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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임산부석 관리가 자치경찰 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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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임산부 배려석 [사진=아시아경제DB]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 [사진=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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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혜숙 기자] 지하철을 이용해 본 사람이라면 간혹 전동차 내 임산부석에 앉을까 말까 고민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스티커가 붙어있고 좌석도 분홍색이라 누가봐도 '특별한' 승객을 위한 자리라는걸 알면서도 '한번쯤이야'하는 유혹에 흔들릴 때가 있다.


그렇더라도 주변의 눈치를 보는게 인지상정인데, 어린 10대 소녀며 할머니, '쩍벌남' 아저씨까지 성별을 가리지 않고 버젓이 임산부석에 앉아있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비어있는 자리니까 앉았다가 임산부가 탔을 때 비켜주면 된다는 논리로 대응하면 딱히 반박하기도 난감하다. 임산부에 대한 '배려석'이지 '지정석'이 아니다,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다는 등의 갈등도 여전하다.

하지만 정작 많은 임산부들은 '배려석'이라고 만들어놓고 배려를 하지 않는다며 하소연한다. 임신초기에는 외견상 임신부의 식별이 어려우니 언제든 마음편히 앉을 수 있도록 임산부석을 계속 비워두기를 바라는 것이다.


2019년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임산부 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54.1%가 대중교통 이용시 자리양보 등의 배려를 받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또 지난해 서울지하철 고객센터에 접수된 임산부 배려석 관련 민원은 8700여건에 달했다. 월 평균 720건이 넘는 수치다.


인천에서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임산부 전용석 규정을 담은 조례 제정이 추진돼 눈길을 끌고 있다. 그러나 엉뚱하게도 경찰 반발에 부딪쳐 지난 10일 열린 인천시의회 본회의에서 안건 상정이 보류됐다.

인천시의회 의장이 대표 발의한 '대중교통 기본 조례안'이 그것인데, 조례안의 6조 3항 '지하철경찰대는 전동차 순찰시 임산부 외 승객에게 임산부 전용석을 비워둘 것을 권고할 수 있다'는 규정을 경찰이 문제삼으면서 임산부를 배려하자는 취지와는 달리 자치경찰의 역할이 맞냐 아니냐는 논란만 불러왔다.


현직 경찰관들로 구성된 인천경찰직장협의회는 해당 조례가 지하철 운영 주체나 지방자치단체의 업무를 지하철경찰대에 떠넘기고 있다며 조례안 폐기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임산부 전용석 지정·운영은 주민복지(편의)를 위한 지자체의 사무이지, 경찰의 사무가 아니므로 '자치경찰 사무'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서울시의 경우 서울교통공사 직원(지하철보안관)이 맡고 있다는 점을 사례로 들었다.


또 지하철경찰대는 국가경찰조직으로 지방자치단체에 적용되는 조례의 규정 대상이 아니며, 임산부 전용석 업무가 경찰의 임무 범위 내에서 사무를 수행토록 한 '경찰법'과도 모순돼 법령 위반의 소지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인천시 자치경찰조례가 명시하는 자치경찰 사무에 '주민의 생명·신체·재산의 보호를 위한 지하철경찰대를 설치·운영할 수 있다'는 규정을 근거로 임산부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차원에서 임산부 전용석 관리 업무도 자치경찰이 할 일 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 부분 역시 경찰은 인천시 자치경찰사무 조례상 '지하철경찰대 운영'은 범죄예방 순찰 등 경찰의 임무 범위 내 사무를 의미한다며 반박하고 있다.


경찰들 사이에선 임산부석 관리하려다 성추행범이나 소매치기범을 놓치는 것 아니냐는 격한 반응도 보이고 있다. 또한 '권고'라는 형식을 빌려서 향후 쓰레기 투기나 버스 노약자석 착석을 금지하는 사무도 경찰이 떠맡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시의회도 이러한 분위기를 의식해서인지 상임위를 통과한 조례안을 본회의 문턱 앞에서 보류했지만, 법제처 유권해석을 거쳐 추후 다시 상정될 가능성도 있어 논란의 불씨는 여전하다. 인천경찰직협의 주장대로 이번 조례안이 자치경찰 사무를 부당하게 확장하는 전국 첫 사례라는 오명을 쓰기 앞서 지역사회의 충분한 논의가 우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혜숙 기자 hsp066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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