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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경영] 항미원조의 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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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에서 항미원조전쟁이라 불리는 6.25전쟁 참전 70주년을 맞아 북한 평안남도 회창군에 있는 중공군 열사능을 참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이미지출처=연합뉴스]

2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에서 항미원조전쟁이라 불리는 6.25전쟁 참전 70주년을 맞아 북한 평안남도 회창군에 있는 중공군 열사능을 참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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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중국에서 최근 '항미원조전쟁'을 다룬 홍보성 영화와 다큐멘터리가 줄을 이으면서 '항미원조'라는 단어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항미원조란 중국에서 1950년 한국전쟁을 일컫는 용어로 글자 그대로 조선을 도와 미국에 대항한 전쟁이라는 뜻이다. 중국에서는 매해 10월19일을 한국전쟁에 직접 개입해 중국군이 압록강을 건넌 날이라 하여 항미원조기념일이라 부른다.


한국전쟁 당시 중국의 지도자인 마오쩌둥은 봉건구습 타파와 신중국을 지향한다고 자부하던 인물이었다. 하지만 항미원조란 단어만큼은 봉건 시대 용어를 그대로 갖다 썼다. 이 말은 중국에서 1592년 임진왜란을 뜻하는 '항왜원조'라는 말에서 차용한 말이다. 과거 명나라가 왜적의 침략을 막아줄 소위 '천병(天兵)'을 보내줬듯 중국도 미국의 침략에서 북한을 구제하기 위해 인민해방군을 보내줬음을 강조하는 용어로 만들었다.

마오쩌둥이 항왜원조전쟁에서 차용한 것은 이름뿐만이 아니었다. 파병 병력의 선봉을 조선족으로 채웠다는 부분 역시 임진왜란 때 명나라와 똑같았다. 한국전쟁 직전 중국 정부는 1930년대 이후 항일무장투쟁에 참전한 5만명 이상의 조선족 출신 베테랑 병사들을 북한으로 귀국시켰는데, 이들은 한국전쟁 초기 북한군의 선봉으로 참전해 많은 희생자를 냈다. 이후 조선족 병사들은 중국이 직접 개입한 1950년 10월 이후에도 계속 징병돼 북한 지역으로 파병됐다.


임진왜란 당시 명나라가 파병한 원군도 당시 조선에서 요동 지역으로 흘러들어간 조선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원군을 이끌고 온 총사령관인 요동총병 이여송 장군의 집안도 5대조 할아버지가 평안도에서 건너온 가문으로 중국에 귀화한 조선인 출신이었고, 그의 휘하 요동 기병들도 고려 때부터 요동 지역에 이주해 살던 조선인 출신 이주민이 대다수였다.


그럼에도 항미원조의 상징인 북한 평안남도 회창군의 열사릉에는 한국전쟁 파병 후 한 달 만에 전사한 마오쩌둥의 장남 마오안잉만 크게 부각돼 있다. 마오쩌둥이 그의 시신을 후송하지 말고 북한에 남겨두라고 한 말은 이후 70년 이상 이어져온 북ㆍ중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상징으로 다뤄졌다.

올해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이 열사릉에 가서 헌화할 만큼 북한에서는 여전히 북ㆍ중 혈맹의 보증서처럼, 금과옥조처럼 다뤄진다. 임진왜란 이후 명나라의 재조지은을 부르짖으며 애써 이순신 같은 명장과 각지에서 활약한 의병의 희생은 무시하고 동대문 앞에 거액을 들여 명나라와의 우호를 상징하는 동관묘를 지은, 400년 전 선조 임금의 모습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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