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논단]사우디·이란 관계 정상화…외교란 이런 것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논단]사우디·이란 관계 정상화…외교란 이런 것
AD
원본보기 아이콘

지난 10일 중국에서 사우디와 이란이 관계를 정상화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7년간 단교했던 양국이 다시 대사관을 설치하는 등 외교 관계를 회복하기로 한 것이다. 중국이 중재자로 역할을 했다. 중국 이전에 이라크 정부가 자국 내 시아파를 통해 사우디-이란 관계 정상화를 주선했다. 이라크의 안정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 소식을 달가워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중동에서 중국의 역할이 커지는 걸 우려한다. 자칫하면 이번 사태가 미국에는 1956년 수에즈 위기를 계기로 추락한 대영제국을 떠올리게 할지도 모른다.

이란은 사우디와 관계 정상화를 수년 전부터 요구했다. 사우디는 이에 소극적이었다. 사우디는 예멘 전쟁에서 승리하려고 했다. 하지만 예멘 후티 반군에 대한 이란의 지원으로 전쟁은 장기화되고 피해도 커졌다. 사우디 입장에서는 야심차게 추진하는 경제개혁 플랜 ‘비전2030’의 성공을 위해 예멘과의 전쟁을 끝내야 한다. 무엇보다 원유 생산시설에 대한 위협이 사라져야 한다. 이란과의 화해가 필요한 이유다.


사우디는 다른 계산도 있다. 이란과 관계 정상화 소식이 나오던 비슷한 시기에 미국 언론은 사우디가 미국 및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 조건을 협상 중이라고 보도했다. 사우디는 미국으로부터 대가를 원한다. 미국의 원자로 시설 제공과 미국 첨단무기의 제약 없는 획득이 그것이다. 중국을 중재자로 택한 건 미국만이 아니라 다른 대안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중국을 지렛대로 이용해 미국에 무언의 압력을 가하는 메시지로 볼 수 있다. 냉전기에 중동 국가들은 자주 소련과 동맹을 맺겠다고 위협했지만 어느 국가도 이를 실행하지는 않았다. 사우디가 후견인으로 미국 대신 중국을 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사우디가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를 하기 위해서도 이란과 관계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 사우디는 이슬람권의 지도적 국가로서의 위상을 소중히 여긴다.


만약 이란 측이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 개선을 이슬람교적 관점에서 공격하고, 이란이 사우디를 대신해 이슬람의 유일한 지도국가로 나선다면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이란은 사우디와의 화해를 더 원했다. 주된 이유는 사우디의 여론전이다. 사우디 측 미디어는 엄청난 자원을 동원해 아랍과 이슬람 세계에서 이란에 대한 비우호적 여론을 조성해왔다. 예를 들면 런던 소재 ‘이란 인터내셔널’ 텔레비전 방송은 이란 정부에 적대적 여론을 형성해왔는데, 사우디는 이를 지원했다. 게다가 지난 수개월 동안 이란에서는 반정부 시위가 거세게 일었다. 이 시위에 관여한 반정부 세력을 사우디가 직간접적으로 도왔다. 이란 정부는 이게 매우 불편하고 부담스러웠다.

양국간의 외교 관계 정상화 합의는 해빙의 시작일 뿐이다. 향후 추가 논의하기로 합의했을 뿐이다. 두 나라 간에는 의견 대립이 크다. 사우디는 이스라엘과 화해를 추구하지만, 이란은 이스라엘을 적대시한다. 사우디는 예멘에 우호적 정권을 원하지만, 이란은 후티 반군을 지원한다.


사우디는 헤즈볼라를 분쇄하려 하지만, 이란은 헤즈볼라를 핵심 동맹 세력으로 여긴다. 협상이 시작되겠지만 구체적 결과가 도출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두 나라 모두 지역 내 위상과 동맹들과의 관계를 무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사우디와 이란의 이번 합의 과정을 보면 두 나라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줄 건 주고 얻을 건 얻는 냉철한 전략적 사고가 돋보인다. 외교란 이렇게 하는 것이다.



김동기 '지정학의 힘' 저자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포토] 12년만에 서울 버스파업 "웰컴 백 준호!"…손흥민, 태국전서 외친 말…역시 인성갑 "계속 울면서 고맙다더라"…박문성, '中 석방' 손준호와 통화 공개

    #국내이슈

  • 디즈니-플로리다 ‘게이언급금지법’ 소송 일단락 '아일 비 미싱 유' 부른 미국 래퍼, 초대형 성범죄 스캔들 '발칵' 美 볼티모어 교량과 '쾅'…해운사 머스크 배상책임은?

    #해외이슈

  • [이미지 다이어리] 누구나 길을 잃을 때가 있다 푸바오, 일주일 후 中 간다…에버랜드, 배웅시간 만들어 송파구 송파(석촌)호수 벚꽃축제 27일 개막

    #포토PICK

  • 기아, 생성형AI 탑재 준중형 세단 K4 세계 첫 공개 벤츠 G바겐 전기차 올해 나온다 제네시스, 네오룬 콘셉트 공개…초대형 SUV 시장 공략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코코아 t당 1만 달러 넘자 '초코플레이션' 비상 [뉴스속 기업]트럼프가 만든 SNS ‘트루스 소셜’ [뉴스속 용어]건강 우려설 교황, '성지주일' 강론 생략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