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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추-윤' 사태를 보는 막스 베버의 일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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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완주 부국장 겸 정치부장] 천재들이 난무하는 사회과학 학자 중에서도 막스 베버는 천재 중의 천재로 평가를 받는다. 그 천재는 비록 정치가의 꿈을 밟다가 실패를 맛보았지만 정치인들에 던진 화두는 지금까지 회자가 될 정도의 유산을 남겼다.


베버가 남긴 정치인에 대한 화두는 그의 강연문을 엮은 '직업으로서의 정치'에 잘 담겨 있다. 베버는 정치인의 덕목으로 모름지기 신념윤리와 책임윤리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두 윤리적 관점이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의미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렇게 정의한다. 신념윤리의 경우 선과 악의 구별에서 도덕적 선을 선택하고 행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책임윤리는 정치적 선택의 결정에 대한 무제한적 책임을 말한다.


베버가 강조하는 점을 뒤집으면 두 개의 지향점은 사실 모순이다. 두 가지 가치의 균형을 갖춘 정치인을 찾기 어렵고 그것을 견제하는 것조차 버겁기 때문이다. 그래서 베버는 정치인에 대해 '악마적 수단'을 가지고 '천사적 대의'를 실현하려는 집단으로 정의를 내렸다.


악마적 수단은 결국 합법적인 폭력, 또는 폭거도 불사할 수 있다. 그래서 항상 명분을 앞세운다. 명분이 옳다는 이유로 과정이 합리화되는 과정을 추구하기 십상이다. 합리적 근거와 균형을 갖추지 못한 수단은 불협화음만 초래한다.

최근 정치권의 뇌관으로 떠오른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을 보면서 갖는 소회가 그렇다. 양비론보다는 감독지휘권을 가진 추 장관의 언행에 대한 소회다. 추 장관의 최근 행보를 선의로 해석하자면 검찰개혁에 저항하는 검찰 조직의 반발을 저지하기 위해 검찰조직의 수장인 윤 총장을 직접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명분만 놓고 보면 천사적 대의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윤 총장과의 갈등에 이어 최근 6가지 이유를 내세워 직무배제 카드를 꺼내든 모습에서는 고개가 갸우뚱거릴 뿐이다. 여당을 제외하고 누구도 선뜻 그 이유에 대해 동의하기가 어렵다는 논란을 낳고 있는 탓이다. 매끄럽지 않고 거칠다는 의미다. 다소 억지가 끼어든 느낌을 배제하기 어렵다.


최근 '추-윤' 갈등과 그 조치에 대한 국민여론이 추 장관에게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오죽하면 법무부 감찰위원회가 윤 총장에 대한 직무배제 및 징계청구가 부당하다는 결론을 냈을까.


결국 천사적 대의를 위해 악마적 수단이 동원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는다. '찍어내기'에 방점을 둔 행보로 보인다는 것이다. 국무위원을 총괄 지휘하는 정세균 국무총리가 거듭 불편한 심기를 노출한 것도 그 연장선이라 할 수 있다.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품격의 '정치'는 사라지고 찍어내려는 '수단'만 부각되는 셈이다. 균형감각이 사라지는 바람에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원인이 된 것은 아닐까. 대립과 갈등만 보인 채 해법과 조율은 흔적을 찾기가 어렵다. 진실해 보이지도 않고 실속도 차리지 못하는 악순환만 반복되고 있다.


이번 주 들어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과 반목 사태는 정점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정 총리는 지난달 30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주례회동에서 "윤 총장 징계 문제가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는 우려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1일에는 정 총리가 국무회의 전에 따로 추 장관과 10여 분간 독대를 했다.


문 대통령과 추 장관의 독대도 이날 국무회의 직후 이어졌다. 정치권 일각에서 거론하는 '사퇴' 관련 논의가 오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긴장감은 더 높아졌다. 그 결론이 '추-윤' 동반사퇴 또는 순차사퇴로 연결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는 장면들이다. 자칫하면 악마적 수단의 불똥은 정 총리를 뛰어 넘어 문 대통령을 향할 지도 모르는 일이다.




정완주 부국장 겸 정치부장 wjch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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