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_progress

아시아경제 최신 기획이슈

[시시비비] 추미애-윤석열, 누가 이기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최종수정 2020.10.28 11:30 기사입력 2020.10.28 11:30

댓글쓰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찍어내려 하면서 내세우는 명분은 검찰개혁이다. 그런데 윤 총장은 검찰개혁에 반대한다고 말하거나 실행에 옮긴 적이 최소한 겉으로는 없다. 그렇다면 윤 총장이 있는 한 왜 검찰개혁을 할 수 없는 것인지 추 장관은 국민에게 합리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


'검찰개혁을 위해 윤 총장을 내보내야' 하는 근거를 추 장관이 제시한 적이 있긴 하다. 지난 16일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핵심 김봉현의 옥중 입장문이 공개되자 법무부는 "검찰총장도 그 관련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몰아세웠다. 입장문에는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수사 대상을 선별하는 정치검찰의 작태가 적나라하게 나온다. 정치검찰은 개혁 대상인데 윤 총장이 거기에 관련됐다면, 그의 지휘권을 빼앗고 검찰에서 내보내는 것은 정당하지 않냐고 추 장관은 말하려는 것 같다.

그런데 추 장관은 닷새 후 페이스북에 "(총장이) 알았든 몰랐든 지휘관으로서 성찰과 사과를 먼저 말했어야 한다"고 적었다. 윤 총장이 '중상모략'이라며 의혹을 부인하자 한 발 빼는 모양새다. 검찰의 정치적 수사가 총장의 묵인 혹은 지시 아래 이뤄졌느냐, 즉 알았냐 몰랐냐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김봉현의 폭로가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라 해서 곧바로 윤 총장을 몰아낼 이유로 연결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윤 총장의 연루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김봉현의 폭로를 기회 삼아 그를 공격하는 것은, 추 장관 머릿속에 검찰개혁 외 다른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라는 의심을 더해준다.


검찰개혁은 핑계일 뿐 윤 총장이 정권에 불리한 수사를 자꾸 하니까 괘씸해서 혹은 불안해서 저러는 것 아니냐고 많은 국민이 생각한다. 윤 총장도 비슷하게 느끼는 것 같다. 그는 지난 22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하면 (그 검사가) 좌천되느냐'라는 질문에 "다 아는 이야기 아니겠느냐"고 답했다.


반면 윤 총장에게도 상황을 정리할 기회는 있었다. 윤 총장은 지난 22일 국감에서 "중형이 예상되는 사람의 얘기 하나를 가지고…"라며 김봉현의 폭로를 평가절하했다. 본인이 연루되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면 "사실이라면 우리 검찰 아직 멀었다. 직을 걸고 조사하겠다"고 답해야 했다.

옵티머스자산운용 사기 사건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으로 있을 때 그의 '부하들'이 무혐의 처분을 내린 사건이다. 엄청난 사기의 징후를 발견해내지 못한 것은 무능력이거나 직무유기일 수 있다. 윤 총장은 무혐의 처분 배경에 대한 국감 질문에 "부장 전결 사안이라 보고가 올라오지 않았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문제가 있는지 자세히 살펴보고 지휘자로서 실책이 있다면 책임지겠다"고 했다면 최소한 그의 검찰개혁에 대한 진정성에 의심이 더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장관은 속내를 감추고 빌미를 찾아 물고 늘어진다. 검찰총장은 조직 이기주의에 빠져 개혁을 거부하는 것 같은 언행을 보인다. 이즈음에서 두 사람의 싸움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곱씹어보지 않을 수 없다. 결국 누가 이길 것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가 위법인지 따지는 것도 핵심에서 벗어났다. 총장이 장관의 부하냐 아니냐는 두 분이 따로 만나 결론 내리시라.


중요한 것은 무소불위 검찰 권력을 분산·통제하는 시스템을 이 사회가 기어이 제도화할 수 있느냐다. 그리고 그보다 중요한 것은, 검찰개혁이라는 목적이 정당하다고 해서 거기에 도달하는 절차의 민주적 가치 따위는 훼손해도 된다는 관성을 용납하지 않는 사회적 경험의 축적이다. 두 사람의 행보는 이와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신범수 사회부장

신범수 사회부장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간격처리를 위한 cla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