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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로비 안통하니 겁박 나선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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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토마토는 과일일까 채소일까? 1882년 미국은 세법개정안을 통과시키며 수입 과일에는 무관세를 유지하고 수입 채소는 10% 관세를 붙였다. 당시만 해도 토마토는 미국에서 채소로 분류됐다. 과일처럼 디저트로 먹는 것보다 케첩, 페이스트 등 가공물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관습적으로 채소 취급을 했다.


갑자기 토마토에 관세가 부과되자 수입업자들이 소송에 나섰다. 토마토는 과일이라는 과학적 증거를 들이대며 치열한 법정 공방은 대법원까지 이어졌다. 연방대법원은 ‘식물학적으로는 과일’ ‘법적으로는 채소’라고 판결했다.

이런 결론이 나게 된 배경은 로비스트들의 활약 때문이다. 로비스트들이 이익단체를 대변하며 입법 과정에 개입하다 보니 미국서는 상식에 맞지 않는 황당한 일도 생긴다. 미국 학교 급식 규정상 피자는 채소로 분류된다. 피자에 사용되는 토마토 페이스트를 채소로 규정하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학교 급식에 사용되는 정크 푸드를 줄이기 위해 피자를 채소로 규정하는 급식법안의 수정안을 내놓았지만, 식품업계의 대대적인 로비로 여전히 피자는 채소로 취급된다. 과학적인 사실과 상식도 법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면 달라진다.


캔자스 주립대학은 수년 전 미국 기업들의 로비 현황을 연구하며 기업들이 로비에 1달러를 지출하면 220달러에 달하는 세금을 줄일 수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수익으로 치자면 22000%에 달한다. 기업 활동보다 규제 입법을 막고, 현행법을 자기 입맛에 맞게 고치면 더 큰 이익을 얻는다.


2020년 기준 워싱턴에 등록된 공개 로비스트는 약 1만2000명에 달한다. 의원 1인당 로비스트 수가 22명 가까이 된다. 미국 로비 산업 연간 지출 총액은 약 4조원대로 추정된다. 해마다 20~30%씩 늘어나고 있다. 여기까지는 공개된 로비스트와 관련 시장 얘기다. 등록하지 않고 비공개로 활동하는 ‘섀도 로비스트’까지 더하면 미국 로비시장에서 활동하는 로비스트는 최소 3만명 이상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로비 지출 총액도 2배, 약 8조원대로 추정된다.

과거 1, 2차 산업에 집중됐던 미국 로비시장은 현재 구글, 넷플릭스, 메타(구 페이스북), 아마존 등 빅테크(대형정보기술기업)들에 집중돼 있다. 특히 유튜브 등으로 규제, 반독점, 광고법 관련 이슈가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구글은 해마다 로비 비용을 끝없이 올리고 있다. 지난해 구글이 사용한 로비 비용은 총 960만달러로 전년 대비 28% 늘었다. 한화로는 약 130억원에 달한다. 대부분이 규제 입법 저지와 반독점 해소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진다.


국내에서는 로비 자체가 불법이다. 이렇다 보니 민감한 문제가 생길 때마다 구글은 정부 부처, 국회를 만나 투자를 약속하고 한국 기업들과 협력하겠다며 웃는 가면을 쓴다. 이게 통하지 않으면?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을 기반으로 화난 가면을 바꿔 쓰고 겁박한다. 구글에서 수익을 받는 유튜버들은 연일 국회를 공격하는 영상을 만들어 목소리를 높인다.


미국에서 로비는 피자를 채소로 만드는 힘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로비가 불가능하니 겁박에 나선 것이다. 구글이 우리나라 국회서도 피자를 채소로 만들 수 있을까? 정상적인 방법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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