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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인구대책, 냉정과 열정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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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세종=이준형 기자] “취업난에, 주택난에 내 한몸 추스리기도 벅찬데 누가 아이를 갖고 싶어 하겠나.”


정부가 전날(26일) 발표한 ‘2022년 11월 인구동향’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인구동향은 매달 국내에서 태어나고 죽은 사람 수 등을 집계한 통계다. 이 통계로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어느 단계까지 왔는지 가늠해 볼 수 있다.

핵심은 ‘역대급’ 인구 감소다. 국내 인구는 2019년 11월부터 37개월째 자연 감소했다. 댓글이 보여주는 대로 저출산 직격탄을 맞은 결과다. 지난해 11월 출생아 수는 2만명선 밑으로 주저앉았다. 월간 출생아 수가 2만명에 못 미친 건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래 5번밖에 없다.


국내 인구수는 2020년부터 3년 연속 ‘데드크로스’를 이어가게 됐다. 연간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앞지르는 현상이다. 심지어 2021년에는 국내 거주 외국인을 포함한 총인구가 정부 수립 이래 처음으로 줄어드는 현상까지 벌어졌다.


말 그대로 전례 없는 상황이다. 저출산 현상은 물론 인구 감소세도 국내 통계 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만큼 한국의 ‘인구절벽’이 심각해진 셈이다. 경제활동인구가 쪼그라들면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위축돼 경제 근간이 흔들린다. 상황을 반전시킬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문제는 ‘나경원 사태’로 인구대책 논의가 요원해졌다는 점이다. 나경원 사태의 발단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던 나 전 의원이 이달 5일 기자간담회에서 언급한 ‘대출 탕감’이다. 일종의 헝가리식 모델로, 출산시 정부가 신혼부부의 주택자금 등 대출 원금을 탕감해주는 방안이다.


일각에선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출산이 ‘빚테크’의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대통령실이 ‘정면 반박’으로 쐐기를 박으며 대출 탕감은 없는 얘기가 됐고, 나 전 의원의 정치적 입지는 위태로워졌다.


인구절벽이 코앞에 닥친 상황에서 ‘극약처방’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기존에 없던 파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정책 구상 과정에서 과감한 아이디어가 제기될 필요가 있지만 최근 사태로 브레인스토밍 자체가 위축됐다.


대출 탕감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건 아니다. 다만 아이디어 차원에서 제기된 대출 탕감의 파격성만큼은 열정적이었다. 이 같은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내놓은 후 실효성을 따져도 늦지 않다. 하지만 정부 반응은 지나치게 냉정했다.


나경원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인구절벽은 현재진행형이다. 정부가 보여줬던 냉정만으로는 ‘골든타임’을 놓칠 수도 있다. 전례 없는 상황에선 전례 없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 대개 이런 대책은 현실성을 따지는 냉정과 파격적인 아이디어를 내놓는 열정 사이에 있다.


[기자수첩]인구대책, 냉정과 열정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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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준형 기자 gil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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