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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한미 통상협상, 국익 지키는데 여야 없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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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한미 통상협상, 국익 지키는데 여야 없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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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통상 협상이 정치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한국과의 관세 협상을 이끄는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이 트럼프 100일 경제성과를 홍보하는 자리에서 아시아 국가들과의 협상 타결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한국과 일본도 대선 전 우리와 협상 성공을 원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 단초가 됐다. '최종 결정은 차기 정부에서 할 것'이라는 정부의 설명과 정면 배치되는 것으로,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의 대선 출마와 맞물리면서 논란을 키웠다. 기획재정부는 발언이 나온 당일 새벽에 보도자료를 내고 부인했지만 사태는 진실공방 양상으로 치달았다.


이튿날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향한 야당 의원들의 고성과 질타가 쏟아졌다. 트럼프 경제성과를 호소하기 위한 정치적 수사일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의원들은 더 강하게 맞섰다. '정부 협상팀의 속도가 빠른데 의도가 뭐냐'고 추궁했고 '국익보다 특정 정당을 우선시하는 협상을 했다'며 공세를 이어갔다. '한 전 대행이 본인의 선거운동을 위해 협상팀을 이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제기까지 이어졌다.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관료들의 심정은 착잡하다. 선의를 가지고 열심히 협상에 임해도 '한덕수 선거용인가'하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지 않냐는 거다. 기재부 한 관료는 "한미 간 자유무역협정(FTA)이 사실상 파기된 상황에서, 대대대행 정부의 협상팀으로 초강대국과 국익이 걸린 협상을 벌여야 하는 처지에 있다"며 "초당적으로 힘을 보태도 모자랄 판에 정치적 공격을 벌이는 데만 몰두하고 있다"며 씁쓸해했다.


무역 협상은 여·야·정 협치가 필수적이다. 협상 과정에서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큰 쟁점 현안들은 무역절차법상 국회 보고나 비준동의 절차가 따른다. 사안에 따라 영향평가, 비용 추계, 국내 산업의 보완대책 등의 절차 등도 수반돼야 한다. 경제단체, 노동자단체, 학계, 전문가 등 이해관계자 간 갈등을 최소화해 합의를 이끌어내는 대내 협상에도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한 관료는 "통상 협상에서 9할은 국외가 아닌 국내 이해관계자들과의 협상이었다"며 "대내 협상은 협상의 최종 승패를 좌우할 만큼 장기적이고 복잡한 구조"라고 말했다.


새 정부가 들어선다고 해도 한미 협상에서만큼은 일정 기간 신구(新舊) 정권의 동거가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6·3 조기 대선으로 새 정부가 들어서고 내각 구성을 거쳐 소관 부처 장관이 인사청문회를 뚫고 임명되기까지는 두 달 이상 걸린다. 최대한 앞당긴다고 해도 오는 7월 말이다. 이미 상호관세 유예 시한(7월8일)을 넘어선 뒤다. 대선을 치른 뒤 별도의 인수인계 절차 없이 출범한 새 정부가 바로 다음날 미국과 협상판에 뛰어들 수는 없는 노릇이다. 협상팀은 정치 일정을 감안해 7월8일을 1차 타깃으로 잡아 협상의 틀을 완성하고, 일괄타결은 새 정부로 넘긴다는 구상이다.

협상은 힘 있는 사람들이 늘 세다. 게다가 다자(多者)가 아닌 양자(兩者) 틀에서의, 사안별 협상은 약자에게 더 어렵다. 정치권은 정쟁을 멈추고 대선 이후 협상 주체가 될 차기 정부와 국회가 통상 정책 방향 조율을 병행하는 데 초당적으로 나서야 한다. 국익이 걸린 문제를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려는 시도는 용납될 수 없다. 국익을 지키는 덴 여야가 없다.





세종=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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