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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규의 야구라는 프리즘]똑똑해진 MLB 구단들…FA 몸값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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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선수 연봉 3년 연속 하향 추세
더 합리적으로 변한 구단들 FA시장 결함 많다고 판단
선수노조 노사협상 벼르지만 변화 대세 거스르긴 힘들 듯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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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메이저리그 선수 시장은 초반부터 과열 양상이다. 류현진(토론토)의 동료 내야수 마커스 세미언은 올해 개인 통산 최다인 45홈런을 때렸다. 지난달 28일(이하 현지시간) 텍사스와 7년 1억7500만 달러(약 2081억 원)에 장기 FA(프리에이전트) 계약했다. 메이저리그 역대 스무 번째로 큰 규모다.


전날에는 탬파베이가 유격수 완더 프랑코에게 총액 1억8200만 달러(약 2164억 원)짜리 계약을 안겼다. 기간은 무려 11년이다. 프랑코는 올해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일흔 경기만 뛴 스무 살 선수다. 탬파베이는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평가한 시장가치에서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가운데 29위인 '스몰마켓' 구단이다.

지난달 29일에는 뉴욕 메츠가 사이영상 3회 수상에 빛나는 맥스 슈어저를 3년 1억3000만 달러(약 1547억 원)에 FA로 영입했다. 서른일곱 살 투수라 계약 기간은 짧다. 하지만 연평균 4333만 달러(약 515억 원)로 뉴욕 양키스의 게릿 콜(3600만 달러)를 제치고 역대 최고액 기록을 새로 썼다.


케빈 가우스먼이 토론토와 5년 1억1000만 달러(약 1309억 원), 코리 시거가 텍사스와 10년 3억2500만달러(3832억원)에 계약하는 등 12월이 되기도 전에 총액 1억달러 이상 계약이 일곱 건 성사됐다. 지난해에는 시즌 뒤 1억 달러 이상 계약이 세 건 있었다. 모두 해를 넘긴 1월 19일 뒤에 이뤄졌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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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년보다 훨씬 빨라진 계약은 메이저리그 노사협상의 난항 영향이 크다. 메이저리그는 선수노조와 5년 기한 단체협약을 맺고 있다. 2017년 발효된 협약은 올해 만료된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직장 폐쇄로 이어진다. 이 경우 구단은 폐쇄 전 시점의 선수 명단(40인 로스터)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 새 계약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계약을 앞둔 선수와 이들을 탐내는 구단은 계약을 서둘러야 할 필요가 생겼다.

현행 협정에 불만을 가진 쪽은 선수노조다. 메이저리그 선수 연봉은 지난 3년 연속 하향 추세였다. 선수노조는 지난번 단체협상 때와 달리 강성으로 돌아섰다. 올해 연봉 상위 125명 평균 연봉은 184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6% 감소했다. 대부분 FA 신분으로 계약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던 FA 몸값이 꺾이고 있다. 한국 프로야구 구단에 무척이나 부러울 현상이다.


스포츠 경영학이라는 학문은 1956년 시카고대학 출신 경제학자 사이먼 로텐버그가 쓴 '야구선수의 노동시장'이라는 논문에서 시작됐다. 로텐버그는 여기서 메이저리그 노동시장의 특징을 ‘수요독점’으로 파악했다. FA 제도가 없던 시절 구단은 소속 선수가 은퇴할 때까지 독점적으로 계약할 권리를 갖고 있었다. 선수에게는 이적의 자유가 없었다. 이른바 ‘보류권’이다. 구단은 지대(특정권리를 갖고 있다는 데서 나오는 보상)를 누렸고, 선수는 착취를 당했다.


착취는 어느 정도였을까. 로텐버그의 후배 경제학자 마샬 메도프는 1976년에 야구선수의 실제 연봉과 시장가치를 비교해 ‘수요독점착취율’을 계산했다. 스타급 투수의 경우 착취율은 51%에 달했다. 선수가 시장가치의 49%만을 연봉으로 받은 셈이었다. 그해 메이저리그 노사가 FA 제도에 합의한 뒤 사정은 급변했다. 1983년 연구에 따르면 스타급 투수 착취율은 마이너스 72%였다. FA 제도 아래에서 지대수취자는 구단에서 선수로 변했다. 단 비FA 선수 착취율은 FA 제도 도입 뒤에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악화한 시기도 있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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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 제도는 선수에게 일종의 트레이드오프다. 메이저리그에서는 6년,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7~8년을 뛰어야 비로소 자격이 생긴다. 얻기 전까지 상대적으로 저연봉을 감수하고 FA 시장에서 '대박'을 노린다. 구단에는 기량이 떨어질 가능성이 큰 30대 FA 선수를 비싸게 고용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한계수입과 한계비용이 일치할 때 이윤이 최대가 된다는 게 경제학의 설명이다. 프로야구 노동시장에서는 선수 실력과 공헌도에 따라 연봉이 매겨지는 게 가장 이상적이다. 지금의 FA 제도는 그렇지 않다.


1976년 메이저리그 노사가 한창 FA 제도를 두고 협상했을 때의 일이다. 오클랜드 구단주 찰스 핀리는 "모든 선수에게 FA 자격을 주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동조한 구단주는 단 한 명뿐이었다. 사실 수용을 가장 두려워한 사람은 선수노조 사무총장 마빈 밀러였다. 경제학 전공에 노동운동 전문가였던 밀러는 자유경쟁시장에 나오는 선수가 많을수록 구단이 유리해진다는 걸 꿰뚫고 있었다. 반대로 ‘자기 선수’를 빼앗기기 싫었던 구단주 대다수는 FA 숫자를 최대한 줄이기를 원했다.


오늘날 메이저리그 구단은 당시보다 더 똑똑하고 합리적으로 변했다. 월스트리트에서 경력을 쌓은 인재들이 구단 프런트에서 의사를 결정한다. 이들은 슈어저 같은 최고의 선수에게는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FA 시장 자체는 결함이 많다고 판단한다. FA보다 프랑코 같은 미래 스타와의 장기 계약을 더 선호한다. 마이너리그를 향한 관심과 투자도 늘린다. 그 결과 과거라면 더블A에서 뛰고 있을 선수가 메이저리그에 속속 데뷔한다. 구단 전력이 하향 추세라고 판단하면 성적을 포기하고 유망주 육성에 주력하는 ‘탱킹’이 일반적인 전략이 됐다.


선수노조는 FA 보상제도를 손보고, 탱킹을 저지한다며 벼르고 있다. 하지만 구단이 FA 제도를 과거처럼 매력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추세를 거스르기는 어려워 보인다. 협상에서 구단 측은 29.5세에 이른 선수에게 일괄 FA 자격을 주자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알려졌다. 45년 전 밀러가 가졌던 두려움이 가시화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조지 윌은 "막대한 정보량을 훨씬 빠른 속도로 처리할 수 있는 시대에 미국 야구는 자산 가격 평가와 자원 배분을 훨씬 합리적으로 진행한다. 이런 변화를 향한 저항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말했다.


한국야구학회 이사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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