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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 디카프리오는 이름을 남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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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1996년 고향에서 재수 학원에 다닐 때였다. 하루는 같은 반 여학생 한 명이 헐리우드 남자 배우 사진 한 장을 교실 벽에 붙였다. ‘무슨 남자가 저렇게 예쁘게 생겼나’ 싶었다. 이름이 어려웠다. ‘레오나르도 디…, 뭐였는데?’


그 해 겨울 그가 출연한 영화가 국내 개봉했다. ‘로미오와 줄리엣’. 입학할 대학이 결정된 뒤 편한 마음으로 모처럼 영화관에 갔다. ‘로미오가 그렇게 예쁜데 줄리엣은 천사 같겠지’라고 생각하며. 2002년 제목만 겨우 기억나는 ‘캐치 미 이프 유 캔’이라는 영화를 본 뒤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그가 나오는 영화를 볼 기회가 없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신작 영화 개봉이 미뤄지면서 극장들은 과거 개봉 영화를 재상영했다. 그가 나오는 영화를 두 편 잇따라 봤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와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40대가 된 그의 얼굴에서 더 이상 20여년 전 그 꽃미남의 모습은 흔적 조차 찾기 어려웠다. 놀라웠다. 더 놀라운 것은 그의 연기력이었다. 그가 진짜 배우가 됐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그는 이미 할리우드 역사에 이름을 남긴 명배우로 인정을 받고 있었다.

[초동시각] 디카프리오는 이름을 남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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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프리오가 특히 ‘더 울프’에서 보여준 연기는 압권이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더 울프’는 월스트리트가 배경이다. 주식 사기로 22개월을 감옥에서 살았던 실존 인물 조던 벨포트의 이야기를 그린다.


새해에 부서를 새로 배치받았다. 새 부서에서는 ‘게임스톱’이라는 회사의 주가가 이슈였다. 한 달이 채 되지 않는 기간에 주가가 무려 17배 넘게 올랐다. 다른 부서에서 일하며 한동안 잊고 지냈던 ‘시장’에 다시 돌아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박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는 곳, 인간의 마음 속 욕망을 끄집어내는 곳. 게임스톱 주가가 17배나 올랐다지만 과연 실제 17배 수익을 남긴 투자자가 얼마나 되겠는가. 없다 해도 될 정도로 극소수일 것이다.

게임스톱을 공매도했던 많은 헤지펀드들이 대규모 손실을 냈다. 헤지펀드 멜빈 캐피털은 2014년 설정 후 연 평균 30%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이번에 게임스톱 사태로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다른 펀드로부터 수 십억 달러를 급히 빌린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수 십 % 수익을 내던 펀드가 어떻게 한 차례 위기에 휘청거리는지 의문이 들 때가 있었다. 1억을 투자해서 1억을 벌었으면 2억을 투자해 2억을 벌 수 있겠지라고 생각하게 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언제나 ‘몰빵’이 문제인 것이다. 끝을 알 수 없는 욕망 탓에 10번 중 9번 성공해도 1번 실패로 무너지는 것이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은 ‘더 울프’에서 여느 성인물에서도 보기 힘든 노골적인 성행위 장면을 보여준다. 월가가 얼마나 사람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곳인지를 보여주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디카프리오는 돈, 술, 여자, 마약 등 탐닉할 수 있는 모든 대상에 탐닉하며 망가져 간다.


시장에 몰두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의 본모습을 잃어버리게 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디카프리오의 얼굴이 변한 것처럼 말이다. 물론 디카프리오는 자신의 변하는 모습에 신경쓰지 않았을듯 하다. 영화 속 그의 모습을 보면 배우로서 자신의 이름을 남기고 싶어한다는 욕망이 느껴진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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