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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의 경제읽기]전세계 부동산 시장 '경고등'… 금리 올려 자산가격 상승 막아야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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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간 주요국 주택가격 이전 평균 상승률 3배 이상 올라
우리나라는 21.4% 상승…지난 연평균 상승률의 8배
금리 인상·유동성 줄이기 나서야
한은, 빠르면 8월 금리 올릴듯

‘영국 13.4%, 미국 14.6%, 독일 15.3%, 캐나다 12.5%, 뉴질랜드 28.8%’


지난 1년간 주요국의 주택가격 상승률이다. 다소 차이가 있긴 하지만 많은 나라들이 두 자리수 상승을 기록했음을 알 수 있다. 이 수치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는 2010년 이후 10년간 연평균 상승률과 비교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지난 1년간 상승률이 이전 평균 상승률의 3배를 넘는다. 캐나다 같은 경우 5배나 된다. 작년 한 해 동안 전세계에서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정도가 더 심하다. 한국부동산원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전국 아파트실거래 가격이 21.4% 상승했다. 2010년 이후 10년간 연평균 상승률 2.6%의 8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8년간 오를 아파트 가격이 지난 한 해 사이에 다 올랐다는 얘기가 된다.

주택 가격이 급등하자 여러 정부가 고민에 빠졌다. 경기가 나쁠 때에는 부동산 가격 상승이 경제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건설 경기 회복이 전체 경제를 끌어올리는 동력이 되는 데다, 주택가격 상승으로 자산이 늘어나 소비를 늘리는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기를 끌어올리려 할 때 정부는 제일 먼저 주택가격을 건드리게 된다. 작년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도 그랬다. 매달 1200억달러씩 채권을 매입하는 양적 완화 프로그램 중 3분의 1을 주택 관련 모기지 채권 매입에 배정했다. 코로나19로 주택 경기가 위축될 거라 가정하고 이를 막기 위한 정책을 내놓은 것이다. 예상과 달리 주택 가격이 급등해 1년에 주택가격이 15% 가까이 오르는 나라에서 중앙은행이 부동산에 투자하라고 돈을 대주는 결과가 되고 말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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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부동산 가격이 정부와 중앙은행의 정책 기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는 이유는 둘이다. 하나는 인플레이션인데 물가를 진정시키기 위해 금리를 올리고 시중에 있는 돈의 규모를 줄인다. 또 하나는 자산가격이다. 자산가격이 올라 버블이 커질 가능성이 있으면 이를 막기 위해 금리를 인상한다. 자산 중 특히 문제가 되는 게 부동산이다. 주식이나 채권은 부동산에 비해 규모가 작고 이해 당사자도 많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생겨도 특정 부문에 국한되고 끝나는 경우가 많다. 부동산은 다르다. 어느 나라든 부동산이 그 나라의 가장 큰 자산이고 관련된 사람도 많다. 구입할 때 부채도 많이 사용한다. 문제가 생기면 경제 전반으로 영향이 파급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2000년 IT버블 붕괴라는 초유의 일이 미국 주식시장에서 발생했지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았던 반면, 2008년 부동산 버블 붕괴는 금융위기로 연결된게 둘 사이의 차이를 잘 보여주는 예다.


앞으로 Fed가 금리를 올릴지 말지를 판단할 때 인플레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것이다. Fed가 당분간 완화정책을 고수하겠다고 한 것은 인플레가 일시적이어서 4분기에는 제자리로 돌아갈 거란 자신이 있어서다. 지난 10년간 경기가 조금만 나빠져도 물가가 하락하는 것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세계 경제가 디플레 구조 위에 있었는데 갑자기 인플레가 문제될 가능성이 없다고 본 것이다. 경제 구조라는 게 어느 날 갑자기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합리적인 판단으로 보인다.


문제는 부동산이다. 자산가격은 일정 궤도에 들어서면 자기 스스로 움직이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오르기 때문에 그 대열에 참가해야 한다고 생각해 매수에 나서고 그러면 가격이 더 올라가는 과정이 진행된다. 이를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가격이 너무 비싸 매수자들이 스스로 포기를 하든지, 가격을 올리는 동력이 없어져야 한다. 지금 전세계에서 주택가격을 올리는 동력은 낮은 금리와 유동성이다. 따라서 금리를 올리고 유동성을 줄이면 부동산 가격 상승을 막는 효과를 어느 정도 얻을 수 있다. 결정이 쉽지는 않다. 금리가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주려면 수 차례 인상이 이뤄져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경제가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로 지난 1년간 선진국들은 주택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정책을 쓰지 않았다.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우선 경기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되찾았고 많은 나라가 높은 주택가격에 시달리고 있다. 그로 인한 정치적 압력도 만만치 않아 자산가격이 금리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2004년에 Fed가 1.0%였던 기준금리를 2년에 걸쳐 5.25%로 인상한 예가 있다. 주택가격이 매년 두 자리수로 상승하자 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금리를 빠르고 크게 올린 것이다. 그 영향으로 2008년에 주택 담보 대출에 문제가 생겼다. 버블을 끄겠다고 서두른 게 화근이었는데 이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예상보다 빨리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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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이 변화에 먼저 대응하고 나섰다. 7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국은행은 과도한 부채와 차입 투자에 따른 부작용을 언급했다. 현재의 완화 정책을 조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예상보다 강한 발언이다. 당초에는 코로나19 4차 확산 상황을 감안해 사태가 진정된 후에나 금리 인상을 거론하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한국은행의 언급을 감안할 때 빠르면 8월에 금리 인상이 이뤄지고 연내에 두 번 인상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아직 소비가 회복되지 않았지만 이 부분은 경기 회복과 재난 지원금 같은 재정 지원을 통해 해결하라고 떠 넘겼다. 전체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감안하더라도 자산가격 상승을 막는 게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이미 신흥국 중 여러 나라가 금리를 인상했다. 이유는 가지각색이다. 환율 절상을 유도해 자금 이탈을 막겠다는 나라가 있는가 하면, 높은 물가 상승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도 있었다. 명시적으로 얘기하지 않지만 한국은행같이 자산 가격 버블을 방어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앞으로 자산가격을 금융정책을 결정하는 요인으로 고려하는 나라가 계속 늘어날 것이다. 올해 중에 선진국 대부분이 코로나19 이전의 경제 수준을 되찾을 가능성이 높다. 다른 경제 변수는 모두 원상을 회복했는데 금리를 포함한 금융정책만 위기 상태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 물가에 쓰는 관심만큼 자산가격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세심하게 관찰해야 한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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