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초동시각] 낯 뜨거운 중립과 공정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문재인 정부는 검찰 인사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제고했습니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문재인 정부 4주년 추진실적'만 보면 검찰은 지난 4년간 태평성대를 누리며 국가 최고 법집행기관으로서 임무만 수행했다.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공정한 수사에 나섰고 정부 역시 검찰이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줬다. 모든 인사는 규정과 보직 관리, 검사복무평정규칙 등 기본 원칙에 맞춰 이뤄졌다.

실상은 달랐다. 검찰은 지난 4년간 가장 시끄러운 시간을 보냈다. '검찰 개혁을 위한 인내의 과정'이라고 설명하기엔 일련의 사태를 지켜본 국민들의 피로도가 너무 높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정부가 4년간의 성과집을 내놓은 지난 12일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승승장구하며 검찰 내 대표적인 친(親)정권 성향 검찰 간부로 자리 잡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기소된 날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퇴임 전 박범계 법무부 장관에게 이 지검장의 교체를 강력히 요구했던 점을 감안하면 정부 입장에서는 헌정 사상 첫 '피고인 서울중앙지검장'을 만들었다는 불명예를 피할 수 있었던 셈이다.


1년 전으로 돌려도 정부가 '중립'과 '공정'으로 포장한 성과집을 내놓을 것이라고는 예상하기 힘들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취임 후 첫 인사에서 법무부와 대검찰청은 하루 종일 대치하는 상황을 연출했고 급기야 청와대까지 "인사권은 대통령에게 있다"고 나서며 '총장 패싱'을 묵인했다.

이어진 인사는 이른바 '윤석열 라인 학살', '정권 수사팀 해체'로 평가됐다. 윤 전 총장 라인으로 분류되는 동시에 정권에 부담이 되는 수사를 맡은 인사들은 좌천됐다. 검찰 내부 게시망에 장관과 법무부에 쓴 소리를 던진 인사들이 한직으로 밀려난 것도 목격됐다.


검찰총장 직무배제 사태 당시 법무부의 징계가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단은 징계를 재가했던 문재인 대통령, 징계를 청구한 추 전 장관, 징계에 참석한 이용구 법무부 차관 모두에게 카운터펀치가 됐다.


사태 수습은 되지 않았는데 이번엔 이 지검장의 기소로 '내로남불' 행태라는 지적까지 받고 있다. 총장은 혐의만으로 징계청구는 물론 직무집행 정지까지 명령 받았지만 지검장은 재판에 넘겨졌음에도 장관이 나서 "기소와 직무배제는 별도 절차"라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지난해 독직폭행 논란으로 기소된 정진웅 차장검사가 승진하는 사이, 피해자인 한동훈 검사장이 부산에서 용인, 진천으로 줄 좌천됐던 상황이 묘하게 오버랩되는 순간이다.


국민들이 정부의 검찰 인사가 중립성과 공정성을 지켰는지 확인할 시간은 또다시 다가온다.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코앞으로 다가왔고 장관은 차기 총장 임명 후 대규모 검찰 인사를 예고했다. 장관과 총장이, 물러나는 문재인 정부를 호위할 무사들을 얼마나 잘 배치하는지 두고 볼 시점이다.


1년 뒤 내놓을 '문재인 정부 5주년 추진실적'에는 국민들의 눈높이가 반영된 검찰 개혁 성과가 담겨 있길 바란다. 또다시 낯 뜨거운 자찬으로 포장할 바에는 성과집에서 슬그머니 빼버린 부동산 정책처럼 아예 덜어내는 게 진실돼 보일지도 모른다. 국민의 눈은 입보다 결과에 쏠려있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하이브 막내딸’ 아일릿, K팝 최초 데뷔곡 빌보드 핫 100 진입 국회에 늘어선 '돌아와요 한동훈' 화환 …홍준표 "특검 준비나 해라"

    #국내이슈

  • "돼지 키우며 한달 114만원 벌지만 행복해요"…중국 26살 대졸여성 화제 '세상에 없는' 미모 뽑는다…세계 최초로 열리는 AI 미인대회 수리비 불만에 아이폰 박살 낸 남성 배우…"애플 움직인 당신이 영웅"

    #해외이슈

  • [포토] 황사 극심, 뿌연 도심 [포토] 세종대왕동상 봄맞이 세척 [이미지 다이어리] 짧아진 봄, 꽃놀이 대신 물놀이

    #포토PICK

  • 게걸음 주행하고 제자리 도는 車, 국내 첫선 부르마 몰던 차, 전기모델 국내 들어온다…르노 신차라인 살펴보니 [포토] 3세대 신형 파나메라 국내 공식 출시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법사위원장'이 뭐길래…여야 쟁탈전 개막 [뉴스속 용어]韓 출산율 쇼크 부른 ‘차일드 페널티’ [뉴스속 용어]정부가 빌려쓰는 마통 ‘대정부 일시대출금’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