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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 수입 우유와 수입 쇠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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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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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우유 가격이 오르고 우유를 사용하는 빵, 치즈, 커피음료 등의 가격이 동반 상승하는 ‘밀크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면서 가성비 좋은 수입 멸균우유가 주목받고 있다. 제과점이나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와 아이를 키우는 주부들마저 유럽이나 호주산 우유가 국내산보다 나쁠 이유가 없다며 맛과 품질을 꼼꼼히 비교하기 시작했다.


멸균우유는 상온에서 장기 보관이 가능하면서도 우유 내 단백질, 칼슘 등 영양 성분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무엇보다 시중에서 900㎖당 최소 2000~2500원대에 판매되는 일반 우유에 비해 수입 멸균우유는 온라인쇼핑몰에서 ℓ당 1000~1300원에 구입할 수 있다. 배송비를 더해도 대량 구매하면 멸균우유가 훨씬 저렴해 소비자 입장에선 굳이 국산 우유만 고집할 이유가 없다.

관세청에 따르면 국내 멸균 우유 수입량은 2016년 1214t에서 지난해 1만1413t으로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올 들어 1~8월 멸균우유 수입량만 해도 1만4275t으로 이미 작년 수입량을 넘어선다. 반면 국내 우유 소비는 매년 줄어 국민 1인당 연간 흰우유 소비량은 2001년 36.5㎏에서 2020년 31.8㎏으로 감소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원유 생산량 209만t가운데 186만t이 소비되고 23만t은 사실상 버려졌다.


수요보다 공급이 넘치는데 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우유 가격을 결정하는 방식 때문이다. 정부는 안정적인 원유 공급을 위해 2013년 ‘원유가격연동제’를 도입하고 시장 상황과 상관 없이 인건비나 사료비가 오르면 우유 소비량이 줄어도 가격을 올릴 수 있도록 했다. 이는 결국 비용 부담을 오롯이 소비자들에게 전가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더욱이 원유 가격이 인상되면 제조업체의 생산비용과 유통업체 마진까지 더해져 원유 가격 인상보다 더 큰 폭으로 우유 소비자가격이 오르게 된다.


비슷한 사례로, 지난 2019년 말 개편된 ‘쇠고기 등급제’ 또한 가격 인상을 부추겨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의 편익을 저해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당시 정부와 축산업계는 1++ 등급의 한우 판정 기준을 완화해 공급을 늘리면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 주장했지만, 일년 사이 1++ 등급 공급량이 50%나 늘어났는데도 한우 가격은 오히려 10% 이상 상승했다. 당초 1+ 또는 1등급으로 판정될 쇠고기마저 높은 등급을 판정받아 가격이 동반 상승한 탓이다.

한우 가격이 고공행진을 지속하자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입 쇠고기로 눈을 돌렸다. 올 들어서만 이미 쇠고기 수입량이 33만t을 넘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가격이 한우의 3분의 1 수준이면서 품질은 좋은 수입 냉장 쇠고기가 빠르게 한우를 대체하면서 가격경쟁력 확보보다는 고급화로만 승부를 겨루려 했던 정부정책이 오히려 발목을 잡은 셈이 됐다.


저출산과 코로나19로 인한 우유 급식 감소, 사료값 등 생산비 증가로 유업계와 축산업계 모두 어려운 상황이지만 공급이 충분한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마냥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할 리는 없다. 소비자들의 입맛은 더 다양해졌고, 수입산이라는 대체재는 얼마든지 있는 데다 수입상을 통한 온라인구매 등 공급처도 다양해졌다. 국내 농가보호나 식량안보 등과 같은 명분도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2026년 모든 유제품에 대한 관세가 철폐되면 유럽과 미국 등에서 더 많은 수입 우유가 싼 값에 들어오게 된다. 미국산 쇠고기는 2026년부터, 호주산은 2028년이면 관세가 폐지된다. 생산자나 유통업계 입장이 우선된 제도가 아닌 소비자들도 납득할 수 있고 실제적인 경쟁력도 갖출 수 있는 가격결정 시스템을 다시 고민해야 한다.


/조인경 소비자경제부 차장 ikjo@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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