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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누구의 나라 타령할 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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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상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관련 손실보상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세균 국무총리가 기획재정부에 날 선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와도 이미 공감대를 형성한 법제화 방침에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이 ‘해외 사례를 찾기 어렵다’고 거리를 두는 듯 한 태도를 보이면서다.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차관은 제도화 방안을 상세히 검토하겠다며 자세를 고쳐잡았지만, 냉랭한 기류는 여전히 밑바닥을 흐르고 있다.

기시감이 드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지원 방침을 내 놓을 때마다 기재부는 ‘신중 검토’를, 여권은 ‘신속한 추진’을 외치며 번번이 잡음을 내 왔다. 삐그덕 거리는 모습은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노출됐고, 여론은 찬반 두갈래로 쪼개져 고된 일상을 더 지치게 했다.


입법과 정치적 의사결정은 아주 복잡하고 지난한 과정을 거치는 듯 보이지만, ‘합의’라는 기술을 통해 해결되곤 한다. 범의의 사회적 합의는 한 주에 30시간대만을 일하게도, 늦은 저녁 상점의 불이 모두 꺼지게도, 소득세율이 50%를 웃돌게도 만든다. 우리에겐 까무러칠 만한 이 노르딕 모델이 지구 반대편에서 자연스레 받아들여지는 것 역시 성의 있는 합의의 힘이다.


전 국민이 모든 사안에 대해 같은 생각을 하거나 매번 투표로 합의안을 만들 수는 없다. 코로나19 팬데믹 앞에서 우리에겐 그럴 여유도 없다. 하지만 이런 때 국민을 대표해 문제를 잘 논의하라고 두는 존재가 당정청이다. 그것은 이들의 고유 업무이자 의무이다.

정 총리가 말한 것처럼 대한민국은 기재부의 나라가 아니다. 그러나 여당의 나라도, 총리의 나라도 아니다. 당정청이 할 일은 나라의 주인됨이 아니라 볼썽사납지 않은 합의와 그 합의를 매끄럽게 수용할 만큼의 정책 신뢰를 국민들로부터 얻는 일이다. 코로나19로 누군가는 생존을 위협 받는 상황에서 ‘레임덕’을 운운하는 정치적 화법은 너무 태평한 얘기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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