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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의 경제읽기]개인투자자 시대, 우린 탄탄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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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발생하고 주가가 상승하자 ‘새로운 개인투자자의 시대’가 열렸다는 주장이 나왔다. 근거가 있었다.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에 맞서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을 사들였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코로나19 발생 전 30조원도 되지 않았던 고객 예탁금이 1년만에 74조원으로 늘었다. 그 사이 개인투자자가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 물량 64조원을 받아낸 것까지 감안하면 100조원 가까운 개인자금이 주식시장에 들어온 셈이 된다. 젊은 투자자도 늘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유튜브를 통해 주식을 잘 이해하고 있는 세대가 시장에 참여했기 때문에 과거와 다른 형태의 투자가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됐다. 그리고 2년이 지났다. 결과가 어떻게 됐을까.

[이종우의 경제읽기]개인투자자 시대, 우린 탄탄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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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의 경제읽기]개인투자자 시대, 우린 탄탄하지 않았다 원본보기 아이콘

코스피는 코로나19 이전 2250에서 지금 2600 부근에 있으니까 2년 사이에 15% 상승한 셈이 된다. 세상의 이목이 집중됐던 것에 비하면 초라한 결과다. 개인투자자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들었다. 투자 성과도 좋지 않았다. 개인 자금이 주식시장에 본격적으로 들어온 건 코스피가 2200을 넘은 2020년 11월부터다. 현재 주가와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상승 초기에 주식을 산 사람을 제외하고 대부분이 손해를 봤을 가능성이 높다. 주가가 오를수록 투자 금액이 커지는 속성을 감안하면 상승 초기에 주식을 산 사람도 수익을 내지 못했을 수 있다. 그만큼 개인투자자가 시장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건데, 주식으로 손해를 봤기 때문에 주식시장에 대한 개인투자자의 반감이 코로나 이전보다 커졌을 확률이 높다. 개인투자자의 시대가 앞당겨지기는커녕 늦춰질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새로운 개인투자자 시대는 기반이 탄탄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주식시장으로 들어오는 자금이 과거 활황 때보다 적었다. 1998년 10월에 주가가 상승하기 시작했다. 외환위기가 나고 1년만이다. 280이었던 코스피가 8개월 후에 1050이 돼 우리 시장 역사상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큰 폭의 상승을 기록했다. ‘바이 코리아’등 주식형 펀드로 하루 1조원 가까운 개인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들어온 게 주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1999년 시가총액이 300조원 정도였으니까 그 당시 1조원을 지금 시가총액으로 환산하면 7조원이 넘는 돈이다. 2005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그 때도 개인투자자가 상승을 이끄는 역할을 했는데, 하루에 1조5000억원 가까운 돈이 펀드에 몰리면서 코스피가 2000을 넘었다. 2005년 1조5000억원을 지금 기준으로 환산하면 4조원이 넘는다. 2020년 코로나 발생 직후 개인투자자의 돈이 시장으로 많이 들어왔지만 규모는 과거 활황기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개인투자자 시대가 시작될 상황이 아니었다.

젊은 투자 세대에 대한 기대는 활황기 때마다 있었다. 새로운 투자자는 기존에 주식투자를 하지 않았던 사람들이기 때문에 젊은 세대가 중심이 될 수 밖에 없다. 과거 새로운 투자자들도 이런 저런 경로를 통해 투자에 관한 지식과 정보를 축적하고 있었기 때문에 2020년과 다를 게 없었다.


앞으로 개인투자자 시대가 열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 지난 2년과 같은 일이 없어야 한다. 주가가 오르자 증권사를 비롯해 언론과 뉴미디어까지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는데 혈안이 됐다. 상업적 목적 때문이었는데, 기대가 부풀려졌다가 가라앉자 주식시장에 대한 반감이 반대로 커졌다. 코스피는 1980년에 100으로 시작했다. 지금이 2600이니까 전체적으로 보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그 사이 우리 시장은 직선이 아닌 계단식 상승을 계속해 왔다. 1970년대 중반에 코스피가 처음 100을 넘은 후 해당 지수대에서 완전히 빠져 나올 때까지 7년이 걸렸다. 1000과 2000은 더 길어 16년과 12년이 걸렸다. 주식시장이 2~3년의 급등과 10년 이상의 장기 침체를 반복해 온 건데, 주가가 오를 때 에너지가 과다하게 몰렸다가 빠르게 사라진 결과다. 주가가 이렇게 움직이면 개인투자자가 시장에 오래 머물 수 없다. 주식을 샀다가 잘못될 경우 10년 넘게 기다려야 겨우 원금을 회복한다면 너무 많은 비용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개인투자자가 시장에 더 많이 참가하기 위해 주가가 오를 때 에너지가 과다하게 몰리지 않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는데, 지난 2년간 증권사와 언론, 뉴미디어의 행태는 정반대였다.


낮은 주식 투자 수익률도 문제다. 1990년에 1000만원어치 주식을 샀다면 지금 그 가치가 3200만원이 돼있을 것이다. 대표지수인 코스피로 계산한 결과다. 복리로 따져 연평균 상승률이 2.3% 정도다. 같은 기간에 1000만원을 채권에 투자했다면 지금 가치가 8400만원이 넘는다. 주식보다 2.6배 높은 수익률이다. 외환위기 전에 금리가 높았던 게 채권이 주식보다 높은 수익을 올린 결정적 이유지만, 기준점을 2011년으로 옮겨도 채권의 우위가 변하지 않는다. 11년간 주식이 18% 오르는 사이 채권은 이자만으로 31%의 수익을 올렸기 때문이다. 국채는 대표적인 무위험 자산이다. 부도가 날 가능성이 낮고, 예상 수익을 추정할 수 있어 어떤 자산보다 안정성이 뛰어나다. 주식은 다르다. 손실을 볼 수 있고, 수익이 예상했던 대로 날 확률보다 예상대로 나지 않을 확률이 더 높다. 위험 자산이 무위험 자산보다 수익이 낮다면 개인투자자가 해당 자산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

개인투자자 시대가 열리려면 주식투자 수익률이 최소한 채권보다는 높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주가가 올라 수익률이 높아질 때 잠깐 투자했다 주가가 정체에 빠지면 철수하는 일이 반복될 수 밖에 없다. 기업은 좋은 실적으로 내야 하고,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만들어야 한다. 주주친화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유동성만으로 시장을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가계가 가지고 있는 자산 중에서 주식이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하느냐는 금융 행태와 관련된 문제다. 미국과 영국을 제외하고 자본시장이 금융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나라는 없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그만큼 개인이 주식시장의 중심이 되기 힘든데, 이를 극복하고 주식이 중심으로 올라서려면 주식의 매력도가 높아져야 한다. 그 전에는 아무리 개인투자자의 시대가 왔다고 주장해 봐야 공허한 얘기일 뿐이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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