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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그날엔…] '여론조사 흑역사', 엄기영-최문순 강원도지사 선거

최종수정 2021.04.03 09:00 기사입력 2021.04.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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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4·27 강원도지사 재·보궐선거, 열흘 전까지 20% 앞섰던 엄기영 후보
모두를 놀라게 했던 선거 결과…최문순 후보, 과반 득표율로 강원도지사 당선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편집자주‘정치, 그날엔…’은 주목해야 할 장면이나 사건, 인물과 관련한 ‘기억의 재소환’을 통해 한국 정치를 되돌아보는 연재 기획 코너입니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한 달 여 앞둔 3월1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외벽에 투표참여를 독려하는 현수막이 설치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한 달 여 앞둔 3월1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외벽에 투표참여를 독려하는 현수막이 설치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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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여론조사의 ‘흑역사’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은 2011년 4월27일 강원도지사 재·보궐선거이다. 선거 여론조사 전문가들에게는 아찔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4·27 강원도지사 선거 개표 결과가 나오자 정당은 물론이고 유권자들도 깜짝 놀랐다. 선거 전에 발표됐던 여론조사 결과와 너무나 다른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전문가 선거 전망에 대한 신뢰도에 결정적으로 금이 간 사건이다. 2010년 6월 서울시장 선거(오세훈 vs 한명숙)에서 망신을 당했던 여론조사 기관들은 제도적 개선책을 마련하며 유권자들의 비판을 피해갔다. 서울시장 선거로부터 8개월 뒤에 치른 강원도지사 선거는 정치 여론조사의 신뢰도를 결정짓는 중요한 시험대였다.

당시 한나라당은 MBC TV 앵커로 친숙한 엄기영 후보를 내세웠고, 민주당은 MBC 기자 출신의 최문순 후보를 내세웠다. 한나라당은 강원도 지역 조직력과 후보의 높은 인지도 등을 토대로 당선을 자신했다. 민주당 역시 최문순 후보 특유의 유권자 친화력을 토대로 승리의 꿈을 키웠다.


강원도는 넓은 면적 때문에 도지사 후보들이 지역 곳곳을 찾아 유세를 펼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인구 밀집 지역 위주로 유세를 이어가고 나머지 지역은 ‘여론전’에 기댈 수밖에 없다. 지역조직이 탄탄한 후보 쪽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 어떤 후보가 앞서가는지를 알리는 여론조사 결과도 강원도민들의 선택에 큰 영향을 줬다.


지난해 5월28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언론을 상대로 사전투표 투개표 및 개표 과정 공개 시연회가 열리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지난해 5월28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언론을 상대로 사전투표 투개표 및 개표 과정 공개 시연회가 열리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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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기영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줄곧 앞섰다. 선거 열흘 전 조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이 2011년 4월14~16일 강원도 성인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강원도지사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엄기영 후보는 48.5%, 최문순 후보는 28.5%로 20% 포인트의 격차를 나타났다. 이 조사 결과는 선거 열흘 전인 2011년 4월17일 발표됐다.

이른바 ‘투표확실층’에서도 엄기영 후보의 압도적인 우위였다. 엄기영 후보는 51.9%, 최문순 후보는 31.7%로 조사됐다. 중앙일보 여론조사만 엄기영 후보의 우위를 점친 게 아니었다. 다른 여론조사 결과도 정도의 차이는 다르지만 엄기영 후보가 우세한 결과가 나왔다.


한겨레가 더피플에 의뢰해 2011년 4월15~16일 19세 이상 강원도민 1151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엄기영 후보는 46.7%, 최문순 후보는 33.1%의 지지율을 보였다. 13.6% 포인트 차이의 결과로 중앙일보 조사보다는 격차가 줄었지만 오차범위를 넘어서는 격차다.


이렇게 큰 격차의 지지율 차이를 보이면 유권자의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뒤지는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는 ‘사표’ 우려 때문에 투표 자체를 포기할 수 있다. 넉넉히 앞서는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 역시 ‘내가 투표에 참여하지 않아도 이길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투표 참여 의지가 느슨해질 수 있다.


선거 여론조사는 수치를 통해 민심의 현주소를 보여준다는 순기능도 있지만 역기능 역시 만만치 않은 셈이다. 더 문제는 선거 여론조사가 실제 여론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다. ‘여론의 왜곡’ 현상의 여파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줄 경우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다.


제21대 국회의원선거일인 지난해 4월15일 서울 종로구 혜화아트센터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제21대 국회의원선거일인 지난해 4월15일 서울 종로구 혜화아트센터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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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여론조사를 진행하는 쪽에서는 태생적인 한계를 부인하지 않는다. 여론조사 수치보다는 추세에 주목해 달라는 당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유권자 입장에서는 수치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어떤 후보가 몇 퍼센트 지지를 받는지를 보면서 선거 당락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흑역사를 다시 썼던 2011년 4월 강원도지사 선거의 최종 결과는 어땠을까. 선거 열흘 전 20%까지 앞섰다는 엄기영 후보는 당선자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여론조사만 놓고 볼 때 패색이 짙었던 최문순 후보는 과반수 득표에 성공하며 강원도지사로 당선됐다.


개표 결과 최문순 후보 득표율은 51.5%, 엄기영 후보는 46.6%로 집계됐다. 당시 강원도지사 선거는 초박빙 선거도 아니었다. 최문순 후보가 5% 포인트에 가까운 득표율 차이로 당선됐다.


이런 결과의 배경이 선거 여론조사 문제 때문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강원도지사 선거를 앞두고 벌어졌던 사건과 최문순 후보의 막판 스퍼트 등 정치적 변수도 영향을 미쳤다. 그럼에도 여론조사 결과와는 너무나 달랐던 강원도지사 선거 결과는 ‘정치사’에 여론조사 흑역사로 남아 있다.


10년 전과 비교할 때 여론조사 기관들의 조사 기법은 많이 발전했고,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제도적 개선도 이뤄졌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선거 여론조사 흑역사는 이제 과거의 얘기로 봐도 될까. 4·7 재보선 결과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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