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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의 경제읽기]채권 만기 돌아오는 신흥국…눈덩이 부채에 환율 절하까지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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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신흥국 부채 제공 비율
금융위기 이전 8대 2, 이후 5대 5
지난 11년 신흥국 중심 부채 증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된 후 타격을 가장 크게 입은 곳은 신흥국이다. 환율을 보면 알 수 있다. 브라질 헤알화가 달러당 4.3헤알에서 5.3헤알까지 23% 절하됐다. 터키 리라화는 더하다. 달러당 6리라에서 8.5리라까지 40% 가까이 환율이 올랐다.


질병으로 인한 타격이 심해지자 조만간 신흥국에서 집단적으로 위기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부터 3년간 신흥국 채권과 대출 중 1조8000억달러가 만기가 되는데 이를 잘 해결할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상환 가능성을 평가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각국이 가지고 있는 외환보유고와 부채 만기액을 서로 비교해 보는 것이다. 터키, 인도네시아, 남아공의 경우 3년내 도래하는 부채 만기액이 외환보유고의 50% 달한다. 높은 신용도를 유지해 만기 물량을 연장받거나 다른 곳에서 돈을 빌려오지 않는 한 세 나라는 외환부족에 따른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

지금은 세계 경제에서 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어떤 때보다 높은 상태다. 금융위기 이후 부채가 대폭 늘었기 때문인데 2009년 이후 11년동안 전세계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이 23.9%포인트 상승했다. 1989년부터 2008년까지 20년간 해당 비율이 27.6%포인트 높아진 것에 비해 1.5배 빠른 속도다. 10년 사이 전세계 부채비율이 20%포인트 이상 증가한 건 1980년대가 유일한 경우다.


지난 11년간 부채 증가가 선진국보다 신흥국을 중심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신흥국이 특히 문제되고 있다. 금융위기가 미국의 부동산에서 시작된 만큼 돈을 빌려주는 입장에서는 사고를 일으킨 선진국보다 세계 경제에서 비중이 커지고 있는 신흥국이 더 끌릴 수 밖에 없었다. 그 영향으로 금융위기 이전 8대 2였던 선진국과 신흥국의 부채 제공 비율이 금융위기 이후에 5대 5가 됐다. 부채를 늘린 주체도 문제였다. 선진국은 경기 부양대책을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선 영향으로 정부부채가 늘어났지만 민간부채는 반대로 줄었다. 신흥국은 정부, 민간 관계없이 부채가 모두 증가했다. 정부가 민간보다 높은 신용도를 가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신흥국이 더 큰 위험을 떠안았다고 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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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 부채 중 특히 문제가 된 것은 기업부채다. 금융위기 이후 신흥국 기업들은 해외에서 돈을 빌려 유전을 개발하거나 금을 비롯한 귀금속 채굴에 나섰다. 제조업에 투자를 하면 선진국 기업과 경쟁해야 하는데 이들을 이길 가능성이 없지만 원자재는 금융위기 직후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높아 큰 이익을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투자가 시행된 이후 문제가 발생했다. 세계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와 개발 확대로 원자재 가격이 하락해 손익을 맞추기 힘든 상황이 돼버렸다. 대규모 원자재 투자가 부실해지면서 골치거리가 됐지만 정부는 폐쇄 결정을 하지 못했다. 기업의 규모가 커 국민경제 전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인데 지금도 처리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신흥국 경제가 좋으면 부채부터 부실 기업까지 문제를 쉽게 풀 수 있을 텐데 사정이 여의치 않다. 코로나19 여파로 훼손됐던 실물경제가 선진국을 중심으로 회복 국면에 들어간 반면 신흥국은 여전히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신흥국 경제 성장률을 -3.3%로 전망했다. 지난 6월보다 0.2%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지난 6월에는 선진국과 신흥국의 전망치 하락 폭이 비슷했던 반면 10월에는 선진국 전망치가 상승하는 동안 신흥국은 질병으로 인한 수요 감소와 신용경색 우려로 오히려 낮아졌다. 중국의 성장률이 큰 폭으로 상향 조정된 것까지 감안하면 나머지 신흥국의 성장 둔화는 더 심해진다.

신흥국 경기를 되돌릴 방안도 마땅치 않다. 코로나19 발생 초기만 해도 선진국과 신흥국 중앙은행 모두 적극적인 통화 완화와 금리인하에 나섰었다. 지금은 양쪽 모두 통화정책이 약해지고 있는데 그 중 신흥국이 특히 심하다. 선진국이 달러나 유로화같이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화폐를 가지고 있는 반면 신흥국은 자국 통화로는 대외 결제를 할 수 없다. 자국 통화의 가치 훼손이 심해지거나 물가가 많이 오를 경우 외환 유출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 구도인데 이런 상황 때문에 추가 금리 인하나 유동성 공급이 쉽지 않다.


신흥국이 고용 유발과 내수 촉진 등 실물경제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재정정책을 써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여력이 거의 없다. 지난 4~5년간 선진국은 정부부채를 경감하기 위한 조치를 취한 반면 신흥국은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신흥국의 정부부채는 팬데믹 이전에 이미 우려할만한 수준에 도달해 있었다. 여기에 코로나19 긴급대응 프로그램이 더해졌다. 정부 부채가 그만큼 늘어난 것이다. 코로나19로 위축된 경제를 잡으려면 락다운 확대, 경제활동 재개, 경기회복 국면마다 적절한 재정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많은 선진국은 두 번째 단계까지 나갔지만 신흥국 대부분은 락다운 확대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재난 지원금 지급, 세금 유예, 유동성 지원 등 일회성 소득지원 단계에 머물고 있는 상태다.


과거 중국과 동남아 국가를 제외한 신흥국은 우리의 관심 대상이 아니었다. 지역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데다 교역량도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0년 중반 이후 사정이 달라졌다. 증권회사가 브라질 국채를 비롯해 신흥국 채권 판매에 적극 나서면서 금융시장에서 이해 당사자가 특히 많아졌다. 물건을 파는 몇몇 회사만 가지고 있었던 신흥국에 대한 관심이 금융시장 전체로 확대된 것이다.


신흥국 사정이 어려운 게 사실이지만 투자를 위해서는 좀더 세밀하게 접근해야 한다. 중국이 코로나19 발생 이후 주요국 중에서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수출 증가가 탄탄한데다 최근 중국 채권에 대한 세계적 수요까지 겹쳐 자본 유입이 늘었다. 이를 반영해 위안화가 달러당 7.3위안에서 6.7위안까지 내려왔다. 투자를 늘려도 문제가 없다. 브라질, 인도, 말레이시아는 정부 부채 규모가 신흥국 평균을 상회해 채무 확대가 재정 부담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투자를 미뤘으면 한다. 터키, 남아공 등은 부채 비율이 높은데다 환율 절하까지 심해 당분간 투자를 피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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