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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꼬북좌와 쁘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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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아니 뭐라고요? 요새 대세라는 꼬북좌와 쁘걸을 모르다니…."

무슨 말인가 했다. 코로나19로 미뤄뒀던 취재원과의 저녁자리에서 처음 듣는 생소한 단어들이 나오자 당황했다. 옆에 앉은 선배도 "나도 아는 걸 왜 넌…"이라며 소비자경제 부장이 그런 것도 모르냐고 핀잔을 준다.


민망한 마음에 테이블 밑으로 스마트폰을 내려 들고 ‘꼬북좌’를 검색했다. 검색하자마자 쏟아지는 기사와 동영상들로 ‘브레이브걸스’라는 대세 걸그룹이 탄생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아저씨들답게 걸그룹 좋아하시는구나 생각하는데 취재원이 눈을 빛내며 전도에 들어섰다.

데뷔한 지 10년 만에 하도 인기가 없어 그만 해체하자는 논의를 하던 중 갑작스레 인기를 얻었다는 얘기도 흥미진진했지만 4년 전 발표했던 곡이 각종 음원차트 1위를 휩쓸며 ‘역주행’한다니 그 배경이 더 궁금하다.


브레이브걸스는 군부대 위문공연인 ‘위문열차’로 뜬 경우다. 여타 걸그룹들도 위문공연에 나서는 경우는 많은데 몇 번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걸그룹들이 위문공연을 기피하는 이유는 다분히 이해가 간다. 찾아가기 힘든 것은 물론 현장도 열악하고 장병들의 과격한 리액션도 분명 부담일 것이다. 여기에 더해 잘나가는 쇼프로 대신 위문공연을 간다는 것 자체가 대중적 인기가 별로 없다는 방증일 것이다.


현실적 문제도 있다. 유튜브 한 채널에서 전직 아이돌이 밝힌 바에 따르면 위문열차 공연은 좀 멀리 가면 250만원, 가까운 곳은 200만원 수준의 행사비를 받는다고 한다. 이 돈으로 교통비를 포함한 당일 경비 헤어, 메이크업, 식비, 연습실 등 모든 경비를 제하고 남는 돈을 다시 회사와 나눈다니 하루 꼬박 차를 달려 공연을 하고 나도 손에 쥐는 돈은 7만원 정도라고 한다. 일종의 재능기부인 셈이다.

열성팬들이 정리해 놓은 자료를 보면 이렇게 힘든 위문 공연을 브레이브걸스는 5년간 60회를 진행했다. 한 달에 한 번씩 위문열차에 몸을 실었으니 ‘군통령’이라는 이름이 붙을만도 하다. 인천에서 배를 타고 4~5시간을 가야 도착하는 서해 최북단 백령도를 다녀온 최초의 걸그룹이기도 하다. 최소 1박 2일에 익숙지 않은 배를 왕복 10시간 타야 하다 보니 다들 손사래를 치는데 공연을 마치고 장병들과 사진까지 찍어줬다는 미담까지 전해진다. 이 정도 되다 보니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 해 만기 전역하는 현역병은 약 22만명에 달한다. 많이 줄어들었지만 5년간 전역한 현역병 수만 100만명이 넘는다. 군복무 하면서 그녀들의 팬이 되고 제대한 뒤 열성팬이 됐다는 이들이 부기지수다. 흔치 않은 걸그룹의 인생역전에 여성팬들까지 모여들며 그야말로 대세 걸그룹으로 거듭났다. 발빠른 식품업체들이 포켓몬 캐릭터 ‘꼬부기’를 닮았다는 꼬북좌(멤버 유정)를 발빠르게 섭외한 가운데 비비큐가 브레이브걸스를 광고모델로 섭외하며 광고업계 최대의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시사하는 점이 많다. 누군가의 스토리를 동경하는 이들이 눈물과 땀으로 걸어온 길은 다른 이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 새로운 스토리를 써 내려갔다. 그리고 이제는 누구나 그 스토리를 사고 싶어한다. 기업에도 기본이 필요할 때다. 작위적이고 겉으로 보여주기 위한 스토리 대신 묵묵히 스스로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기업들이 탄생하기를 기대해본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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