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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정비사업 돌아보기 <1>재개발 아파트 공급의 주거향상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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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무 /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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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공공주도 정비사업 활성화와 관련된 논란으로 뜨겁다. 공공이 주도하든, 민간이 주도하든 그동안 그 역할을 경시되었던 정비사업이 도심지역의 신규주택 공급을 위해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는 중요한 인식 변화가 발생한 듯하다. 박원순 서울시장에 의해 시작되고, 문재인 정부 시기 확대된 도시재생사업으로의 급선회는 철거형 정비사업으로 인해 저렴한 서민주택이 중산층 아파트로 대체되며 사라진다는 문제 인식에서 출발했다. 과연 그럴까. 좀 더 폭넓은 시각에서 문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도시경제학 분야에서 ‘주택여과과정’라는 중요한 이론이 있다. 이는 중산층을 위한 신규주택이 공급되면, 그 신규주택에 입주하는 중산층 가구의 이전 중고주택에는 차중산층 가구가 평수를 넓혀 이주해 들어가고, 그 차중산층 가구의 이전 소형 중고주택에는 노후불량주택에 거주하던 저소득층 가구가 이주해 들어가는 주거이동의 연쇄 고리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결국 중산층의 신규주택 공급으로 저소득층을 포함한 모든 계층의 주거소비수준을 점진적으로 향상시키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런 ‘주택여과과정’ 이론과 연이 깊다. 왜냐하면 해당 이론의 주창자 중 한 분인 펜실베니아 대학교의 그리스비 교수가 필자의 박사학위 지도교수이기 때문이다. 80년대 국토연구원에 파견 나오셨을 만큼 한국과도 연이 깊은 분으로 한국산 똑딱이 모나미 볼펜을 쓰셨다. 필자는 그 때 교수님이 모나미 볼펜을 좋아하셔서 그런 줄 알고 점점 찾기 힘들어져가던 모나미 볼펜을 구해서 선물로 드렸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받으시는 표정이 그리 밝지 않으셨다. 나중에 알고 보니 좋아서 쓰시는 게 아니라 그렇게 받으신 게 많아 버리지도 못하고 쓰시는 것이었다. 거기다 더 얹혀드렸으니.


사실 필터링 과정을 확인하는 실증 연구는 생각보다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필자는 언젠가는 해당 실증연구를 해보겠다는 욕심이 있었고, 10여 년 전 가재울뉴타운 입주민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할 기회가 생겼다. 현 거주가구의 이전 주소지를 알아내고, 그 곳에 찾아가 거주가구의 이전 주소지를 알아내고, 또 그 주소지에 찾아가 설문을 해야 하는 연구였다. 설문조사는 초반부터 난항이었다. 조사된 이전 거주지의 주소가 식별 가능한 비율이 극히 낮았고, 힘들게 재확인해도 대상가구 면접을 위해 가야할 곳이 수도권 전체로 퍼져 나갔다. 통계적으로 유효한 3차 연쇄고리 설문부수를 만들어내는데 2년이 걸렸다.


그렇게 힘들게 진행된 연구의 결과로 정비사업을 통해 공급되는 신규 아파트의 강한 주택여과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좀 더 상세한 결과를 이야기하면 3차 연쇄과정을 통해 평균적으로 20% 소득이 낮아진 가구의 주거소비 수준 향상으로 연결된다. 주거이동의 연쇄는 평균적으로 1.2개월 만에 한 번씩 이루어져 1년에 10번 정도의 연쇄고리가 발생한다. 다만 매 연쇄마다 15% 정도는 가구분화나 주택 멸실로 인해 차단된다. 결국 100호의 신규 아파트 공급은 1년 내에 400여 가구의 주거소비수준 조정과 평균적인 향상을 만들어낸다.

이와 같은 주택여과과정의 존재는 정비사업을 통한 신규 아파트 공급이 단순히 중산층만이 아닌 기존 재개발구역이나 주변에 거주하는 저소득가구들의 주거수준 향상에도 일조한다는 의미다. 이는 재개발로 인해 저렴한 주택이 사라진다고 비판보다는 사회전체적인 주거소비 수준의 향상으로 귀결되는 확대된 긍정적인 효과를 추구하는 선택이 필요함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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