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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톺아보기]'이건희 컬렉션 미술관'은 무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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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혜리/언론인·문화비평

[톺아보기]'이건희 컬렉션 미술관'은 무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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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본향 파리의 중심부에 위치한 증권거래소 건물이 현대미술 전시관으로 리모델링돼 올봄 개관을 앞두고 있다. 나폴레옹 3세 때 지은 오스만 스타일의 역사적 건축물에 들어서는 미술관 이름은 ‘부르스 드 코메르스-피노 컬렉션’이다. 구찌 등 명품 브랜드와 세계 최고의 예술품 경매사 크리스티를 거느린 프랑수아앙리 피노 회장이 40여년간 수집한 현대미술 작품 5000여점 가운데 하이라이트를 선별해 관람객들에게 선보인다.


피노 회장은 파리시 소유의 150년 된 증권거래소 건물을 50년간 임대해 사용하는 조건으로 1500만유로(약 201억원) 이상을 지불했으며 세계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리모델링했다. 프랑스 경제의 상징이던 증권거래소가 현대미술의 전당으로 바뀐다는 것은 의미심장한 사건이다. 현대미술의 가치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뜻이기도 하며 역시 문화강국다운 면모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피노 컬렉션 미술관의 개관이 전 세계 미술 관계자와 예술 애호가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은 LVMH(루이뷔통-모에에네시)그룹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과 예술을 둘러싼 라이벌전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명품산업의 거물인 두 사람은 현대미술 구입과 예술 후원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경쟁을 펼쳐왔다. 피노 회장은 20여년 전 센강에 있는 작은 섬에 미술관을 세울 계획이었으나 파리 시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당시의 정서로는 명품 장사로 사람들의 허영심을 자극해 축적한 부를 과시하는 것이 못마땅했던 것이다. 반면 10년 뒤인 2014년 아르노 회장은 세계적 건축가 프랭크 게리의 설계로 불로뉴 숲에 근사한 루이뷔통 재단 미술관을 열었다.


피노 회장은 절치부심하고 2006년부터 장기적인 전략을 수립해 미술관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이탈리아 베니스의 팔라초 그라시에 전시관을 마련하고 베니스 비엔날레가 열리는 시기에 자신의 컬렉션으로 기획 전시를 열었다. 이어 베니스의 옛 세관 건물인 푼타 델라 도가나를 미술 전시관으로 리모델링해 세기의 기획 전시를 열었다. 프랑스, 미국, 영국 등 세계 유수의 미술관과 협력하면서 현대미술의 흐름을 보여주는 다양한 맥락의 전시를 기획하는가 하면 랑스시의 폐광산에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젝트를 통해 현대미술 작가들을 지원하고 이론 연구에도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아르노 회장과 피노 회장의 자존심 대결 덕분에 현대미술시장에서 프랑스의 영향력은 점점 커지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현대미술의 중심축은 경제력이 강한 미국으로 넘어갔지만 이 두 사람 덕분에 프랑스는 자존심을 회복 중이다. 프랑스인들은 이제 비난 대신 피노 회장과 아르노 회장에게 ‘현대의 메디치’라는 찬사를 보내고 있다.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40년간 모아온 미술품의 향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삼성이 법무법인 김앤장을 통해 미술품 감정을 의뢰한 작품은 1만3000점에 이른다. 한국 고미술과 근현대미술, 서양 현대미술에서 최고의 작품들로 이뤄져 있으며 가치로 따지면 수조 원은 너끈히 될 컬렉션이다. 삼성이 11조원을 넘는 상속세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서 미술품을 어떻게 처리할지가 미술계의 큰 관심사다. 해외 큰손들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하지만 현대미술 작품 가격의 상승세를 보면 한번 반출된 미술품을 되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상속세를 소장품으로 물납하고, 공공자산이 된 작품들을 전시할 미술관을 국가에서 건립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계적인 걸작을 다수 소장한 미술관의 이름은 ‘이건희 컬렉션 미술관’이 좋을 것이다. 미술품을 둘러싸고 비자금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이 회장이 우리 미술계의 성장에 지대한 역할을 한 것은 바뀔 수 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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