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_progress

아시아경제 최신 기획이슈

[데스크칼럼] 공급대책이 '땅뺏기'로 읽히는 이유

최종수정 2021.02.22 11:00 기사입력 2021.02.22 11:00

댓글쓰기

정두환 건설부동산부장

[데스크칼럼] 공급대책이 '땅뺏기'로 읽히는 이유

5년 전인 2016년, 택지개발촉진법(택촉법) 폐지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의 요청에 따른 의원입법이었다. 공익을 목적으로 한 토지 강제 수용이 개인의 사유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구시대적 제도라는 취지다. 결국 대규모 주택 공급 수단이 사라져 자칫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해당 폐지안은 없던 일이 됐다.


1980년 택촉법 제정은 주택 공급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변곡점이 됐다. 이전까지 공공의 택지개발은 환지(換地) 방식의 토지구획정리 사업 위주였다. 개발 후 상당수 토지는 원래 땅 주인에게 되돌려 주다 보니 대규모 공급에는 한계가 있었다. 택촉법은 이 같은 고민을 일거에 해결했다. 강제 수용한 토지에 집을 지어 고스란히 시장에 풀 수 있으니 대규모 물량의 주택을 단기간에 공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택촉법은 집값 급등기마다 전가의 보도처럼 위력을 발휘했다. 1980년대 말 치솟는 집값을 잡기 위해 노태우 정부가 30만가구에 이르는 1기 신도시를 쏟아낼 수 있었던 것도 이 법 덕분이었다. 참여정부의 2기 신도시, 이번 정부의 3기 신도시 역시 이 법이 있기에 가능한 대책이다.


택촉법 폐지 논란이 있은 지 5년이 지났지만 대규모 주택 공급과 집값 안정을 위한 토지의 강제 수용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다수 견해다. 사유재산권 침해의 우려는 있지만 이를 통해 얻게 되는 공공의 이익이 훨씬 크다는 것이 이유다.


그런데 정부가 내놓은 ‘2·4 공급대책’은 사유재산권 침해를 둘러싼 논란을 재점화하고 있다. 시장에 대한 강제 수용 방식의 개발을 공공은 물론 민간영역으로까지 확대하려는 의도가 강하게 드러나는 탓이다.

새로 도입한 ‘공공 직접 정비사업’의 내용을 찬찬히 뜯어보자. 이 사업 방식에서는 주민 동의율이 4분의 3에서 3분의 2로 낮아진다. 주민 10명 중 3명이 사업에 반대하더라도 토지·건물의 강제수용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기존 재건축의 매도청구권 행사 요건이 95% 이상 토지소유권을 확보한 경우로 제한한 것과 비교하면 강제수용의 위력은 더 명확해진다. 부족한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공익을 위한다지만 이를 지나치게 민간의 영역으로 확대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사유재산권 침해라는 반발이 커지고 있는 배경이다.


‘정비사업 예정지구’ 지정 전이라도 대책 발표일 이후 주택 매입자에게는 주택 입주권을 주지 않고 현금으로 청산하겠다는 방침 역시 같은 맥락이다. 정부는 잇따른 논란에 "정당한 보상"이라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사용과 수익, 처분 등 전 과정에 걸쳐 배타적 권한이 보호받을 때 비로소 온전한 소유권이 보장된다.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대상인지 여부도 모른 채 집을 산 사람은 거주지에서 쫓겨나가야 하니 주거 안정 자체가 위협받는다. 사용권한에 대한 침해다. 대책 발표 이전부터 해당 지역에 주택을 소유한 사람도 마찬가지다. 현금청산 우려 때문에 집을 팔려 해도 팔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다. 이는 처분권한의 침해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 담긴 다양한 사유재산권 침해 위협에 대해 늘 그래왔듯 "이로 인해 얻게 되는 공공의 이익이 훨씬 크다"며 정당화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여기에 늘 따라붙는 단서는 애써 무시한다. ‘공익을 위한 사유재산권 침해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라는 헌법적 가치다.




정두환 부국장 겸 건설부동산부장 dhjung69@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간격처리를 위한 cla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