕방연' 역을 맡은 국립창극단원 최호성과 왕방연의 딸 '소사' 역의 객원배우 박지현이 5년 만에 부녀로 재회한다. 초연 당시 12세였던 박지현은 국립전통예술중·고등학교에서 판소리를 전공하며 실력을 쌓아온 만큼 특유의 애련한 성음과 더욱 탄탄해진 소리를 선보일 예정이다. 국립창극단 김금미가 '도창'으로 극의 무게중심을 잡으며 이야기의 전개를 이끈다. 김금미와 소사 역의 박지현 실제 모녀지간이다.


여성 배우인 민은경이 단종 역을 맡아 섬세한 내면 연기를 펼칠 예정이다. 그 외에도 김준수(수양대군 역), 이시웅(한명회 역), 이광복(송석동 역), 유태평양(성삼문 역)을 포함한 국립창극단원들이 출연한다.


서재형 연출은 "홀로 딸아이를 키워 온 방연을 '아비'라고 쓰지만 '부모'라고 읽어도 되지 않을까 싶다"라며 "함께 만드는 사람들과 '아비'에 대한 확장된 생각을 공유하면서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전해져 관객의 공감대도 넓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재공연에 대한 기대를 밝혔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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