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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웅의 에너지전쟁] 탄소 감축은 미래산업을 어떻게 지배할 것인가

최종수정 2021.11.25 11:20 기사입력 2021.11.25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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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절약의 핵심은 재화의 사용을 최소화하는 것

디지털 세상에서 실물 자원을 소비하지 않고 콘텐츠 교류
자동차와 기계가 에너지 소비할 필요 없어

기후변화는 시간이 갈수록 더 큰 이슈로
탄소 감축 기술과 문화 속속 등장

아시아경제신문은 한 달에 한 번씩 목요일자에 대변혁기를 맞은 에너지 산업을 진단하고 그에 얽힌 국제 질서 변화를 짚어보는 '최지웅의 에너지전쟁'을 연재합니다. 저자는 2008년 한국석유공사에 입사해 유럽ㆍ아프리카사업본부, 비축사업본부에서 근무하다가 2015년 런던 코번트리대의 석유ㆍ가스 MBA 과정을 밟은 에너지 분야의 전문가 입니다. 석유의 현대사를 담은 베스트셀러 '석유는 어떻게 세계를 지배하는가'를 펴냈습니다. 지난해에는 본지에 <석유패권전쟁> 칼럼을 연재해 독자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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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의 가장 오래된 고민은 인간의 욕망은 무한한데 자원은 유한하다는 것이다. 현대 이전까지 이 문제는 생산량 증대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었다. 석유, 석탄의 사용량은 지난 100여 년간 매년 증가했고 기후변화로 인한 제약은 없었다. 1차, 2차 산업혁명은 석탄과 석유라는 고밀도 에너지원을 통해 대량 생산체제를 확립했다. 그것이 빈곤을 몰아내고 수명, 건강, 행복, 인권 등 삶의 모든 면을 개선하며 역사의 진보에 기여했음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앞으로는 부족한 자원과 한정된 에너지로 같은 효용을 창출해야 한다. 설령 자원이 남아있다 해도 탄소 문제가 과거와 같은 대량 생산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탄소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저탄소 에너지 확대도 필요하지만, 또 다른 한 축은 에너지 사용 자체를 줄이는 것이어야 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5월 ‘Net zero by 2050’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로드맵을 제시했는데, 예상대로 재생에너지의 급격한 확대를 주장했다.

그리고 한 가지를 더 강조했다. 에너지 사용량의 축소다. 현재 전 세계가 사용하는 에너지 총량이 435EJ(엑사줄)인데, 이것이 2050년에 340EJ로 약 22%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유럽 최대 에너지기업 BP도 2020년 9월 발표한 에너지 전망 보고서에서 2050년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 2030년 이후부터는 세계 에너지 소비 증가율이 ‘0’에 머물러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2021년 7월 장기 에너지 전략 초안을 발표하며, 비화석에너지 비중을 증대함과 동시에 전기 사용량을 약 8% 감축하겠다고 했다. 한마디로 에너지 소비 절감 없는 탄소 감축은 불가능하다.


에너지 소비를 줄인다는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것은 승용차 사용을 줄이고 조명을 끄고 TV를 덜 보고 세탁기와 냉장고를 덜 쓰는 것으로 이해되기 쉽다. 물론 그것도 에너지를 아끼는 행동이다. 그러나 그것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부분이다. 개인은 전기, 휘발유, 배터리 등의 형태로 에너지를 직접 소비하기도 한다. 그러나 다양한 기업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소비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이 훨씬 더 크다.


한국의 전력 소비에서 가정용 전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기준 약 14.5%에 불과했다. 반면 제조업과 서비스업 등에서 사용하는 산업용 전기는 약 77.2%였다. 산업용 전력은 궁극적으로 상품과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제공하기 위해 소비된다. 따라서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서는 자동차를 덜 타고 전기제품을 덜 쓰는 것보다 자동차, TV, 세탁기를 자주 교체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에너지를 아낀다는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수많은 재화를 구성하는 자원을 아낀다는 의미에서도 그렇다.

모든 제품은 에너지를 소비하거나, 변형한 후 소비자에게 제공된다. 그러므로 에너지 절약의 핵심은 재화의 사용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에너지 절약의 핵심은 탈물질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디지털 기술이 있고, 최근 주목 받는 메타버스 산업이 있다. 이 산업군의 기업은 물질을 가상현실에서 대체하여 실물 자원의 사용을 최소화한다. 그러면서도 실물 이상의 효용을 제공하려 한다.

▲최지웅 한국석유공사 스마트데이터센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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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사람들은 음악을 듣기 위해서 더 이상 LP, CD를 쓰지 않는다. 스트리밍하거나 음원 파일을 다운 받는다. 종이책과 신문 대신 전자책과 인터넷을 활용한다. 그리고 스마트폰은 알람시계, 카메라, MP3플레이어, 전자수첩 등 수많은 도구를 사라지게 하거나 줄였다. 인간이 가진 기본적 욕구인 관심과 공감도 소셜미디어상에서 충족되고 있다. 메타버스 산업이 더 커지면 디지털 세상에서 실물 자원을 소비하지 않고 콘텐츠와 감정을 교류하는 모습이 일반화될 것이다. 그 세계에서는 무거운 자동차와 거대한 기계가 구동을 위해 에너지를 소비할 필요가 없다.


지금의 화폐도 카드 결제와 디지털 페이가 주류를 이루는 상황에서는 가상화폐의 특성을 갖는다. 그래도 지금의 화폐는 지폐나 동전으로 물질화할 수 있고 그런 점에서 실물화폐의 모습을 완전히 버리지 못했다. 그러나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는 애초에 실물이 없어 가상의 지갑에서 숫자로만 소유할 수 있다. 가상화폐의 미래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지금의 모습은 실물이 없어지는 탈물질화 흐름을 반영한다.


현재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애플·테슬라·알파벳·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은 모두 상상력과 첨단 기술의 조합으로 새로운 문화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산업군이다. 무엇을 제조하기보다는 설계를 하고 콘텐츠를 만들고 첨단 기술을 추구한다. 미국은 전략적으로 통신, 인공지능, 그리고 콘텐츠 분야에서 선두는 놓치지 않을 것이고 이에 대한 도전에는 제재를 가할 것이다. 그 배경에는 에너지의 변화와 탄소가 있다.


기후변화는 시간이 갈수록 더 큰 이슈로 등장할 것이다. 그렇게 될수록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탄소를 감축하는 기술과 문화가 속속 등장할 것이다. 그런데 다른 한편에서 생각할 것은 한국은 에너지 소비가 큰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에너지 환경의 변화가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수밖에 없다. 기후변화와 탄소감축 이슈가 산업계의 충격이 되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처럼 필요한 에너지를 거의 수입에 의존하는 입장일수록 전환기 에너지 안보에 더욱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산업의 변화는 장기간에 걸쳐 일어나지만, 에너지 이슈는 단기간에도 큰 충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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