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노동조합이 올해 역대급 임금 요구안을 내놨다. 지난 28일 임시대의원회의를 열고 기본급 월 14만1300원 인상, 당기순이익의 15% 성과급, 통상임금의 500% 격려금 등의 내용을 담은 요구안을 확정했다.
노조가 제안한 임금 인상 조건은 역대 최고 수준이다. 한국GM이 3년 연속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 그에 따른 과실을 공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물론 경영 성과에 따른 이익 배분 요구는 마땅히 노조가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한국GM을 둘러싼 안팎의 여건을 보면 이번 제안은 타이밍이 맞지 않아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는 이달부터 수입 완성차에 25% 관세를 부과했다. 부품에는 일정 부분 관세 완화를 얘기했지만 결국 시간을 벌어주는 조치일뿐 궁극적으로 미국 중심 공급망을 꾸리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최근 3년간 한국GM이 흑자 달성에 성공한 원인은 한국에서 만든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미국 수출이 늘어난 덕분이다. GM이 대당 수익성이 낮은 소형 SUV를 굳이 한국공장에서 생산하는 이유는 뭘까. 인건비를 포함한 원가 경쟁력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수입 완성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제조사들의 고민은 이 비용을 차량 가격과 생산 과정에 어떻게 분산해 반영할지에 집중되고 있다. 만약 관세를 그대로 반영해 소비자 가격을 25% 높인다면 시장에서 바로 경쟁력을 잃게 된다. 제조사는 중간 과정에서 인건비, 물류비, 부품 원가 등을 포함한 제조 비용을 줄이면서 수익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생산지 재배치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한국GM의 철수설이 끊이지 않고 나오는 배경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인건비를 올리자는 주장은 한국GM 입장에선 자충수에 가깝다. 비용 절감 방안을 제시하고 신차 배정 유치에 사활을 거는 편이 한국GM의 지속 가능성 측면에선 도움이 된다. 따라서 노조는 신차 배정 유치에 전력을 쏟아야 한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을 고려한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신차 배정을 포함해 전기차와 전기차 부품 생산, 내연기관 차종 엔진의 직접 생산, 현재 생산 중인 2개 차종(트레일블레이저·트랙스 크로스 오버) 상품성 개선 모델의 조기 출시 등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전망이다.
GM 본사는 한국 철수설을 꾸준히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부평·창원공장 신차 배정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루머'를 완전히 잠재우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국GM의 생존이 담보된 시간은 2년밖에 남지 않았다. 2018년 GM이 군산공장을 폐쇄하면서 한국GM과 GM, 산업통상자원부는 3자 상호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 양해각서의 효력이 10년이다. 앞으로 2년 후 한국GM의 생존은 노사 협력에 달려있다.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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