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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딸깍발이] "어설픈 자선사업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

최종수정 2021.03.19 11:36 기사입력 2021.03.19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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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면 / 모건 사이먼 지음 / 김영경·신지윤·최나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 / 1만5000원

[남산딸깍발이] "어설픈 자선사업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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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악의적인 사람들의 몰이해보다 선의를 가진 이들의 어설픈 이해가 훨씬 더 큰 좌절감을 준다."


비폭력 흑인 인권운동을 이끌어 노벨평화상을 받은 고(故)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가 1963년 버밍햄 교도소에서 보낸 편지에 적은 글귀다. '우리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면'의 저자 모건 사이먼에게 자선·원조사업은 '어설픈 선의'다. 자유시장경제의 부작용을 바로 잡기 위해 등장했지만 최우선으로 이익을 창출한 뒤 남는 돈으로 하는 사후 대응일 뿐이다. 결국 빈곤과 불평등을 키운 경제 체계의 구조적 문제를 은폐했다는 지적이다.

참치캔에서 맞딱드린 자선사업의 한계

미국 태생인 저자는 10대 시절부터 자원봉사에 매진했다. 쏟아지는 불평등과 빈곤 등 사회 문제를 비영리 부문이나 공공 정책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자선사업 분야에서 10년 간 일한 뒤 이 같은 신념이 무너졌다. 대학생이던 시에라리온에서 겪은 '참치캔' 사건은 결정적인 계기였다.

저자는 2003년 UN의 지원을 받아 시에라리온에서 10년 간 지속된 내전 상황을 파악하는 업무를 맡았다. 어느날 노점상이 일본 정부가 기증한 참치캔을 현지 밥값의 5배에 팔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 하루에 겨우 한 끼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빈곤한 현지인들에게 무료로 배급될 식료품으로 폭리를 취하는 모습에서 원조사업의 한계를 봤다. "미국 자선 단체들이 매년 460억달러(약 52조원)를 기부하지만 세계 경제에서 매일 순환하는 자금 196조달러에 비하면 물 한 방울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마저도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과 충분한 재원을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사회로 바꾸는 '임팩트 투자' 필요

때문에 저자는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임팩트 투자'를 제시한다. 임팩트 투자는 재무적 이익뿐만 아니라 사회적 편익을 위해 투자한다. 돈을 다루는 방식과 사회적·환경적 책임을 통합한 투자기법이다. 문제 완화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근본적인 구조를 개선하면서 수익도 추구한다. 다만 수익률을 극한으로 높이는 데 천착하진 않는다. 투자자와 근로자, 지역사회까지 지속적으로 나아가는 방향을 추구한다. 최근 화두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 중에서도 가장 적극적인 방향이다.


저자는 임팩트 투자가 전통 투자 대비 수익률이 저조할 것이라는 비판에 반박한다. "단기적인 부를 가져다 준 현 금융 시스템은 자원과 저렴한 노동력은 영원할 수 없기에 지속될 수 없는 구조다. 가장 보수적인 금융기관들조차 이 전략이 과거에나 가능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자산 규모 470억달러 이상인 뉴욕공무원연금은 증시 핵심 종목 대부분을 포트폴리오에 편입하고 있는데 기업이 사회적·환경적 비용을 스스로 해결하지 않고 외부화한다면 이 비용만큼을 포트폴리오 내 다른 기업이 부담하는 악순환이 계속될 뿐이다.”


선순환 일궈낸 카카오 농가의 기적

임팩트 투자의 성공 사례로는 중남미 벨리즈의 카카오 재배 투자를 소개했다. 당시 카카오 산업에 공정무역제도를 도입했지만 오히려 '어설픈 선의'로 작용해 저물고 있는 상태였다. 가격 변동성을 제거하고 판매 하한가를 정했지만 가격이 급등해도 농민들의 수익은 거의 변화 없어 품질문제까지 불거지고 있었다. 이에 초콜릿 전문가 에밀리 스톤은 현지 농가 및 기업과 '마야 마운틴 카카오'라는 기업을 설립하고 '언커먼 카카오'라는 상표를 냈다. 이후 품질 향상에 집중 투자해 벨리즈 최대 카카오 수출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농민들은 더 많은 자유 시간이 생겼고 소득도 3배로 늘었다.

저자는 밸리즈로 직접 건너가 기업 지배구조와 소유권 배분, 혜택 등을 정비한 임팩트 성명서를 작성했다. 매출 이익률은 49% 이내로 정하고 초과분과 연간 순이익의 10%를 농민 기금에 기부하기로 했다. 이 기금은 농민 단체의 기술 지원에 투입된다. 이 같은 구조로 투자가와 기업, 지역사회 간의 위험과 수익의 균형을 맞추고 지속 가능한 순환고리를 만든 것이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커가는 임팩트 투자 시장

이미 세계 임팩트 투자 규모는 2019년 기준 800조원에 이를 정도로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국내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를 비롯해 SK, 카카오 등 민간 기업들도 ESG 채권 발행 등 임팩트 투자를 강조하고 있다. 저자도 임팩트 투자사 '캔디드그룹' 의장을 맡으며 1500억달러 가량의 투자를 진행했다.


저자의 이상은 높다. 착취의 고리를 끊는 것도 최선이 아니라 타협이라고 지적한다. 근본적인 변화에 이르지 못한 채 만족하는 것은 지적 나태이며 책임감 결여라고 비판한다. 그저 빨리 갈 수 있는 길을 찾기보단 확실히 목적지에 도달하는 길을 걷자고 촉구한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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