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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영의 도시순례]압구정의 어제와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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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대 한강 남쪽 빈민촌, 70년대 성수대교 양측에 아파트 건설·밀집 시작
고분양가·특혜분양 논란 반복…여전히 최고의 주거선호지역
1994년 성수대교 붕괴 뒤 쇠락하다 최근 다시 부활

[최준영의 도시순례]압구정의 어제와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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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한 경제신문 10월 6일자 기사에는 ‘여의도와 압구정동 평당 2백만원 아파트 등장’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신규로 분양된 아파트가 아니라 기존의 아파트가 고가에 거래된 것은 예나 지금이나 드문 일이었기 때문이다. 압구정 현대아파트 80평형, 여의도 서울아파트 69평형 등이 그 대상이었다. 이렇게 고가로 거래된 이유는 60평 이상의 신규물량 공급이 중단된데 따른 것으로 기사는 분석하고 있다. 1억6천만원이라는 가격은 당시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가격이었다. 41년이 지난 2021년 9월 같은 평형의 아파트는 65억에 거래되었다. 시간이 지나도 상상하기 어려운 가격이라는 점은 압구정 아파트에서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


압구정동은 1963년 서울이 대폭적으로 확장되면서 신규로 편입된 90개의 동 가운데 하나로 출발하였다. 1964년 11월 22일 조선일보 기사에 따르면 압구정 빈민촌을 찾아 치료와 약을 전달하고 쌀 2가마와 옷가지를 나눠주었다는 기사에서 알 수 있듯이 압구정동은 한강 남쪽의 가난한 마을이었다. 66년에는 이 지역의 땅 1만평을 자신의 것으로 서류로 위조하여 판매한 일당이 적발되었다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판매 가격은 평당 270원이었다.

압구정동이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69년 서울시가 강을 메워 택지로 조성하는 매축대상지로 이곳을 지정하면서부터이다. 잠실이 된 탄천 주변지역 1백71만평에 비하면 한남대교 동측 4만평은 매우 작은 지역이었지만 이 지역의 잠재력을 알아본 사람들은 몰려들기 시작했다. 제방공사를 담당한 건설사가 사들이고 있다는 소문이 돌기도 하였고, 과거의 경험상 구획정리공사가 진행되면 가격이 뛴다는 것은 분명하였기 때문이다.


1972년 제방이 완공되면서부터 본격적인 개발이 시작된 이 지역이 지금과 같은 아파트 밀집지역이 된 것은 1975년 8월 당시 건설부가 아파트 공급을 늘리기 위해 이 지역을 아파트지구로 지정하면서 부터이다. 아파트만을 허용하는 이러한 조치에 따라 당시 이 지역에 땅을 장만한 개인들의 한탄과 하소연이 신문에 실리기도 했다. 환지를 해주거나 아파트로 공급을 해달라는 애닯은 하소연이 어떻게 결론 내려졌는지는 확인할 수는 없다. 당시 서울시는 이 지역으로의 이주를 촉진하기 위해 취득세와 재산세를 비롯한 7가지 세금을 면제해주는 특혜까지 재공해주고 있었지만 토지가격만 상승할 뿐 실제 이주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1973년 이 지역에 배밭 5000평을 가지고 있던 지주는 평당 1만7천원에 배밭을 매각하고 경기도 화성으로 이주하기도 했다. 매각한 자리는 지금 압구정현대백화점 자리였다.


가능성만 있던 이 지역에 1976년 현대건설이 대규모 아파트 건설에 착공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관심의 대상이 되었고, 1977년 성수대교가 착공되면서 압구정동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도로가 마련되게 되었다. 현대건설과 한양건설이 성수대교를 중심으로 양측에서 아파트를 건설하기 시작하면서 이 지역은 본격적인 아파트 밀집지역이 되기 시작했다. 아파트 지구로 지정된 것을 이용해 소규모 택지 소유자들은 시가의 절반인 평당 5만원에 매도할 수 밖에 없었는데 건설사들은 이 토지에 아파트를 건축하여 평당 50만원에 분양함에 따라 사회적 논란을 초래하기도 하였다. 시간이 지나도 아파트 분양가의 폭리 여부를 둘러싼 논란은 비슷한 모습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것은 서글프기도 하다.

당시 고급아파트를 가리키는 ‘맨션’으로 건축된 이 아파트들은 고분양가와 특혜분양으로 논란의 대상이 되었으며, 결국 정부는 표준건축비 등을 기준으로 한 원가조사에 나선다는 방침을 밝혔는데 이 또한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는 모습이다. 압구정동의 아파트 건축이 계속 진행되면서 1979년이 되자 이 지역의 명물이었던 배밭은 거의 사라지게 되었다.


특혜분양을 통해 대형 고급 아파트의 대명사가 된 압구정 아파트는 성수대교를 통해 서울 중심지로 이동하기 쉬운 장점이 부각되면서 1982년이 되자 점차 서울시내 최고 선호 지역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부터 시중은행의 지점들이 이 지역에 집중되면서 강남의 금융가로 부상하였고, 현대백화점을 비롯한 각종 상업시설들이 본격적으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1986년이 되면서 압구정동의 아파트 건축과 분양은 일단락되면서 고급 주거지 및 상업지역을 갖춘 지역으로 각광받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기존의 최고 선호 주거지역이었던 여의도가 업무지역으로 변모하면서 주거 선호도가 낮아지면서 압구정동이 그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고, 이때부터 강남은 최고의 주거선호지역으로 지금까지 자리를 굳히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압구정동은 이후 우리나라 최초의 맥도날드 체인점이 들어서기도 했고, 90년대에는 오렌지족으로 대표되는 과시형 소비의 중심지로 따가운 눈총을 다시 한번 받기도 했다. 끝없이 최고를 구가할 것 같은 압구정동은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이후 최고의 상권자리를 내주고 한동안 쇠락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최근 다시 부활하고 있으며, 아파트 역시 재건축 기대심리가 작용하면서 최고가 기록을 갱신하면서 여전히 최고 선호지역임을 보여주고 있다. 재건축이 언제 이루어질지 모르겠지만 그 이후에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궁금해지는 지역이기도 하다. 조선시대 이곳에 압구정이라는 정자를 지었던 한명회는 정말 미래를 내다보는 탁월한 혜안이 있었던 것이었을까 새삼 궁금해진다.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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