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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포럼]코로나19와 행복한 봄날

최종수정 2021.04.05 14:41 기사입력 2021.04.05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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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포럼]코로나19와 행복한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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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의 첫 번째 분기가 지나고 4월로 접어들었다. 75세 이상 어르신들이 예방 접종을 받기 시작한 모습이 오늘의 코로나19 뉴스로 눈에 들어온다. 코로나19 뉴스와 마스크로 하루를 시작하는 나날이 어느새 1년이 훌쩍 넘어가버렸다.


건물 입구에서 체온을 측정하고, 코로나19 증상 유무를 매일 점검 보고해야 하는 출근길, 연수교육이건 국제 학회건 비대면(언택트)으로 진행되는 각종 회의, 직원들과 밥 한 끼 함께 먹고 싶어도 머릿수 세어보고 포기하고, 지난주 돌잡이가 된 손주는 일가친척 대부분에게 사진으로만 존재를 알리는 일상이 올해가 지나면 바뀔 수 있을까?

2020년에도 언제나처럼 치료받고 회복돼 웃으며 퇴원하는 환자를 대할 때 뿌듯했다. 2020년 정년퇴직한 남편과 맛있는 음식을 함께 나눌 때 좋았다. 2020년 남편이 심장질환으로 위독했다가 회복했을 때 기뻤다. 2020년 사랑스러운 첫 손녀를 품에 안아 봤을 때 경이로웠다. 2020년 이사하고 매주 토요일 오전에 꽃을 한 아름 사다가 서툰 솜씨지만 꽃병에 그득 꽂을 때 행복했다.


3월 마지막 주말, 노란 프리지아를 안고 와서 꽃병마다 가득가득 채우고 '그래 이제 봄이야' '지난겨울은 너무 추워서 봄이 올 것 같지 않았는데, 봄은 그래도 오는구나' 하고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들판에서, 산에서, 그리고 꽃밭에서 봄을 느끼는 것이 아니고, 꽃시장에서 사온 꽃을 전지가위로 자르며 봄을 느끼다니. 문득 출근 길 차량에서 활짝 핀 벚꽃이 눈에 들어와도, 꽃나무 아래를 걸어봐야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구나 깨달았다. 코로나19와 더불어 보낸 1년은, 방역을 위한 외출 자제라는 외부적 규범이, 산으로 들로 나가서 여유롭게 걸어 본다는 생각을 아예 차단해 버렸다는 걸, 즉 개인의 인식과 습관을 확실하게 변화시켰다는 걸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코로나19 이전의 생활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말을 들으면서도 시간이 지나면 그까짓 전염병이 종식되면 다시 그전의 익숙했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을 찰나에 깨뜨렸던 것이다.

지난 1년 동안 코로나19라는 감염 질환에 대응하는 방역과 의학적 치료체계는 결국 1차 목표였던 코로나19 조기 종식이 불가능해지자 공존하며 대응한다는 전략으로 변화했다. 단기전이 장기전이 되며 보건의료서비스 제공 방법의 변화는 물론이고 공공보건의료 문제, 건강취약계층의 정보 수집 불평등 해소 대처 방안 등에서 향후에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의료 접근 방식과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의료만이 아니라 교육, 주거 등 사회 모든 분야에서의 변화 양상 또한 저변에 깔린 개인 인식의 근본적 변화와 함께 지속적으로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코로나19 이전 삶의 모습으로 온전히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일 터, 새로운 세상 규범을 따라 생존하려면 참으로 빡빡한 인생살이라는 푸념이 나오긴 한다. 어찌 하리오, 너도 나도 코로나19로 먹고 살기가 힘들어도, 또 바뀌는 사회에 적응하기 어려워도, 차분히 성실하게 하루를 보내며 평범한 순간 속에서 행복을 찾고 느끼는 봄날이면 좋겠다.


백현욱 분당제생병원 임상영양내과 바이오메디컬연구센터 소장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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