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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가상화폐 과세에 상응하는 투자자보호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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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활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성희활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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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전 이맘때 필자는 가상화폐의 공모(ICO)와 상장에 대한 규제방안을 논문으로 발표한 바 있다. 당시 논지는 가상화폐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부정적 의견이 많지만 그 토대가 되는 블록체인은 인터넷을 능가하는 혁명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지배적인 담론이므로, 가상화폐 금지와 같은 극단적 조치보다는 투자자보호와 혁신이라는 상반된 가치를 모두 고려하는 규제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유감스럽게도 3년이 지난 현재 가상화폐는 물론이고 블록체인의 미래에 대해서도 개인적으로 보다 유보적 입장이 되었다. 블록체인이 등장한 10여년 전 비슷한 시기에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딥러닝 인공지능은 그동안 알파고, 알파폴드, 자율주행, GPT-3 등 하루가 다르게 현실 세계를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블록체인은 여전히 가상의 세계에만 있고 현실 세계와의 접점이 체감되지 않는다. 게다가 블록체인의 연료라 할 수 있는 가상화폐는 도지코인이나 진도지코인 같은 황당한 사례에서 보듯이 아예 사기로 느껴질 때가 많다. 따라서 가상화폐 시장의 폭발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정부의 부정적인 입장은 이해가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이제 가상화폐에 대한 적극적인 규제로 투자자를 보호하면서 장기적인 혁신의 토대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첫째, 코인시장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임계점에 달했다는 점이다. 올해 들어 불과 몇개월 사이에 투자자 수는 약 500만명에 달해 주식시장의 절반 수준에 이르고 지금도 날마다 수 만개의 신규 계좌가 개설되고 있으며 특히 거래규모는 주식시장을 압도하는 말도 안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자연스러운 시장 조정에 따라 투기적 거품이 꺼졌을 때의 후유증도 걱정되는데, 한국에서만 거래되는 정체불명의 잡코인들이 수 백개에 이르고 온갖 유형의 사기적 불법행위까지 판을 치고 있어 위험의 끝이 어디일지 짐작도 가지 않는다. 정부는 규제 도입에 따른 제도화가 투기를 더욱 자극하지 않을까 우려하는데 과거의 경험도 있고 이미 상상을 넘는 투기광풍이라 제도화에 따른 추가 유입이 염려만큼 많을 것 같지는 않다.


둘째, 과세에 상응하는 투자자보호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영화 ‘신라의 달밤’에서 경주 지역 조폭 두목인 마천수(이원종 분)는 예비군훈련 소집 통지서를 받자 “조국이 내게 해 준 게 뭐 있다고”라며 찢어 버린다. 코인 투자자는 전혀 보호할 생각이 없다며 훈계와 으름장만 놓으면서도 굳이 세금은 걷겠다는 정부의 막무가내식 상도의 무시는 투자자들의 공분을 불러오고 있다.


셋째, 가상화폐는 국적없는 보편적 투자수단이라는 점과 주요국들은 적극적인 규제를 통하여 투자자를 보호하면서 간접적으로 블록체인의 혁신을 지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EU, 일본, 프랑스, 독일, 싱가포르 등 여러 나라들이 인가·등록제 등을 통하여 투자자를 보호하면서 시장의 합리적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주요국에서 자유롭게 거래되는 가상화폐를 우리만 억제하거나 금지해 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넷째, 블록체인의 혁신을 지원할 필요도 있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 DeFi(탈중앙화 금융), NFT(대체 불가능 토큰), 메타버스 등 혁신적인 기술이 등장하고 있다. 물론 현실 세계에 직접 적용될 수준은 아직 아니지만 과학기술의 역사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퀀텀점프의 사례가 많기에 혁신의 단초라도 좀 보인다면 섣부른 단정으로 그 싹을 꺾기 보다는 열린 자세로 포용할 필요가 있다.


최근 정부의 외면 속에서도 투자자보호를 위한 국회의원들의 적극적인 입법이 추진되고 있어 다행이긴 한데, 가상화폐시장의 거대한 규모와 복잡성을 감안할 때 정부의 적극적 입법작업 없이는 제대로 된 규제체계 수립이 쉽지 않을 것이다. 정부가 추진할 경우 가상화폐시장은 금융적 속성으로나 전문성으로나 금융당국이 맡는 것이 마땅하다. 그리고 가상화폐시장에 대한 규제 설계시 그 초점은 가상화폐거래소에 두어져야 한다. 증권시장과 달리 코인시장은 증권회사·증권거래소·예탁결제원·증권금융의 역할 모두를 거래소가 독점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따라서 거래소를 발행업, 보관업, 지갑서비스업 등 여타 업자와 같은 수준에서 다루면 안되고 법령 차원에서도 자율규제 차원에서도 한층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성희활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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