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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톺아보기] 국제인권조약, 국내법처럼 접근성 높여야

최종수정 2020.10.28 11:58 기사입력 2020.10.28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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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법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금전적 손해를 입었다면 상대방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하고, 범죄 피해를 당했다면 경찰에 신고하거나 고소장을 제출한다. 우리는 그렇게 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런데 억울한 일에 국내법이 아닌 '국제인권조약'을 활용할 수 있다면 어떨까. 국제인권조약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이 있기 때문에 불가능하지 않다(헌법 제6조 제1항).


유엔(UN)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가 선정한 9대 핵심 국제인권조약 중 우리나라가 가입·비준한 조약은 총 7개다.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 철폐에 관한 국제협약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 철폐에 관한 협약 ▲고문 및 그 밖의 잔혹한·비인도적 또는 굴욕적 대우나 처벌의 방지에 관한 협약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 ▲장애인의 권리에 관한 협약이 그것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이 같은 국제인권조약을 근거로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싸워왔다. 양심적 병역 거부 사건에서, 노동조합의 단결권 및 단체행동권 관련 사건에서, 종중 구성원의 자격을 남성으로만 제한한 사건에서, 고문 및 수사 절차의 사건에서 국제인권조약은 억울한 사람의 무기로, 법원의 판단 근거로 활용돼왔다.


이선민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 (출처=두루 홈페이지)

이선민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 (출처=두루 홈페이지)



대표적 사례인 양심적 병역 거부 사건을 보자. 이 사건에 관해 법원이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자유권규약)을 구체적으로 적용한 것은 2004년 선고된 하급심(1심)에서부터다. 이후 약 14년간 100건이 넘는 하급심(1심ㆍ2심)에서 무죄 판결이 있었고, 상당수 판결이 자유권규약을 병역법상 '정당한 사유'의 논거로 사용했다.


마침내 헌법재판소는 2018년 6월28일 선고 2011헌바379 결정에서 자유권규약을 헌법불합치 결정의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았다. 대법원은 2018월 11월1일 선고 2016도10912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에게 무죄 판결을 내리며 보충의견을 통해 자유권규약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설명했다.

이와 같이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며 판례에서도 활용되는 중요한 국제인권조약을 찾아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애석하게도 사법부 검색 시스템인 종합법률정보에서는 국제인권조약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법제처가 제공하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도 찾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첫 화면에 제공되는 검색창에서 개별 국제인권조약의 이름을 쳐도 검색이 되지 않는다. 국가법령정보센터 사이트에서 '법령' 카테고리로 들어간 뒤 조약을 클릭해야 검색할 수 있다.


국제인권조약의 국내법적 효력을 인정한다면, 사법부와 행정부는 시민들이 관련 내용에 더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속히 만들어야 한다. 국제인권조약은 개인이 자신의 권리를 효과적으로 보호할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위 사례에서 언급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보충의견을 소개하는 것으로 글을 맺고자 한다.


"법원은 헌법상 기본권을 해석할 때는 물론 법률을 해석할 때도 규약에 부합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국제인권규약에 조화되도록 법률을 해석하는 것은 보편적 인권의 관점에서 사법부가 지켜야 할 책무다."


이선민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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