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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그리스 2.0, 새로운 협력의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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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 "어! 도시 풍경이 왜 이렇지?" 고색창연한 건물들이 줄지어 있을 줄 알았는데, 아테네의 첫 인상은 근대 이후의 도시 모습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테네는 오스만 투르크로부터 400년간의 지배 끝에 1821년 독립전쟁을 거쳐 1834년 신생국가의 수도로 지정되고서야 본격적으로 개발되었던 것이다.

기원전 5세기 전성기를 구가하던 아테네는 로마제국의 쇠락과 함께 묻혀 있다가 그리스의 독립과 함께 재부상했다. 그리스하면 민주주의 발상지, 서양문명의 요람이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2010년, 2012년, 2015년 3차례에 걸쳐 유럽연합(EU), 국제통화기금(IMF) 등으로부터 구제금융 지원을 받으며 그리스 국민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받았던 모습도 기억에 선하다. 1997년 외환위기를 겪어본 우리는 그리스 국민들이 3차례에 걸친 구제금융과 구조조정으로 얼마나 힘들었을지 대강 짐작할 수 있다.


2019년 개혁과제를 물려받고 출범한 현 미초타키스 정부는 그리스를 경제개혁 선도국가로 만들고 있다. 최근 다국적 회계법인(Ernest & Young)의 집계에서는 2020년 그리스로의 해외직접투자 건수가 전년 대비 77% 증가했다고 한다.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경제적 타격을 입고 있던 그 시기에도 그리스로 투자가 몰렸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그리스 재무장관은 7월 개최된 그리스 투자포럼에서 유럽집행위원회의 전망을 인용하여 내년도 그리스 경제성장률은 유럽 평균인 4.5%를 넘어 6%, 대 그리스 해외 직접투자는 유럽 평균 5%를 상회하는 15%, 수출은 유럽 평균 0%를 초과해 8% 증가를 내다봤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그리스 경제회복계획(Greece 2.0)은 녹색 및 디지털 전환 사업을 포함한 305억유로 규모의 미래사업을 담고 있다. 올해 말까지 우선 75억유로 규모의 집행을 예정하고 있다.


압축적인 경제 성장을 넘어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등 미래산업에서도 앞서 나가는 한국과의 협력에 그리스의 관심은 매우 크다. 지난달 한국전 참전 기념식에 참석한 그리스 참전용사협회장은 유럽시장의 관문이자 중동, 북아프리카를 잇는 지정학적 요충지인 그리스에 대한 한국 기업의 낮은 관심이 안타깝다고 했다. 남부 최대 항구인 피레우스의 전략적 가치를 알아보고 운영권을 거머쥔 중국의 행보를 참고했으면 한다고 덧붙인다.


그리스는 한국전쟁에 참전하여 우리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켜준 데 이어, 1970년대 초 대형선박 건조 경험이 일천했던 우리의 발전 잠재력을 믿고 2척의 유조선 건조를 맡겼다.


그 당시 정주영 회장이 우리 500원 지폐의 거북선을 보여주며 한국인의 선박 건조 기술의 우수성을 강조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지난 6월 만났던 그리스 해운회사 경영자도 오랜 시일이 지났지만 당시 일화를 기억하고 있었다.


이렇게 시작한 조선 협력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우리 중공업 발전의 마중물 역할을 했다. 지난해 그리스가 발주한 선박의 약 66%(41척), 최근 발주된 액화천연가스(LNG) 선박의 전량을 우리 기업이 수주하는 성과를 올렸다. 물론 이를 통해 세계적 해운국인 그리스의 위상을 우리 기업이 뒷받침해 주고 있다.


같은 38도 위도에 위치한 그리스는 식민지배 이후 좌우 이념 대결, 내전, 군사정부, 민주화라는 사회발전 경로에서도 우리와 닮은 데가 많다.


이제 더욱 선진화된 사회로 탈바꿈하기 위해 갈 길 바쁜 그리스의 여정에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우리 기업들의 더 많은 관심과 동참을 기대해 본다.


이정일 주그리스 한국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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