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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대입 정시=사교육' 신화에서 벗어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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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대입 정시=사교육' 신화에서 벗어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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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대입 정시모집을 확대하겠다는 대선 공약은 2024년 2월까지 ‘균형적인 전형 운영 및 단순화’로 국정과제에 반영됐다. 교육부의 2024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에 따르면, 2024년 정시모집 비율은 21%였다. 균형적인 전형 운영과 거리가 있으므로 이를 개선하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대입전형이 정시와 수시로 구분되기 시작한 2002년 정시비율은 71.2%에서 2007년 48.5%로 수시보다 낮아졌다. 이후 2011년 39.3%에서 2018년 26.3%, 2021년 23%, 2023년 22%를 거쳐 2024년에 21%가 되는 것이다. 2022년에 24.3%로 반등하기도 했지만 이런 추세라면 2025년에 20%대도 무너질 듯하다.

대입제도에 대한 기대는 입장에 따라 달랐다. 고등학교는 교육 정상화를, 대학은 수학능력을 갖춘 적격자 선발을, 교육당국은 사교육비 감축을 각각 기대했다. 이에 견줘 학생은 공정성과 객관성을 갖춘 대입제도를 기대했다.


정시모집 확대 공약을 두고 2025년부터 전면 시행될 고교학점제의 취지에 배치되며 사교육비를 증가시킬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고교학점제는 선택과목 확대와 선택과목 성취평가제로 요약된다. 정시가 늘어나면 수능의 영향력이 커지므로 선택과목보다 공통과목에 집중하게 돼 학점제가 무력화된다는 것이다. 이는 현행 수능체제가 유지된다는 전제에서 가능한 주장으로, 학점제에 맞춰 수능체제를 개편하면 달라질 수 있다.


정시가 늘면 사교육비가 증가할 수 있다는 주장은 정시 준비생과 수시 준비생의 사교육비를 단순 평균 낼 때의 결론인 듯하다. 그러나 정시 준비에 드는 사교육비보다 수시 준비에 드는 사교육비의 스펙트럼이 더 넓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인기학과나 상위권 대학을 겨냥한 수시 지원생도 학교수업만으로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역시 사교육 유혹을 받는다.

정시가 축소되면 정시 경쟁이 치열해지므로 오히려 사교육비를 늘릴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정시 확대가 사교육비를 증가시킨다면, 정시 축소는 사교육비를 감소시켜야 한다. 지난 20년간 정시 비율은 무려 47%포인트가 줄었으나, 사교육비는 줄지 않고 오히려 계속 늘었다. 내신이든 수능이든 상대적 서열을 올리려면 사교육을 외면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결국 사교육 정도는 정시냐 수시냐가 아니라, 어떤 대학을 목표로 하느냐, 어느 정도 사교육비를 지출할 의사가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정시가 줄면 전형을 수시와 정시로 구분한 취지가 무색해지며, 재학생은 물론 재수생들의 선택 기회는 줄어든다. 반면, 맘에 안 들더라도 일단 수시 합격 대학에 등록한 후에 반수를 택하는 경우가 늘 것이다. 반수가 늘면 개인은 물론 대학도, 사회도 불필요한 비용을 부담한다. 학점제의 안착을 위해 정시를 확대하면 안 된다는 주장에 앞서 수시가 확대돼 사교육이 줄고 교육이 정상화되었는지 돌아볼 일이다. 성취평가제 중심의 학점제가 수시의 신뢰성과 공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고, 대학별 고사 부활로 이어질 우려도 고려해야 한다.


정시든 수시든 어느 하나가 일정 비율 이하로 줄어들면 선택의 기회가 제한되고 제도의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 수시가 과도하게 늘면 공정성에 대한 우려도 늘 것이다. 2018년에 국가교육회의가 공론화 과정을 거쳐, 정시모집 비율을 30% 이상으로 늘릴 것을 권고했던 것도, 교육부가 서울지역 16개 대학에 정시를 40% 이상 확대하는 지침을 내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제는 ‘정시=사교육’ 신화에서 벗어나, 모든 대학이 40% 이상 정시전형을 확대함으로써 대입 공정성을 제고하고 선택권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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