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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화를 부르는 자화자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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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는 지난 21일 임대차 3법 시행효과라는 자료를 냈다. 국토부는 "임대차 3법이 ‘89년 계약기간 연장 이후 30여년 만에 임대차시장이 겪은 가장 큰 제도 변화로 도입 초기 일부 혼선은 있었으나, 임대차신고제 자료를 토대로 볼 때 안정적으로 정착되고 있으며 제도 도입의 목적인 임차인의 거주기간 연장, 낮은 임대료 인상률 등이 확인됐다"고 했다.


"부동산만큼은 자신 있다"던 이 정부에서 부동산대책이 셀 수 없이 나왔다. 집값 상승에 전월세 감당마저 어려워 불가피하게 눌러 앉은 이들, 갱신 후에 펼쳐질 지옥도를 이미 걱정하는 많은 무주택 세입자들에게 국토부의 자화자찬은 실소를 넘어 분노를 이끌어냈다. 정권은 1년도 안 남았고 그 후에는 청와대와 장·차관을 비롯해 부서장과 업무가 다 바뀐다. 책임질 사람은 존재하지 않을 터이다. 뒤늦게 책임을 추궁당해도 "전 이미 물러난 사람입니다" "전 실무만 했을 뿐입니다" "그때 이미 사과했습니다"라는 말로 피해가면 그뿐이다.

청해부대 수송작전을 두고 청와대와 국방부가 내놓은 자화자찬도 실소가 나온다. 군은 국가의 최후의 보루다. 정부와 군이 해야 할 일은 평시나 전시에 국민을 위해 목숨을 던질 수 있는 군대와 군인을 키우는 일이다. 그럼에도 군은 노크귀순에서 수영귀순 등으로 철책이 뚫리더니 최근에는 일련의 사태(공군 부사관 사망사건, 부실 급식 논란, 청해부대 집단감염)로 스스로 군사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방부 장관이나 각군 참모총장 등의 거듭된 사과도 이번이 끝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로도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가 꺾이지 않자 정부가 수도권 4단계 연장, 비수도권 3단계 격상에 나섰다. 2주 동안 ‘짧고 굵게 끝내자’던 대통령은 "고통의 시간이 길어져 매우 송구하고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했다. 방역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일반인들로서는 2주 만에 단계를 다시 완화할 수 있을지, 완화한다면 이후 다시 확진자 재증가와 비수도권의 풍선효과 차단이 성공할지, 6월의 그 분위기(7월부터 조심스런 일상의 복귀가 가능할 것이라는)가 다시 올지 확신보다 불신과 회의에 무게가 기우는 게 사실이다.


코로나19는 전 세계가 가보지 않은 길이다. 컨트롤타워(청와대, 주무부처, 방역당국인지도 헷갈린다)를 중심으로 모든 구성원들이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어주며 가는 수밖에 없다. 가보지 않은 길을 가기 위해서는 응원과 격려, 희망이 필요하지만 "방역을 너무 잘해서 질문(기자들을 향해)이 없는 건가" "K-방역을 세계가 인정하고 있다"처럼 불필요한 말도 필요없을 것이다. 방역의 성공은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녕이 가장 중요하고 결과에 따라 당국과 국민의 결론이 일치해야 할 일이다. 남의 나라 정부와 국민이 인정하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칭찬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우리 선수들이 화제다. ‘코리아 파이팅’을 외친 양궁의 김제덕과 안산, 유도 안창림과 안바울, 수영의 황선우, 탁구의 신유빈 등. 메달 유무와 상관없이 최선을 다한 이들에게 국민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있다. 우리 사회가 자화자찬에 인색한 측면도 있지만 겸손한 동시에 가족, 선후배, 팀동료, 코치, 더 나아가 국민에게 공을 돌린다. 박수를 더 많이 더 크게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경호 사회부장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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