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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영의 도시순례]늙어가는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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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영의 도시순례]늙어가는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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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달력을 접할 때마다 다시 한 해가 지나가고 있음을 실감한다. 당연히 찾아오는 시간의 흐름이지만 나이를 먹고, 늙어간다는 것을 실감하는 것은 반갑지 않다. 모든 생명체는 탄생과 성장, 그리고 늙음과 사멸의 과정을 거친다. 과학과 기술의 발전은 이러한 흐름을 늦추고 있지만 과정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 역시 마찬가지다. 어떠한 이유에서든지 한곳에 사람들이 모이게 되면서 도시는 형성되고 성장하게 된다. 지형과 산업 등 여러 가지 요인에 따라 특정 도시는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반면, 어떤 도시들은 짧은 성장기를 겪고 그 상태에 오랫동안 머무르기도 한다. 모두가 지속적 성장을 원하지만 영원한 젊음이 없듯 도시 역시 늙고 쇠퇴하게 된다.

도시도 생물체처럼 늙고 쇠퇴…재개발·재건축이 도시변화 재탄생의 극적인 결과물

하지만 도시는 생명체와 달리 다시 젊은 모습으로 변모할 수 있다. 낡고 쇠락한 모습으로 영원히 존재할 것 같은 구역들이 어느 순간 반짝거리는 고층 건물과 아파트로 변모하면서 새롭게 태어나곤 한다. 오랫동안 존재해오던 도시들은 과거의 역사들을 발밑에 묻어놓고 그 위에서 새롭게 변화하면서 지속되고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재개발, 그리고 재건축은 이러한 변화와 재탄생의 극적인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늙어가는 도시는 편안하고 인간적으로 느껴지곤 한다. 세월의 흐름을 겪으면서 사람의 성격이 둥글둥글해지고 무던해지는 것처럼 도시 역시 시간과 역사가 쌓이면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모든 것이 새롭고 반짝일 것만 같은 서울의 강남지역 역시 잘 들여다보면 이러한 세월의 흔적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1970년대부터 시작된 개발의 역사가 50년을 넘어서면서 그 세월만큼의 다양함이 존재하는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낡음의 가치는 '레트로'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인식되기 시작했으며 소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서울 아파트 1990년대 공급 많아…주거공간의 노후화 이제 본격화

세월의 흔적은 아름다운 추억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거주하는 사람들에게는 불편함을 주기도 한다. 과거 원활한 교통 소통을 위해 건설된 많은 고가도로는 어느 순간 오히려 교통 흐름을 막는 요인이 됐으며 점차 철거되고 있다. 사람과 물건이 어우러지며 활기로 넘치던 시장들은 낡고 어둡고 지저분한 곳으로 간주되면서 점차 소멸의 길을 걷게 됐다. 인위적 노력을 통해 이를 유지하고, 과거의 영광을 되찾으려는 시도는 대부분 실패하고 있다. 아름다운 추억은 기억에 있을 뿐이다. 도시의 늙어감은 불편함과 같은 의미로 사용된다.

성장은 확장과 함께 진행됐다. 낡고 불편한 곳을 떠나 사람들은 주변에 새로운 시가지를 만들었다. 더 좋은 주택, 더 넓은 도로로 구성된 이런 곳들은 '신(新)'이라는 접두사를 붙이며 등장했고, 이와 대조적으로 과거의 존재들은 '구(舊)'라는 접두사로 구분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과정은 지속적으로 진행되면서 도시의 규모를 키워갔다. 도시의 중심에는 낡은 건물들이, 외곽에는 높고 새로운 건물들이 자리 잡는 것이 우리나라 많은 도시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이런 과정을 몇 차례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도시들은 확장의 한계에 부딪힌다. 새롭게 개발할 땅이 없는 것이다. 이렇게 도시에 여전히 많은 자본과 사람이 존재하는 경우 과거의 낡은 지역부터 다시 변화를 시작하게 된다. 낡은 건물과 시가지를 새로운 건물과 거리로 변모시키는 재개발과 재건축은 모든 곳에서 가능한 것이 아니다. 막대한 자본이 투자돼야 하고, 그만큼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곳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늙어가는 것은 같은 과정이지만 변신은 소수의 도시에만 허락된 특권인 것이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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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재개발 문제점 발생해 도시재생 대안으로 추진

우리의 도시는 늙어가고 있다. 콘크리트 건축물의 수명은 100년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우리의 건축물을 비교적 최근까지 그만큼의 수명을 보장할 만큼 제대로 짓지 못했다. 그래서 20년이 지나면 아파트를 재건축할 수 있도록 했고, 점차 그 기간이 늘어나 이제는 30년이 됐다. 1990년대 이전에 지어진 아파트의 경우 이제 30년이 넘어가고 있다. 여의도를 비롯해 대규모 주택 공급이 이뤄지던 목동, 상계동, 그리고 올림픽을 전후해 지어진 다수의 아파트가 그렇다.


한때 쾌적한 주거공간으로서 인기를 끌던 이런 아파트들은 변화된 생활양식을 따라가지 못해 이제는 불편하고 낡은 곳이 됐다. 물론 오랜 기간 축적된 학군을 비롯한 생활 편의시설의 다양함, 그리고 향후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으로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분명 낡은 주거지역임에는 틀림이 없다.

서울의 아파트 가운데 제일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아파트가 1990년대 초반에 공급된 아파트라는 점을 감안해보면 주거공간의 노후화는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으며, 그 추세는 가팔라질 것이라는 점이 명백하다. 서울뿐 아니라 당시 대규모로 공급된 1기 신도시 역시 곧 30년을 맞이한다. 베이비붐 세대가 한꺼번에 은퇴하듯 아파트 역시 한꺼번에 늙어가고 있는 것이다.

재원활용 중소도시 변화 도모…진정한 균형발전 필요

싹 지우고 새로 그림을 그리는 재건축과 재개발에 대한 여러 가지 문제가 제기되면서 과거의 공간을 조금씩 고쳐가는 도시재생이 대안으로 추진됐다. 나이가 든 얼굴을 억지로 고쳐 젊어 보이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나이에 걸맞은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것과 같은 도시재생은 많은 기대와 관심을 끌었지만, 현재까지 나타난 결과물들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짧은 시간 동안 우리의 생활양식이 크게 변화했고, 경제 수준의 향상에 따른 기대 수준이 너무나 높아졌기 때문이다.


늙어가는 공간의 변신은 쉽지 않다. 대도시의 경우 수요와 자본이 있지만 가격 상승을 우려한 정책적 제약으로 인해 변신은 늦어지고 있다. 반대로 중소도시들은 이제 사람도, 돈도 부족하기 때문에 속절없이 세월을 보내고 있다. 대도시에서의 재건축 재개발을 더 편리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해주고, 여기에서 일부 재원을 활용해 중소도시의 변화를 도모하는 방식은 불가능한 것일까?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통해 확보되는 재원과 분양가 상한제의 일부 완화를 통한 추가 재원 확보가 이뤄진다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균형발전은 단순히 공공기관을 이전하고, 인프라를 보완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그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모두 편리하고 쾌적하게 살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진정한 균형발전이라면, 넘치는 에너지와 부족한 에너지를 잘 조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2020년대의 우리가 해야 할 숙제일 것이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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